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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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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작은 모임 자리에서 한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포도주를 드셨는데요, "저는 맥주보다는 와인이 더 좋아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면, 이 분이 어떤 술을 좋아하는지를 눈여겨 보게 됩니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동지를 만난 듯 반갑고, 다른 술을 좋아한다면 맥주가 안전해져서 반갑고... 술 욕심은 많아서, 쩝. 예전 학교는 술을 엄히 금했습니다. 캠퍼스 안에서는 알콜 한 방울도 입에 대는 것이 교칙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젊은 놈들이 술 안 먹고 살 수 있나요. 학교 안팎이 분명히 나뉘지 않고, 그 모호한 경계 밖에 분위기 좋은 바들이 늘어서 있는지라 한 발만 나가서 술 먹고 들어오면 됐죠. 지금 학교는 캠퍼스 안에서 술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학교 안에서 술을 팝니다. 학생회관에는 제일 널찍한 홀 옆에 생맥주와 팝콘을 파는 바가 있습니다. 생맥주도 다양한 종류로 잘 갖춰 놓았구요, 주말이면 이 바에서 생맥주를 받기 위해 하얀 색 피처를 들고 장사진으로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 여기 학교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학교 맞죠. 이렇게 맥주를 갖다 놓고, 날이 좋으면 밖에서, 날이 나쁘면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 문학과 예술과 학문을 논한다면 너무 예쁘게 봐준 셈이겠죠? 어쨌든 수업 끝난 교수가 학생들 데리고 와서 맥주 피처 서너 개를 놓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디오니소스들과 뮤즈들이 어울려 노는 장면을 보고 있지나 않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 위 그림은 그 천국 같은 학생회관 한 쪽에 있는 벽화입니다. 맥주와 포도주가 전쟁을 벌이는 대작 벽화입니다. 왼쪽의 맥주 머그(stein)들이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오른쪽 포도주 부대는 샴페인을 선봉대로 내세워 코르크를 발사하며 방어하고 있습니다. ![]() ![]() 보불전쟁을 연상케 하는 포맥전쟁도 위에는 다음과 같은 배너가 걸려 있습니다: Wenn Wein und Biere sich bekriegen, wer wird siegen, wer wird unterliegen? (포도주와 맥주가 전쟁을 벌인다면, 승자는 누구이며 패자는 누구일 것인가?) 아, 이것은 정말 영원한 물음이군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소주파와 맥주파가 전쟁을 벌인다면 누가 승리할 것인가. 올해로 딱 30년이 된 이 벽화는 학생회관이기도 하고 술집이기도 하고 공연장이기도 한 이 곳의 명물이 되어 왔습니다. 벽화를 그릴 당시의 구상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 독일, 특히 뮌헨 지역의 맥주집에는 이와 비슷한 그림들이 많이 있다고 하네요. 그림의 연원, 화가(이 그림은 독일 출신 미술가가 그렸습니다), 학생회관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 보면, 포맥전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맥주인 듯 합니다. 저로서도 기분 나쁜 일은 아닌데요. 여러분은 어느 쪽 전선에 서시겠습니까? 사실, 포도주쪽이 승리한다고 해도 즐겁기는 마찬가지일 듯.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죠. 마시는 게 중요한 것. 결국 최후 승자는 1978년 당시 구상도: 학교 전자 알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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