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 표지 기사의 한국 관련 부분 by deulpul

시사 주간지 [타임]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민주주의를 다룬 표지 기사가 화제다. 한국에 대해 자주 언급했으며, 여야의 국회 몸싸움 장면이나 촛불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장면 같은 사진까지 실렸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니 한 수 훈계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보기가 좀 불편하긴 하다.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이 기사는 아시아판 표지 기사라는 것. 문제의 기사가 실린 2009년 1월12일자 미국판은 미국의 에너지 문제, 유럽판은 가자 지구의 살육전을 표지 기사로 내세웠다. '아시아 민주주의' 기사는 미국판이나 유럽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두 번째 점은, 이 기사를 전한 한국 매체들에 따르면, 해당 기사가 한국인이 독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묘사했다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컨대

타임은 한국에 대해 몽골과 대만, 태국, 필리핀처럼 최근의 민주적 정권교체로 삶이 개선된 것은 없다고 믿는 국민이 그렇지 않다는 국민보다 많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독재자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고 있는 나라라고 전했다. (한 신문)

라든가,

타임은 또 한국에 대해 몽골과 대만, 태국, 필리핀처럼 최근의 민주적 정권교체로 삶이 개선된 것은 없다고 믿는 국민이 그렇지 않다는 국민보다 더 많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독재자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고 있는 나라라고 전했다. (다른 신문)

라고 했지만, [타임] 기사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이 나라들을 콕 찍어 "과거 독재자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는 나라"라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아시아에 대한 일반적인 묘사일 뿐이다. 지금 한국에서 독재자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다니, 말도 안 되지 않는가. 독재 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 빼고 누가 그런단 말인가. 독재 할까봐 걱정돼 죽겠구만. (여담이지만, 두 신문이 각기 독자적으로 쓴 것처럼 되어 있는 두 기사에서 글자 딱 한 자 차이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시라.)

[타임] 기사는 표지에서 '왜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하는가', 안에서는 '왜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수난을 당하고 있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기사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민주화가 진행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최근 왜 정치적 혼란이 벌어지는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고 계속 민주화를 공고히 하려면 어떤 일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기사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새로운 민주 상황이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며 과거의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향수가 등장한다고 분석한다. 또 아시아 정부들이 민주주의 정부의 가장 기본적 책무인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과거에는 먹고 살기 바쁘니까 아무 말 없이 지도자를 따라주었지만, 이제는 잘 먹고 잘 살게 된 마당인데도 책임성, 투명성, 정의 따위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사가 제시하는 것은 네 가지다.

1. 거리에 나오지 말고 열심히 선거를 해라.
2. 정치 체제에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만들어라.
3. 언론이나 사법부를 비롯한 사회 장치(institution)를 정상화하라.
4. 사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요소를 발전시켜라.

보시면 알겠지만, 한국 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 사실 이 기사의 문제는,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가 겪고 있는 다양한 정치 상황을 하나로 뭉개 설명하려 했다는 점이다. 말이 아시아이지, 그 안의 구성 국가들은 얼마나 천양지차이며, 비록 비슷한 정치 불안 상황이라고 해도 그 배경이나 과정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이런 개별성을 개무시하고 아시아라는 틀로 한데 묶어버리려다 보니, 한국 같은 나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에 들어간 셈이 됐다. 기사를 흐르는 톤을 보면, 기사는 주로 태국 사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며, 기실 태국의 경우에 대한 설명으로나 적합하다.

어쨌든 한국 관련해서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부분도 있다. 기사 중에서 한국 관련 부분만 옮겨 보면 아래와 같다. 부분 인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읽으시기 바란다.


2008년 내내 많은 아시아 국민들은 민주 정치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린 듯 보인다. 태국과 한국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인기 있는 지도자가 선거를 통해 집권했는데도 거리는 시위 군중으로 요동쳤다...

