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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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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이번 주(2월16일자) 표지 기사는 신문이다. 최근 경영난으로 곤란을 겪는 신문들이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제목은 '당신이 애독하는 신문을 구하는 방법'.권력을 견제하는 막중한 임무 때문에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의 역할을 떠올리면,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라 할 수도 있다. 물론 언론 몫을 제대로 하는 신문의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은 언론 자체에서 나온 게 아니라 시장에서 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광고다. 경제 불안으로 인해 광고 시장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으며, 광고 수익 저하는 바로 언론, 특히 인쇄 매체의 경영난을 초래한다. 독자들이 종이 신문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점도 신문사로서는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독자들은 신문 기사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인터넷으로 간다. 신문은 팔리지 않는다. 이중고를 겪는 신문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타임] 편집장을 역임했던 Walter Isaacson이 쓴 표지 기사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독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든가 언론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든가 하는, 너무나 당연해서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상식은 제쳐놓고,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그 방안이란? 간단히 말해서 신문 기사는 상품이며, 상품은 돈 받고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언론사의 이기적인 주장 같지만, 보면 볼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장이다. 필자의 말대로, 초딩이 문자 한 통 보내는 데도 돈을 받는 세상에서, 직업 저널리스트들이 뼈를 깎으며 생산해 낸 뉴스를 보는 데는 동전 하나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모순이다. 모순일 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위기, 저널리즘의 질 저하를 낳는 주요 원인이 아닐 수 없다. 저널리즘은 어떻게 공짜 상품이 되었을까. 기사를 보시면 잘 알 수 있다. 다음은 이 표지 기사의 요약. - 신문은 위기다. 사람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젊은층에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실상은, 신문 독자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신문이나 시사 잡지와 같은 전통적 매체의 독자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아졌다. 젊은층 독자도 마찬가지다. - 문제는 이 독자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뉴스 매체들은 독자에게 자기네 기사를 신나게 공짜로 나누어주고 있다.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기사를 돈을 내고 사 볼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 이런 모델은 정상적인 경영 구조가 아니다. 물론 이 구조는 웹 광고가 넘쳐나던 호시절 때 형성된 것이다. 기사를 공짜로 제공하더라도, 페이지 뷰를 늘려 광고 수익을 올리는 쪽이 수익이 훨씬 나았던 시절의 흔적이다. 그 때는 그랬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가는 게 영광스러운 미래로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 신문과 잡지의 수익 원천은 셋이다. 가판 판매, 정기 구독, 그리고 광고다. 이 셋은 다리 세 개인 의자처럼 균형을 맞추며 매체를 지탱해야 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전개된 새로운 매체 운영 구조는 이 세 가지 수익 중에서 광고에만 기대는 구조다. 잘 된다고 해도 불균형을 초래해 의자의 안정성을 해친다. 잘못될 경우는 재앙이다. 두 다리로 설 수 있는 의자는 없다. - [타임] 잡지의 창간자 중 하나인 Henry Luce는, 광고에만 의존하며 공짜로 나누어주는 매체를 경멸했다. 그는 이런 방안이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며, 경제적으로도 자멸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란 독자에게 봉사하는 것이지 광고주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고 수익으로만 운영되는 매체는 그 갈 길이 원천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셈이다. 또 독자로부터 수익을 얻지 않으므로 독자와의 관계를 소홀히 하게 되어, 자멸의 운명을 갖게 된다. - 며칠 뒤 죽을 운명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매우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저널리즘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다. 지금 뉴스 매체는 제 살을 깎음으로써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정답이 아니다. 2009년은 이런 비용 절감 전략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원년이 될 것이다. - 대안 중 하나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나 디트로이트의 [프리 프레스]의 선택처럼, 종이 신문 발행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이다. 