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겼으니 뭐든 마음대로? by deulpul

홍준표, 원혜영의 뉴스데스크 발언

홍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자신들 주장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대선에서 이명박이 당선되었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었으므로,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은 국민 의사야 어떻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주장을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것은 선거를 통한 독재라고밖에 표현하기 어렵다.

선거는 정권의 등장에 대한 규정이다. 그 뒤에는 또다른 정치 과정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과정은, 선거 한 번 하고 모든 것이 중지되었다가 다시 4년이나 5년 뒤 선거 한 번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선거날이 아닌 하루하루도 모두 정치 과정이며, 민주 정치라면 이 정치 과정의 핵심은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의 모든 정당성을 오로지 집권에 두고, 일단 집권한 이상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슨 일을 할 작정이든 상관없이 단 하루 사기만 기막히게 치면 된다는 말인가. 결혼할 놈은 애 둘 딸린 걸 속이고 사기를 치더라도 일단 결혼식만 올리면 땡이라는 것이고, 입사할 놈은 거짓 이력서를 내서라도 일단 입사 결정 통보만 받으면 땡이라는 것인가.

홍준표는 "금산분리완화법, 방송관계법에 대해 "지난 4년동안 계속 논의를 해 왔다, 한나라당이 계속 논의해서, 그 정책을 내세워서 대선과 총선에서 이겼다. 따라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논의만 해놓고 밀어붙이나? 이렇게 주요한 정책이라면 그 결정 과정에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예를 들어, 투표권을 65세 이상만 주기로 하는 법안을 내놓고, 말도 안되는 논의를 벌이다, 논의 진행됐으니 날치기 통과해도 된다는 말인가? 집 사려고 흥정 시작했으면 합의가 된 뒤 들어와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흥정 시작했다고 살림 싸들고 기어들어와 살겠단 말인가.

의도된 것임이 틀림없지만, 홍준표는 민주 정치의 상식을 무시하는 발언을 계속한다. 국민이 금산분리 놓고 대선 치렀나? 이명박을 찍은 사람 중에서 금산분리 완화 주장 때문에 이명박 찍은 사람 대체 몇이나 되겠나. 다 지난 이야기지만, 그저 먹고 살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찍어준 거 아닌가.

이런 어이없는 발상은 결국 '선거에 이겼으니 언터처블'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 같다. 까불지마, 내가 이겼으니 모든 건 내 맘대로! 하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코흘리개 논리가 21세가 한국을 이끌어 가는 국정 기조라니 한심하기 짝이없다. 이런 정신 구조를 가진 이들에게 사회적 합의와 여론 수렴을 통한 국가 통합 같은 성숙한 민주주의 집행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전가의 보도처럼 휘젓고 있는 '선거에 이겼으니'의 내용을 봐도 그렇다. 총선은 귀찮아서 냅두고, 대선만 보자. 이명박은 대선 때 투표율 63.0% 선거에서 48.7% 지지를 받아 당선했다. 죽어라 공부나 해야 할 청소년은 빼더라도,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의 지지로 당선된 셈이다. 국민 30%가 밀어줬으니 모든 국가 시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나머지 70%는 그냥 깔아뭉개고 가도 된다고?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이명박 자신의 말이다. 이명박이 당선 뒤 내놓은 제1성이 뭐였나. 그는 1년 전, 당선이 결정된 뒤 '짜라라짜라짜라 짠짠짠' 하는 음악 속에 등장해, 자신의 승리는 국민 '모두'의 승리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국민에게 철저한 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온 일로 보면 이명박이 뜻하는 국민은 '전국민'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났지만, 어쨌든 말은 맞는 말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뒤부터 정작 중요한 의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일 말이다. 자기 입으로 이런 말을 했으면 적어도 국민의 뜻을 살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국정 운영 자세를 말하자면 독단과 오기와 강짜라고 평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선거에 이겼으니 모든 것을 저희 마음대로 하겠단다. 그걸 뻔뻔하게도 아주 그냥 내놓고 말한다.

선거란, 이긴 자가 모든 권한을 독식하여 모든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을 제멋대로 내리라고 인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그건 선거로 절대군주를 뽑는 것이지, 입헌 민주 공화국의 선거는 아니다. 아니면 선거가 프로레타리아 독재를 보장하는 12월혁명, 4월혁명이기라도 하단 말인가?

선거는 민의를 대변할 사람을 뽑는 '절차'일 뿐이며, 그 개인이나 파당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여의봉을 쥐어주는 과정이 아니다. 선거에 당선된 사람은 선거에 이기는 것으로 민의를 대표할 의무에서 해탈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선 시점부터 더욱 치열하게 민의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뜻을 살펴야 한다. 야당의 주장은 바로 정책으로 결정되지 않지만, 집권자나 집권 여당의 주장은 바로 전국민에게 칼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소통을 말하면서 귓구멍 처막고 보복질이나 하는 자들에게 이런 말이 들리기나 할지 암담하다. 사회가 몰상식의 쓰레기 구멍으로 처박히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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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사고하는 방법 2008/12/27 04:32 #

    선거 이겼으니 뭐든 마음대로? by deulpul 사실 글 내용과는 상관 없고, 그 글에 달린 요조님의 덧글내용 중 -위정자 자신이 생각하는 솔루션 자체가 아집임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라는 문구에 관해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서 트랙백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노무현은 악인이다. 왜냐하면, 노무현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즉시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 more

덧글

  • 요조 2008/12/27 03:27 # 답글

    뭐 퍼센테이지로 보면 대략 나치당의 1932년 선거랑 비슷해 보이네요. 1935년에는 99.9%가 되었습니다마는.