아직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민주 국가가 성장통을 겪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 확산된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해 염증을 내게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란 지나치게 산만하고 비효율적이며 부패해 있다는 인식이 퍼지기 때문이다. 각국의 통치 상황을 분석하는 '아시안 바로미터 프로젝트(ABP)'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몽골, 대만, 태국, 필리핀에서는 최근 이루어진 민주주의적 변화가 삶의 향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5분의 3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주요 정책을 내놓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지도자를 뽑은 선거는 단 한 번도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 한 대답은, 아시아인이 자기네 정치 권력자를 보는 시각이 (서구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ABP 조사에 응한 아시아인 다수는 '민주 사상을 지지한다'고 대답했지만, 국가 지도자의 권력을 제한하려는 노력은 유럽인이나 심지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민들보다도 낮았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 가까이가 도덕성 있는 권력자라면 무슨 일이든 해도 괜찮으며, 심지어 법을 위반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지도자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식의 사고방식 때문에, 아시아인은 시민(citizens)이라기보다 신민(subjects)으로 행동하게 된다...

80년대 중반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한국에서 태국과 대만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주도한 민주 혁명이 아시아 대륙을 변모시켰다. 그러나 대규모 시위는 독재자를 타도하기 위한 것이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쫓아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었다. 오늘날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무능한 지도자는 선거에서 패배하는 정치 체제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날건달을 권좌에서 쫓아내려는 거리 시위는 대체로 불필요하다. 물론 선거 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예를 들어 매표 행위 때문에 진통을 겪는 아시아 국가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공고히 키울 수 있는 것은 민주 선거를 몇 차례 치르는 방법뿐이다...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사법부는 타협의 산물로 간주된다. 파키스탄의 전 법무장관은 사법 체제가 '발목이 잡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부자나 힘 있는 사람들은 사법 체제를 피해 가는 방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서울에 있는 고려대의 최장집 교수는 "사람들은 법이 평등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나는 현재의 우리 나라가 민주 국가로서의 요건을 온전히 갖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는 기본 요소, 예컨대 매체나 시위를 통한 의사 표현의 자유라든가 국민 여론 수렴이라든가 사법부의 독립 같은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를 온전한 민주 국가라고 부르기는 낯간지럽다. 더 나아가, 한국 정치 권력자들의 너절하고 천박해서 위험천만한 권위주의적 행태에다가는 민주의 '민'자를 갖다 붙이기도 창피하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형식적인 선거를 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누리려는 국민에게는 엄중한 의무가 따른다. 자기의 시민적 권리는 자기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민주주의란 이런 의무를 용감하게 수행하려는 국민에게만 열리는 혜택인지도 모른다. 권력자가 범법을 해도 오케이 하는 국민들이, 법치가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록 저 [타임] 기사는 독자 편지를 보내 항의할 만한 기사지만, 그 안에서도 이런 상식을 다시 읽을 수 있다.

[타임] 표지들 사진: [타임] 웹사이트

[덧붙임]

이 기사를 대국민 협박용으로 이용한 자도 있다고 한다. 이 소식과 [타임] 표지의 국회 충돌 장면에 대한 진실은 여기에. "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국제적인 경멸의 대상이 되다니, 국민으로서 정말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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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 H Lee 2009/01/11 21:41 # 삭제 답글

    우리나라는 확실히 행정, 사법, 입법부가 서로를 견제할 의지가 거의 없고, 시민 혹은 시민단체가 정부를 견제할 수단이 없죠.


    합법적으로 정부를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deulpul 2009/01/16 16:19 #

    아니, 왜 제가 쓴 덧글이 스팸으로 분류되어 차단되어 있는 것이죠? 뒤늦게 발견했네요. 스팸 차단 키워드 몇 개 넣어놓은 게 있지만, 그런 단어 쓰지도 않은 듯한데... 제일 처음 답글 달았는데 사라져 버렸군요. 지금 '이글루 관리'의 '스팸 댓글'에 남아 있는 부분은

    "어떤 문제가 꼬이게 되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사람인지, 시스템인지, 아니면 사람이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인지를..."

    까지만이군요, 제길슨. 저 뒤에는 "고민하게 됩니다." 하고서 뭐가 한참 이어지는데, 허탈해서 재생이 불가능한 상황... 늦게 죄송합니다.
  • 나아가는자 2009/01/11 23:08 # 답글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국민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게 문제죠. 그렇지만, 어떤 방법이 대안으로 적합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할것 같군요.
  • deulpul 2009/01/12 04:18 #