혹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어떻게 해서든 혹한기를 버텨 보자는 전략도 있을 수 있다. 잘만 버틴다면 경쟁자가 사라진 광고 시장을 독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러나 이런 전략은 여전히 전적으로 광고주에 의지하려는 전략이다. 틀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뉴스 매체의 고전적 전통을 대담하게 새로 재현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바로, 뉴스 매체로서 서비스와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대신, 독자에게 그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 뉴스에 돈을 받는 것은 수백 년 전통일 뿐 아니라, 온라인 초기에도 그랬다. 초기의 온라인 서비스 회사들은 사용자가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에 대해 돈을 받았는데, 따라서 오래 붙잡아 둘수록 유리했으며, 언론이 제공하는 고급 정보는 제 대접을 받았다. - 그 뒤, [타임]을 포함한 언론사들은 독자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광고 수입을 올리게 됐는데, 광고에 열중한 나머지, 뉴스 내용에 대해 값을 받는 방안은 점차 도외시하게 됐다. 90년대 말에 인터넷 광고 열풍이 불자, 신문과 잡지들은 자기네 모든 기사를 웹사이트에 공짜로 깔았다. 그러나 이 광고 수익의 상당 부분은 뉴스 생산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검색 엔진회사나 포털 회사들이 챙겨갔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회사도 공짜 저널리즘의 수혜자 중 하나다. - 현재 온라인 기사에 돈을 받는 대표적 매체는 [월스트리트 저널]이다. 루퍼트 머독이 이 신문을 인수했을 때, 그는 이 유료 구독료를 폐지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현명한 장삿꾼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시장성을 살펴본 그는, 이런 수익을 포기한다는 것은 미친 짓임을 알게 됐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개박살나기 한참 전에 이미 혜안을 가졌던 셈이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경제가 추락하던 2008년에도 [월스트리트 저널]의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7% 이상 늘어났다. - 유료화는 온라인 정기 구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독할 필요는 없지만 단지 기사 한두 편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이들이 얼마나 간편하게 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가이다. 매 기사를 볼 때마다 로그인해서 값을 지불해야 한다면 누가 호응하겠는가. 관건은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사는 것처럼 간단하게 소액을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 이제는 지불과 관련한 기술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튠즈와 제프 베조스의 킨들(Kindle)은, 지불 방법이 편하기만 하다면 사람들은 얼마든지 콘텐츠를 유료로 구입한다는 점을 잘 말해준다. -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 David Carr는 "신문의 독자가 늘어가는데도 신문이 망하는 상황은 신문사에게 위기일 뿐만 아니라, 뉴스 그 자체에도 위기이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기사의 유료화를 지지한다. - 이러한 소액 지불 체제는 신문 기사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공급되는 다른 매체의 콘텐츠, 더 나아가 시민 저널리스트나 블로거들에게도 도입될 수 있다. 이들은 우리가 접하는 정보 및 사상의 세상을 말할 수 없이 풍부하게 해 주고 있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상당한 돈을 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결국 자아 실현이라든가 공공에 대한 봉사 따위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 내가 어렸을 때 친구 톰이랑 낚시를 다닐 때 이야기다. 톰은 식품점 밖에 내 놓은 얼음 냉동고에서 곧잘 얼음을 훔치곤 했다. 그는 얼음이란 공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얼음이 공짜라면, 대체 누가 얼음을 만들어 더운 여름날 식품점에까지 공급할 것인가. 마찬가지로, 뉴스가 공짜라면 누가 이라크에 지국을 개설하고 르완다에 특파원을 파견하겠는가. - 내 딸은 인터넷의 콘텐츠를 유료화하려는 사람들을 '악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내가 위의 주장을 펼친 것은 악마라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내 딸처럼 창의력 높은 아이가 어른이 된 뒤, 그럴듯한 콘텐츠를 만들어 놓고도 돈벌이가 안 되어, 늙은 내게 와서 돈을 타 가거나, 차라리 은행원이 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아서이다. - 또 이런 주장을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나는 저널리즘을 사랑한다. 언론은 소중한 존재며, 소비자들은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 유료화는 언론인들에게도 큰 교훈이 된다. 독자에게 신뢰 받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에게 이러한 원칙은 여전히 숙제다. 독자로부터 신뢰 받고 인정 받는 기사를 쓴다는 것은, 광고주가 아니라 오로지 독자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언론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타임] 표지 이미지: 스캐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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