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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영화 [쏘우(Saw)] 시리즈의 주인공 존 크레이머(John Kramer)는 잔인한 범죄자이지만, 영화 캐릭터로서는 미워하기 어렵다. 직쏘 살인자로 불리는 그는 분명, 멀쩡한 사람을 납치해서 고문하고 죽이는 흉악 범죄자다. 그러나, 시리즈를 보다 보면 이 캐릭터에 나도 모르게 이끌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탁월한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보통 사람은 생각해 내지도 못할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성해 놓는 각종 기계 장치나 살인 도구도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핵심은 그가 나름대로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과, 그가 손을 대는 희생자는 사실, 멀쩡한 사람이 아니라 흔히 말하듯 '죽을 짓'을 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성공하는 살인자는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높은 지성과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된 살인자의 철학은 열렬한 추종자를 만들어 내고, 심지어 자신을 뒤쫓는 수사관까지 이끌리게 한다. 명민한 클라리스 스털링까지 매혹시킨 한니발 렉터는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는가. [쏘우] 시리즈에서, 크레이머나 그 추종자에 의해 잡혀온 사람들은 처음에 자신들이 왜 끌려오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크레이머가 짜 놓은 틀 안에서 목숨을 건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가혹한 심판을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쏘우] 시리즈의 희생자들은 "Fuck you!" 하고 저주할지는 몰라도 "Why me!?" 하고 절규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죄를 지었음을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현실 세상에서 처벌을 받지 않았을 뿐이다. ![]() 최근작인 [쏘우 5]에서 주요 희생자가 되는 사람은 위의 다섯 명이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다섯 명이 나란히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다. 사실 이들은 직쏘 크레이머가 죽은 뒤 끌려온 사람들이지만, 죽기 전에 크레이머는 그의 추종자에게 이 다섯 명을 '처벌'하라고 주문해 두었다. 병석에 누운 채, 2대 추종자에게 첫 '작업 지시서'를 주면서 크레이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정신을 차리고 어리둥절한 이들 앞에, 사전에 녹화된 비디오가 돌아간다. 직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배를 불렸다는 말을 듣고도 묵묵히 있는 다섯 명은 과연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본인들도 서로 궁금해 한다. 이들의 정체는 퍼즐이 하나씩 풀리고 한 사람씩 희생되면서 점차 밝혀진다. 크레이머는 왜 이들을 선택한 것일까. 이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한 큰 사건이란 무엇일까. * 여성 1은 소방서에서 일하는 화재 감식원이다. * 여성 2는 시청 도시계획과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갑부인 아버지 덕택에 취직했다. * 여성 3은 큰 부동산 개발 회사 부회장이다. * 남성 1은 부잣집 아들인 건달이며 마약 중독자다. * 남성 2는 신문사 기획 취재담당 기자다. 남성 1(건달)은 어떤 일을 했는데, 고의는 아니었으나 여러 명이 죽었다고 고백한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처벌 받지 않았다. 그게 크레이머의 게임에 끌려온 이유라고 생각한다. 여성 2(공무원)는 갑부인 아버지 덕택에 시청에 취직했는데, 건축 허가를 내주는 노른자위 자리이다.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뇌물을 받아 먹었다. 그게 비지니스라고 주장하며, 뇌물을 챙기지 못한다면 순진하거나 바보라고 생각한다. 여성 3(부동산)은 어떤 주거 집중 구역에서 오래 된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지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강제 철거를 하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남성 1(건달)이 한 일이란, 어떤 마약 거래상의 제의에 따라, 헤로인을 받기로 하고 철거 예정지 건물에 불을 지른 것이다. 본인은 몰랐지만, 건물 안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8명이 죽었다. 수사 당국이 조사를 벌였지만, 힘 있는 아버지가 손을 써서 빼 줬다. 자신을 고용한 거래상은 사라졌으며, 사건은 제대로 조사되지도 않은 채 유야무야됐다. 여성 1(화재 감식원)은 현장을 조사하고도 보고서를 사실대로 쓰지 않고 허위로 작성했다. 뇌물을 받았는지는 명시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한 달 전에 해직되었다는 점으로 보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성 2(공무원)는 물론 뇌물을 받고 문제의 도시 재개발 사업에 허가를 내 주었다. 남성 2(기자)는 이 거대한 사건에 대해 단서를 잡고 취재를 벌였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사건을 기사화하지 않고 묻어 버렸다. 그 이유도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여성 3(부동산)은 이 사건의 모든 각본을 짠 당사자였다. 그는 빌딩에 여덟 명이 남아 있음을 알면서도 불을 질러 이들을 쫓아내려고 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사실이 차례차례 드러난다. 이들은 크레이머의 경고를 무시하고, 서로를 짓밟고 죽고 죽이며 자기 목숨을 구하려 발버둥을 친다. 영화가 막바지로 가면 세 명이 차례차례 목숨을 잃고 둘만 남게 된다. 그제서야 그들은 깨닫게 된다. 사악한 자신들을 연결한 것은 강제 철거 지역에서 일어난 한 건의 고의적 화재 사건이라는 점을. 각자의 조각으로 퍼즐을 맞춰본 뒤 비로소 서로의 연관성을 알게 된 두 사람이 뒤늦게 자신들의 잘못을 서로 고백하며 말한다.
영화 마지막에, 두 사람은 자해를 해서 결국 퍼즐을 푼다. 둘 중 누가 살아남았는지, 둘 다 살았는지, 혹은 둘 다 죽었는지는 영화를 보시기 바란다. 이건 영화다. 현실에서는 여덟 명이, 혹은 여섯 명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권력이 짓누르고 뇌물이 오가며 덮이고 축소되고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렇게 사형(私刑)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영화에서 크레이머의 심판을 받은 다섯 명은 부패한 소방관, 부패한 시청 공무원, 사악한 부동산업자, 타락한 기자, 이들의 수족이 되는 건달이었다. 한갓 오락 영화를 보면서 용산 5적(五敵)을 생각하게 되는 현실이 기막히다. 이미지: 영화 화면. 영어 대사 원문은 아래 댓글에 순서대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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