    무릎을 칠 표현이네요. 어쨌든 독립은 되어 있으니 5점 줄까요. 사법부는 아니고 행정부의 일부이긴 하지만, 검찰의 독립도 중요한 부분이죠. 한때는 '대통령과 맞장 뜨는' 객기도 보였던 떡찰이 지금 스스로의 값을 낮추려 몸부림치는 꼴도 참 즐겁게 봅니다.
  • Lucid 2009/01/11 23:15 # 답글

    subject는 "백성"보다는 "신민(臣民)"으로 번역합니다. :D
  • deulpul 2009/01/12 04:20 #

    네, 그게 더 낫겠군요. 고쳤습니다. 고맙습니다.
  • 아바링 2009/01/11 23:46 # 삭제 답글

    와, 최장집 교수까지 언급되었네요.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 제 마음을 찌릅니다. 지도자의 권력제한에 대해 감수성이 둔하다는 건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세대가 바뀔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더 뾰족해질 수 있으리라고 보는데, 다시 과거회귀하는 정권을 보니 감수성이 뾰족해지는 것이 아니라 순환주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하는 우울함도 드네요.

  • 키시야스 2009/01/11 23:55 #

    전 그것보단 민주주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봤느냐가 더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피를 흘려도 빨갱이 내려온다면 다 끝나니...원.. 필요로 하는 피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거 같습니다.
  • 다른의견 2009/01/12 00:04 # 삭제

    이 정부가 유신독재 흉내를 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때처럼 빨갱이 소리에 소스라치는 국민은 이제 없습니다. 조장된 공포 때문이 아니라, 돈 말고는 아무데도 관심이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는 거죠. 피를 바칠 정의감 따위가 남아 있을까요?
  • deulpul 2009/01/12 04:41 #

    분명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만, 그 과정이 괴롭군요. 그래도 예전에는 병신 삽질해도 아무 말도 못 했지만, 지금은 병신들이 삽질한다고 이야기하려는 자유 의식들이 많아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키시야스님 말씀처럼 힘들게 얻어야 공들여 지키게 되는 모양인데요, 말씀대로 자신들의 계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조리 빨간 칠을 하는 필살기가 있으니 대략 아득... 자꾸 이렇게 가다가는 '빨갱이=민주주의'라는 공식을 국민에게 심어주지 말입니다?

    이 필살기의 데미지는 상당히 약해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순간마다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다른의견님 말씀에서 중요한 점은, 힘들게 얻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소중함을 잃어버린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점은 [타임]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는데요, 국가 권력을 견제하려는 시민단체나 활동가들의 역할이 약해졌다고 지적하며, 국가 권력의 꼬라지가 과거 독재자들의 그것보다는 좀 덜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거꾸로 보면, 국가 권력의 꼬라지가 과거 독재자들의 그것에 가까워질수록 시민사회에게는 축복이랄 수도 있겠네요. 싸우면서 일해야 하는 게 괴롭습니다만. 그리고 말씀대로, 개인 차원에서 어떤 의식과 자세를 갖고 있는지도 절대 중요한 변수이리라 믿습니다.
  • 앞에 2009/01/12 00:01 # 삭제 답글

    독재자에 대한 향수라는 구절에서 저는 바로 태국 이야기 한다는 걸 짐작했는데, 그걸 한국 언론이 우리한테 갖다 붙인 거군요. 그렇다고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은 고사하고 부패와 기만에 대한 감수성조차도 없는 국민들이 TIME지에 항의를 한다는 것도 우습죠.
  • deulpul 2009/01/12 04:46 #

    우리 언론이 그냥 직접 싸대기맞은 것으로 갖다 쓰긴 했지만, 원 기사에서 그런 뉘앙스를 풍기긴 합니다. 애초에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 사정을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민주화가 생활 향상을 가져다 주지 않으니 과거로 회귀 소망 ㄳ'라는 공식에 틀어 넣으려고 한 게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부패와 기만에 대한 감수성은 대체 어떻게 해야 키워질 수 있을까요. '무슨 짓을 해도 좋다. 1등만 해다오'로 키워지는 아이들을 보면 미래에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을지조차 아득합니다.
  • 나인테일 2009/01/12 00:32 # 답글

    최장집교수까지 인용한걸 보니 글쓴이의 내공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 deulpul 2009/01/14 08:38 #