    그리고 MB 입장에서는 자신이 국민을 위하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데에 800원 겁니다. 바깥에서 일반 사람들이 국민이 전국민이 아니다- 식으로 비꼬아봐야, 자위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위정자 자신이 생각하는 솔루션 자체가 아집임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특히나 강만수처럼 IMF로 단련(?)된 관료는 더더욱... (이 양반 써놓은 책 보면 MB는 양반입니다. YS시절의 개막장을 거치면서 그야말로 티타늄 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일종의 확신범.)
  • 긁적 2008/12/27 04:02 #

    요조님 덧글에 대해 할 말이 있네요. 그 때문에 트랙백합니다 (....)
  • deulpul 2008/12/28 05:09 #

    넵, 옳든 그르든 바람직하든 아니든 다 신념 갖고 사는 것이죠. 전두환도 제가 나라를 구했다고 굳게 믿지 않습니까. 그런 사실을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래서 바깥에서 할 일이 없다거나 그런 신념에 대한 비판이 자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저들의 말이 먹히는 것은, 자신들의 시각을 보편화하여 사회에 이식하려는 근면한 노력이 먹힌다는 뜻일 테니까요. 비판적 여론이 도둑의 신념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놓고 도둑질은 못 하게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1) 그들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다, 2) 그 믿음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3) 밖에서의 비판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며 배고픈 돼지 같은 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불바다를 만들며 뒤집어 엎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느 쪽도 정상적인 민주 사회의 양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정권이 그 기반에 따라 소수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대한 인식은 비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밥줄을 끊어가는데도 여전히 얼싸 안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이 끊임없이 문제 의식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제대로 이해했나 모르겠군요. 아 참, 이명박의 대선 득표율은 1년 전에 계산 끝난 이야기고, 지금은 아마 그보다 더 떨어졌죠? 물론 3년 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는 짓으로 봐서 90%대로 올라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에 저는 통 크게 1800원 겁니다.
  • 긁적 2008/12/27 04:02 # 답글

    병신이예염 ^-^
    애정을 버렸다능.

    제 스타일 대로라면, 무조건 닥치고 본회의장 점거한쪽을 까고 시작합니다만.
    이번에 문제가 되는 법안들을 보니 참 -_-;;;;;;;;;;;
  • deulpul 2008/12/28 05:13 #

    그래도 예뻐해 주세요. 이렇게 전국민 정치 학습을 시켜준다는.
  • mooyoung 2008/12/27 04:24 # 답글

    점입가경이라고 해야할지,설상가상이라고 해야할지, 요즘은 개념점검시대인 것 같습니다.
  • deulpul 2008/12/28 05:18 #

    점입가경에 설상가상에, 예전에 강준만이 노무현 시대를 후안무치의 시대라고 했는데(노무현 정권에 대한 말이 아니라 그 주변에 빌붙는 놈들 이야기), 후안무치의 뜻을 200배 정도 강화한 말이 뭐가 있을까요. 있다면 그것도 하나 덧붙여 주고 싶습니다.
  • 2008/12/27 07:1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8/12/28 05:22 #

    짜증나서 뉴스를 만들지도 못하고요. 그 결과가 요즘...
  • tranGster 2008/12/27 10:36 # 답글

    사실 이래서 대통령이 한나라당 되면, 국회 의석은 좀 덜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지요. 견제가 안되니 당연히 한나라당은 깽판칠수밖에요... 쩜
  • deulpul 2008/12/28 05:27 #

    그러게 말입니다. 원론적으로는 여소야대가 되어야, 좀 답답하긴 해도, 한 쪽이 미친년 널뛰듯 달리는 일은 잘 벌어지지 않을 텐데요. 국민, 그동안 참 잘 해 오셨는데, 이번엔 어떻게 그렇게 됐군요.
  • 나인테일 2008/12/27 13:32 # 답글

    선거에 이겼으면 뭐든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 맞습니다.
    이기도록 만들어 준 국민이 병신인 것 뿐.ㅋ
  • deulpul 2008/12/28 05:29 #

    이거 자학적 개그 맞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아니죠?
  • 라피나 2008/12/27 13:45 # 답글

    사실 어느정도 맞는말 아닌가요.. 이런짓하라고 저런놈들 뽑아준거겠죠.. 잘하고있네요..
    싫으면 뽑지 말던가..
  • deulpul 2008/12/28 05:36 #

    이 말씀은 자학적 개그인지 아닌지 좀 모호하군요. 절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론 수렴, 반대파와의 타협 같은 구찮은 절차 생략하고 집권자 개인이나 그 그룹이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제 갈 길 가는 데에 붙이는 게 독재라는 딱지 아닙니까. 독재(獨裁)의 사전적인 뜻은 '특정한 개인, 단체, 계급, 당파 따위가 어떤 분야에서 모든 권력을 차지하여 모든 일을 독단으로 처리함'이라고 되어 있네요.
  • 가브리엘 2008/12/28 02:21 # 답글

    소수파의 존중과 대화와 토론 그리고 타협이 없는 다수결원리는 이미 다수결원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사회교과서에서 배웠을텐데 결국은 다수만 남았군요. 한심한 놈들이죠.
  • deulpul 2008/12/28 05:45 #

    정확하게 살을 붙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국회 쪽수로 따지면 저들이 다수파지만, 여론 조사하면 개나소나 모조리 소수파죠. 최근 정당별 지지율 조사에서도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60%로 다수파라는. '무당파 정당' 만들면 순식간에 (원외지만) 다수당 되겠군요...
  • 2008/12/31 15:3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09/01/01 08:04 #

    고맙습니다. 메일 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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