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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짓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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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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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마음 편하게 늦잠을 자는 토요일 아침, 근교에 행사가 있어서 일찌감치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밖은 섭씨 영하 25도. 처음 가 보는 길인데다, 길가에 잔뜩 쌓아 놓은 눈더미 때문에 교차로에서 표지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지도로 보면 이미 나왔어야 하는 갈림길이, 아무리 가도 나타나질 않는다. 지나쳐 버린 게 틀림없다. 그러나 얼마나 지나쳤는지? 마침 주유소가 하나 나타났다. 미국 주유소는 대개 소규모 상점을 겸하고 있고, 작은 카페테리아 같은 설비를 갖추어 둔 곳도 있다. 길을 물어 볼 요량으로, 발을 굴러 눈을 턴 뒤 문을 밀고 들어서니, 밖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사람이 하나 가득이다. 아저씨에서 할아버지에 이르는 연령대의 남성 열 명 남짓이 모여 앉아 껄껄거리며 담소하고 있었다. 이들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머그와 신문이 놓여 있었다. 참 일찌감치들 마실 나오셨구나. 하긴 농부들은 토요일이든 수요일이든 큰 상관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줌마와 할머니들은 모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다음은 오늘자 신문 상담 코너 'Ask Amy'에 실린 사연이다. 어떤 여성이 보낸 글이다. ![]() 이 '외로운 아내'는 몇 달 전 새로 결혼을 했는데, 남편의 결혼 전 습관 하나 때문에 무척 외로워 한다. 매일 아침 커피숍에 나가 신문을 보는 것이 그 습관이다. 부인이 집에서 커피를 끓여 주고 남편이 좋아하는 신문까지 구독해 주었는데도, 아침마다 남편은 기어 나간다.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기 위해서. 함께 나가본 적도 있는데, 남편은 아내는 신경도 안 쓰고 신문만을 읽었다. 아내의 고민은 이것이다. 결혼해서, 아침을 함께 보내야 할 아내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옛날과 같은 생활을 계속하는 남편을 두들겨서 바꿔야 할 것인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위 웹 이미지에서 내가 검게 칠한 부분은 나이다. 커피 마시고 신문 읽으러 아침마다 집을 뛰쳐 나가는 남편은 72세고, 그 때문에 외로워하는 아내는 67세다. 두 분은 몇 달 전, 둘 다 재혼으로 결혼했다고 한다. 72세 신랑의 아침 습관은 평생 지속해 온 것이거나, 은퇴한 뒤 시작되었다고 해도 십 년 가까이 된 일일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보지 않으면 도무지 아침이 시작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으랴. 그러나 67세 신부의 애절함도 이해가 된다. 이제 어렵게 새로운 짝을 찾았는데, 아침마다 생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은 가혹할 수도 있다.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상대를 할퀴기 일쑤인 젊은 사람들보다는 훨씬 원숙하고 너그러울 듯한 나이 드신 분들도, 이렇게 상대와의 차이 때문에 고민하시는구나. 사랑에 관한 한, 포기할 것 포기할 줄 알고 이해할 것 이해할 줄 아시게 되었을 분들도 말이다. 어쩌면 나이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만나 사는 한, 개체 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숙제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독히 운이 좋아 "Don't go changing,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Billy Joel, 'Just the Way You Are')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런 문제란 생기지 않겠지만, 이렇게 운이 좋은 남자와 여자는 별로 많지 않다. 아니, 빨간 열정에 눈이 멀어 'Just the way you are!'를 외치던 사람도, 머리가 차가워지면 보조개로 보이던 곰보 자국이 곰보 자국으로 제대로 보일 뿐더러, 심지어 보조개도 곰보 자국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변함 없는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외로운 아내'에게 주는 Amy의 조언은, 그래서 교과서인 답변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남자의 아침 습관으로 갈등을 만들지 마세요. 차라리 커피, 신문과 함께 아침을 보내는 그 남자의 습관에 동참하세요. 언젠가 편안한 시간이 되면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 보세요." 토요일 아침, 시골의 낯선 주유소 카페테리아에는 열 명 남짓 외로운 아내들을 만들어 낸 나쁜 남자 열 명 남짓이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고 담소하며 앉아 있었다. 이미지: http://www.denverpost.com/ask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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