    이 기사는 기사에 인용된 여러 나라의 특파원들 리포팅을 받아서 작성되었습니다. 태국, 인도, 일본, 한국, 파키스탄이 그 나라들인데요, 최교수 인용은 서울에서 리포팅을 한 Jennifer Veale의 작품이겠죠. 제니퍼는 이 기획을 놓고, 한국은 좀 그림이 다르다고 왜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어라라 2009/01/12 01:07 # 삭제 답글

    분명히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임법부, 사법부, 행정부는 삼두일체로써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를 견제하여 독재를 방지하는 거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아니었군요? 아니었구나아~

    이런...
  • deulpul 2009/01/12 04:51 #

    그래서 교과서 바꾸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 갤러해드 2009/01/12 03:52 # 답글

    그렇지요, 민주주의에 국민이라면 그만한 책임이 뒤 따릅니다. 독재라면 국민에게 책임 따위는 사라지니 독재를 원치 않는다면 현재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을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의 의사로써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겁니다. 뭐, 그게 현재 힘든거지만;;
  • deulpul 2009/01/12 04:58 #

    네, 맞습니다. 사실 이 세상에 훔칠 물건 치고 '권력'처럼 값지고 폼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도둑놈은 이 소중한 걸 훔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데, 주인은 침 흘리며 낮잠이나 자고 있다면, 혹은 주판알 튀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게임 끝난 것이죠. 제 것 어이없이 빼앗기고 나서 또 피눈물을 흘리며 되찾아와야 하는 꼴이 벌어지겠습니다. 도둑질한 놈보다 도둑 맞은 놈이 더 나쁘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요...
  • 건전유성 2009/01/12 09:05 # 답글

    조금 비관론적인 얘기지만, 한국에도 독재자에 대한 향수는 꽤 많습니다.
    독재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빤히 보이는데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사람들 중 적어도 1~2할은 박정희-전두환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그 1할만 해도 수 십 만 단위죠. 결코 무시할 수치가 아니라고 보입니다.
  • 나인테일 2009/01/12 10:59 #

    당장 전직 대통령 인기순위를 조사해봐도 박정희가 1위에다 이승만을 국부로 하자는 정신병자들이 여당을 해먹고 있는 나라 아니겠습니까...(.....)
  • deulpul 2009/01/14 08:47 #

    네,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권이 독재하면 살기가 훨씬 편한 계층이 있지 않겠습니까. 시민의 입은 막힐수록 그들의 입은 열릴 것이며, 시민의 권리는 짓밟혀도 그들의 권리는 더욱 보장되고 말입니다. 국가 공권력인 경찰이 단위 사업장의 노동조합을 깨부수어 주는 시대를 그리워할 사람들 분명히 있겠습니다. 이런 계층이 아니면서도 독재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흔히 1)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 2) 사회가 진화하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혼란에 대한 염증 3) 정신병 중의 하나일텐데요. 이런 왜곡된 의식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고, 그래서 민주화란 완결점이 없이 일상에서 꾸준히 진행될 수밖에 없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원래그런놈 2009/01/12 11:36 # 답글

    민주주의 말은 쉽지만 그 열매를 따기까지는 너무나 힘이 들군요....
  • deulpul 2009/01/14 08:53 #

    그래서 김수영 시인은 자유에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고 한 모양입니다. 시인의 탁월한 감수성으로 냄새 맡지 않더라도, 아픈 과거를 조금만 되돌아 보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는 많은 피와 눈물과 희생이 담겨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 권력자가 망쳐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죠.
  • 됴취- 2009/01/12 11:49 # 답글

    (백성 보다는 '시민'에 대비되는 '신민'을 쓰는게 더 효과적일거 같은데)
  • deulpul 2009/01/14 08:55 #

    엉? 고쳤다고 해 놓고 고치지 않았군요. 정신 봐라...
  • 서울비 2009/01/12 16:23 # 삭제 답글

    잘 읽고 갑니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절차적이고 시스템적인 민주주의의 틀만 공고히 한 채 "절차적"으로 아직도 깡패 나라인 미국을 비롯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행태를 떠올려볼 때 -

