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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징징대 보기로 하겠습니다.
저는 주크 박스를 좋아합니다. 비록 그 본질은 돈 잡아먹는 기계지만, 기계 자체도 좋고 주크 박스의 문화적 컨셉도 좋아합니다. 앙증맞게 씨디(예전같으면 싱글 비닐판이었겠지만)를 탁 꺼내서 거는 그 아기자기한 모습도 좋구요. 요즘은 안에 뭐가 있는지 통 알 수도 없게 되어 있고, 심지어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를 달고 있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여전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바에 가면 밥 말리나 도어스 한두 곡은 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제가 애플 아이튠즈를 처음 보았을 때 가졌던 느낌을 짐작하시겠지요. 디스플레이 모드 중에서 주크처럼 자켓이 팔랑팔랑 넘어가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한 교수의 맥북에서 본 게 처음이었는데, 교수가 다행히 딴짓하던 참이라, 혼자서 한참이나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리고 오래 잊고 있었는데, 최근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던지, 제 컴퓨터에 아이튠즈를 깐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그니님의 뽐뿌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 여하튼 주크같이 매력적이던 그 아이튠즈를 떠올리고는, 당장 깔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이 생겼던 겁니다. 그래서, 깔았습니다. 문제는 어디다 깔았느냐입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컴퓨터는 데스크탑입니다. 이 놈의 속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펜티엄 4 프로세서에 2.40GHz, 768Mb 메모리입니다. 하드는 80Gb입니다. OS는 윈도 XP SP3입니다. 여기서, 램 메모리는 바로 일주일 전까지는 안습 256Mb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완전 구닥다리 저사양 컴이라고 봐야겠죠? 여기다 깔았습니다. 일단 로딩은 됩니다. 그런데 속도가 무척 느립니다. 주크는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마치 초당 24컷 들어가야 할 동영상을 대여섯 컷만 잡아넣은 것처럼 끊기죠. 그래도 되기는 되는데, 다른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튠즈 걸어 놓고 다른 창 열면, 웹 브라우징도 부지하세월이고, 작업중에 아예 얼어버려서 기절초풍하게 하는 놈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작업 할 때는 그... 윈앰프를 쓰고, 아이튠즈는 다른 프로그램 따위 모두 닫고 경건하게 옷섶을 여민 다음에야 켭니다. 아예 재부팅하는 경우도 있죠.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생각다 못해, 램 메모리를 조금 확장해 봤습니다. 그래서 현재 메모리가 어중간한 768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훨씬 낫군요. 새 세상이 열렸다고나 할까요. 역시 천지 개벽은 기변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죠. 이 데스크탑은 무려 2002년산입니다. 그 해 초에 산 델인데, 당시 살 때 적어도 5년은 골치 썩지 말고 쓰자고 생각하고 사양이 좀 넉넉하게 잡히도록 커스터마이즈 했습니다. 저희 집에 온 뒤 보낸 시간 중 절반은 켜 있었을텐데, 그 동안 프로그램들이 엉켜서 하드를 한 번 포맷한 것 말고는 고맙게도 큰 사고 한 번 안 쳤습니다. 제가 델敎 신도 비스무리하게 된 계기를 만든 놈입니다. 그런데 이제 좀 지나치게 늙지 않았습니까? 컴령 7년입니다. 나이만 들면 괜찮은데, 프로그램들이 갈수록 고사양 기준으로 나와서, 영 버벅대는 게 보기가 안스럽습니다. 컴은 밥벌이 도구나 마찬가지인데 속도 느려서 쓸데없이 죽이는 시간도 꽤 되는군요. 게다가 요즘 코어 2에 램 4기가, 하드 640기가 달고 쌩쌩하게 나오는 놈들이 6백달러대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안습이죠. 메이커를 포기하면 5백 밑으로까지 내려가는군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이거 나이 많은 거 맞죠? 이렇게 늙은 컴 쓰시는 분 많지 않으신 거죠? 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죠? 이 컴을 계속 쓰다가는 일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겠죠? ... 아, 뭔가 합리화할 근거가 필요하단 말입니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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