    한국적 민주주의란 과연 어떠한 모습일지 고민이 됩니다.
  • deulpul 2009/01/14 09:06 #

    아, 그 무서운 '한국적 민주주의...' 하하-. 민주주의를 특징 짓는 소소한 기준들로 보면 꽤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싱가포르가 별탈 없이 정권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이 문제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항상 이중 기준을 갖고 산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안으로는 민주주의를 신주단지 떠받들 듯 하면서도, 밖으로는 민선 정부를 전복시키고 독재 정권의 장기 집권을 지원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사실 절차의 문제보다는, 형식상으로는 고도의 민주 과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많은 국가 부분이 정치 참여에서 배제되는 양태가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형식적인 민주화, 교과서적인 민주화라도 먼저 좀 단단히 자리잡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 LieBe 2009/01/12 17:36 # 삭제 답글

    트랙백이 안가네요....ㅜㅜ
    http://liebe.tistory.com/342
    들풀님 인용했습니다....^^
  • deulpul 2009/01/14 09:22 #

    창간호 잘 보았습니다. 지나치게 칭찬을 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슈와 관련글을 함께 묶어 정기적으로 정리하는 포맷은 재미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이든 오프든, 매체 만들면서 느끼는 재미는 참 저항하기 어려운 매력이죠. 열심히 구독하겠습니다. 발행인이 되셨으니 한 턱을?
  • 피쉬 2009/01/12 17:39 # 답글

    동아일보는 저 타임지 관련 기사에서 '촛불은 민주주의의 후퇴' 라는 평을 달았죠
  • deulpul 2009/01/14 09:28 #

    후퇴 맞네요. 몇 자 빠졌군요. '촛불(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은 민주주의의 후퇴'죠. 왜 저 몇 자가 빠졌을꼬? 광고 넣을 지면 확보하려고 그랬을까...
  • 나야꼴통 2009/01/12 17:53 # 답글

    다른건 몰라도 1번 항목은.. 마음에 와 닿는군요...

    거리 보다는 투표..
    ㅡㅡ;;
  • deulpul 2009/01/14 09:46 #

    마음에 와 닿을 뿐만 아니라, 피눈물이 납니다. 저 기사가 이상화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모습에 의거하면, 이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도, 거리를 메운 군중의 함성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투표함에서만 나오는 셈이죠. 거리 나와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시위하는 것 진짜 피곤합니다. 잠깐 투표장 가서 투표하고 남친여친 손잡고 에버랜드 가는 게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듭니다.

    그런데, 거리보다 선거가 쉽다는 점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예전 같으면 별들 줄세우고 탱크 동원해 허벌나게 뛰며 할 쿠데타를, 지금은 간편히 앉아서 이미지 조작으로 간단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니 투표장은 총칼만 난무하지 않을 뿐이지 사실은 전쟁터와 다름 없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유권자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란 결국 총보다 사람에 의존하는 정체이므로, 사람이 잘 해야 제대로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앞에 또 많은 전제와 조건이 붙겠습니다만.
  • Moonseer 2009/01/12 19:30 # 답글


    동감합니다.

    정말로 민주주의를 바란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정말 얼마 안 되는 기회인 선거에 충실해야 하고, 스스로 제대로 된 정치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비난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죠.


  • deulpul 2009/01/14 09:54 #

    네,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서 다양한 사회 제도가 상식 수준으로 정상화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골 손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언론...
  • 조은수 2009/01/15 22:18 # 삭제 답글

    타임지 아시아판 판매량은 20만부 정도....미국판은 400만부 정도..
    아시아판은 아시아에서만 주로 판매됩니다.
    예전에 촛불집회 할때 맹박이가 아시아판 표지에 잠깐 실렸다가, 출판할때는 표지에서 제외된적 있습니다.
    뭔가 압력이 있었던거 같죠...
  • deulpul 2009/01/16 14:38 #

    그랬던 적이 있습니까? 출판할 때 표지가 바뀌었다면 온라인 판에 등장했다는 말씀이 될까요? 어제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 sunlight 2009/01/16 05:40 # 삭제 답글

    아, deulpul님의 타임 기사 번역 감사합니다. 저렇게 번역해서 올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을 텐데...
    그런데,
    "민주주의의 핵심이 되는 기본 요소, 예컨대 매체나 시위를 통한 의사 표현의 자유라든가 국민 여론 수렴이라든가 사법부의 독립 같은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를 온전한 민주 국가라고 부르기는 낯간지럽다."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한 말씀인가요?

    빨간색 인용문을 보면, 아시아의 민주주의가 경험 미숙으로 인해 삐걱거린다는 것을 알 수있지만, 민주주의의 어떤 면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귀찮으시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면 고맙겠습니다.

    타임지의 기사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민주주의의 제도, 그러니까 절차적인 측면이 중요한데 아직 국민의 합의가 거기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보입니다.(우리 입장에서는 좀 거슬리지만, 사실 아닌가요?) 결국 deulpul 님이 이야기하는 투표의중요성입니다. (만약 이부분이 잘못이라면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제가 보기에는 절차적이든 내용적이든 우리 사회는 이미 민주 사회에 들어섰다고 보입니다. (박정희 향수는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이지, 국민들이 그걸 원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지 않을까요?) 즉, 절차적으로 민주주의하면서 경제발전도 해라 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겠지요.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라 하더라도 무슨 근거로 그런 싸가지 없는 상상을 하느냐고 비판할 수 있습니까?
    저는 오히려 타임지의 충고가 오늘의 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대안이 있다면 이 말에 대해 반박하는 포스팅 기대합니다.) 지금은 민주주의에 대한 절차를 공고히 해야 될 때입니다.
  • deulpul 2009/01/16 15:09 #

    글을 옮기는 것은 재미있어서 즐겁게 했습니다. 사실 한글로 옮기는 것보다, 기사가 일관성이 없다고 느껴져서 흐름을 잡는 데 애를 더 먹었습니다. 그건 제가 그리는 그림과 달라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본문에도 썼지만, 제 뜻은 위 기사를 무조건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한국 상황을 아시아 전체에 대한 기획에 끼워 맞추려다 보니 기사의 논지와 맞지 않는 결과가 됐다는 겁니다. 기사를 그 취지를 살려 다시 간략히 요약하면

    1.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아시아에서 웬 난리통인가.
    2. 지금까지 진행된 민주화에 국민이 실망하는 탓이며, 과거에 대한 향수까지 나오는 판이다.
    3. 그러나 민주주의란 시간이 걸리는 것이며 그래도 그중 나은 제도이므로 민주적 체질을 강화하면서 좀더 기다려 봐라.
    4. 그리고 희망은 선거 제도에서 찾아라.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본문에서도 이를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언론이나 사법부, 시민단체를 강조한 점,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 국민이 뚜렷한 민주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의하며, 그래서 "이런 상식을 다시 읽을 수 있다"라고 썼고요. 제가 납득하지 않았던 것은, 이 기사의 기획 의도인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는 왜 실패하는가'에 대한 진단이 한국의 경우는 거꾸로 나왔다는 것이죠. 국민이 민주주의에 실망하고 독재를 그리워해서 선거로 뽑은 사람을 뒤흔드는 게 아니죠. 그런 나라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명색 국가 지도자를 선거로 뽑아놨더니 독재로 회귀하려고 해서 그거 막자는 바람에 절통할 혼란이 생기고 있는 중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 줄 중간 요약: 문제의 기사는 말은 맞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맞지 않는다.

    말씀하신대로 한국은 이미 상당한 민주화를 이룩해 놓았습니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과의 관계는 사실 뜨거운 논란거리이지만, 그냥 단순하게 말해 (역시 말씀대로) 민주주의 하면서 경제 발전 해야 합니다. 분배하면서 성장해야 하는 것이고요. 하신 말씀이 이런 뜻이라면, 이 부분도 별로 이견이 없습니다.

    민주주의 핵심 요소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은, 그래서 [타임] 기사의 내용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래서, [타임]의 구도에는 맞지 않지만 배울 교훈은 있다는 맥락으로 적은 겁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물으신 것인가요? 정부 여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법률들을 한번 보십시오. 그런 거 다 지켜가며 집회를 통한 의사 개진이 되겠으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할 말 하겠습니까? 선거에 이겼다는 것만으로 소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겠다는 집단의 행태를 민주주의적이라 부를 수 있습니까? 소수 의견은 고사하고 다수 의견도 물리력으로 진압하면서 그냥 자기들 하고 싶은 것 하고 있지 않습니까? 헌법 제11조 1항, 제12조 1항, 3항, 5항, 제17조, 제18조, 제19조, 제20조, 제21조 1항, 2항, 제34조 2항, 4항, 제66조 2항, 제119조 2항 따위를 제대로 지키려는 시늉이라도 낸다면, 제 말은 틀린 게 되겠습니다. 뭐 그런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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