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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열적이고 시원시원하면서도 속을 잘 알 수 없는 베아트리체 달(Béatrice Dalle). 사람에게 잘 길들지 않고, 두 번 생각하는 일 없이 머리에 떠오른 대로 몸을 움직이는 달 언니의 이미지를 참 좋아했던 적이 있다. 최근 한 뉴스를 읽다가, 오래 잊고 있었던 그가 다시 생각났다. 그리스에서 중죄수 두 명이 헬리콥터를 이용해 감옥을 탈출했다는 소식이었다. 신문 기사에 묘사된 탈출 작전은 달이 주연한 프랑스 영화 <최후의 탈옥, 샹떼(La Fille de l'air, The Girl in the Air)>의 마지막 장면과 정말 흡사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식을 짤막한 해외 토픽으로 전한 한국의 몇몇 신문과 방송에서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게 어떤 영화인지 정확히 밝힌 기사는 거의 없었다. 어떤 기사는 "영화에서 탈옥 장면을 많이 봤겠지만 이런 탈옥은 처음일 것"라고 했다. 물론 처음이 아니다. 영화로도 그렇고 현실로도 그렇다. 1992년작인 <샹떼>는 1986년에 프랑스 빠리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탈옥은 가까이는 2007년 4월에 벨기에에서도 벌어졌다. 밑에 나오지만, 이번에 탈옥한 두 사람은 3년 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교도소를 탈출한 적이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17년이나 된 영화보다는 <프리즌 브레이크>가 먼저 생각나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탈출극을 놓고 "영화 같은"이라고 말하자면, <샹떼> 말고는 없다. AK 소총 쏘며 줄사다리 던진 의문의 여인 AP가 전하는 그리스의 탈출극은 건조한 뉴스 기사인데도 흥미진진하다. 기사와 관련 소식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2월22일 일요일 오후, 바실리스 팔레오코스타스(42)와 알켓 리자이(34)라는 두 사내는 아테네의 코리달로스(Korydallos) 교도소 마당을 걷고 있었다. 아테네 서부 교외에 있는 코리달로스 교도소는 경계가 가장 엄중한 감옥 중 하나다. 두 사람은 이미 3년 전에 이 교도소를 탈출한 적이 이미 한 번 있으며, 그래서 독방에 수감되는 중죄인이다. 그러나 매일 정기적인 운동은 허용되었으며, 이 시간은 두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들은 바로 다음 날(일부 기사에서는 사흘 뒤), 3년 전의 탈옥 사건 때문에 진행되는 재판에 나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갑자기 교도소 상공에서 헬리콥터가 나타났다. 헬리콥터는 두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던 교도소 마당 위에서 고도를 바짝 낮추었다. 공중에 멈춰 선 헬리콥터에서 한 여성이 줄사다리를 두 사람 쪽으로 던졌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당황하던 경비대는 이윽고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알아채고, 헬리콥터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헬리콥터 안에서 대응 사격이 나왔다. 사다리를 늘어뜨린 여성이 경비대에게 AK 소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줄사다리를 통해 헬기에 오르는 데 성공했고, 헬리콥터는 죄수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교도소 상공을 벗어났다. 총을 잘못 쏴 제 총에 상처를 입은 교도관 한 명을 제외하면, 총격전에서 몸을 상한 사람은 없었다. 코리달로스 교도소가 발칵 뒤집힌 동안, 탈옥수들과 여성을 비롯한 일행을 태운 헬리콥터는 레이더 추적을 피해 고도를 낮춘 채 북쪽으로 날았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총격전이 벌어질 때 연료통이 피격되어 연료가 샜기 때문이다. 헬리콥터는 아테네 북쪽 고속도로 주변에 불시착했다. 일행은 헬리콥터 조종사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은 뒤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 헬리콥터는 관광용 헬기였으며, 아이러니하게도 "환상의 탈출을 경험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쓰고 있었다. 물론 조종사는 일당이 아니었다. 불시착한 헬리콥터가 시민에 의해 발견된 뒤 조종사가 한 진술에 따르면, 남녀 두 사람이 헬리콥터를 임대했으며 조종사는 이들의 협박을 받고 조종만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 주에 이 헬리콥터를 여러 차례 임대하여 아테네 상공을 날았다. 따라서 조종사는 이 날도 별로 의심하지 않고 두 사람을 태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AK와 수류탄으로 위협하며 코리달로스 감옥으로 가자고 협박했던 것이다. 대범한 탈출극은 성공했고, 두 사람은 새처럼 날아 감옥을 빠져나왔다. 3년 전인 2006년에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교도소를 탈출한 팔레오코스타스는 2년 넘게 잡히지 않고 숨어 지내다가 2008년 8월에야 검거됐다. 숨어 지낸 것도 아닌 모양이다. 그는 2008년 6월에 벌어진, 한 기업 총수가 13일 동안 납치된 끝에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난 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로빈 훗' 탈옥에 열광하는 사람들 두 탈옥수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죄목은 무엇일까. 팔레오코스타스는 1995년의 납치, 서너 건의 은행 강도, 무기 소지 등의 죄로 25년 이상의 형을 받고 복역하고 있는 중이다. 리자이는 살인죄를 저지른 무기수이며, 3년 전의 탈출 뒤에도 두 건의 청부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두 사람에게는 2006년의 탈옥 혐의가 추가되었다. 3년 전에 코리달로스 교도소 위로 헬리콥터를 몰고 와 두 죄수를 빼낸 사람은 팔레오코스타스의 형이었다. 형은 그 자신도 탈옥한 전력이 있고, 은행 강도 16회의 기록을 갖고 있는 등, 범죄 행각으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그는 수감중이다. 이번 탈옥은 누구의 작품인지, 여성 사업가로 위장한 뒤 헬기를 빌리고 대담하게 총질까지 하며 죄수들을 빼낸, <샹떼>의 달 같은 여인은 누구인지,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탈출극에 가담한 사람들의 얼굴을 아는 헬리콥터 조종사를 죽이지 않았다. 사실 팔레오코스타스 형제는 일부 그리스인에게 로빈 훗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들은 자기네가 벌이는 범죄 행위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며, 훔치거나 강탈한 금품 중 일부를 가난한 사람에게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탈옥 소식이 전해진 직후 팔레오코스타스를 지지하는 온라인 팬클럽이 12개 이상 개설되었으며, 수백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정부가 대중으로부터 외면 당하는 정치 상황도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고 보안 감옥에서 똑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일을 두 번이나 당한 그리스 당국은 벌집을 쑤신 형국이다. 법무장관은 사건이 난 당일에 법무부 교도 치안 담당관, 교도소 총감독관, 코리달로스 교도소 소장 등 3명을 신속하게 파면하고, 교정국장의 직무도 정지시켰다. 교도관 세 명도 구속됐다. 당국은 이 탈옥 사건이 교도소 내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당국은 두 탈옥수가 수감되어 있던 건물에 근무한 모든 교도관들의 은행 계좌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탈주범들은 3월1일 현재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스타일을 구기고 정치적 공격까지 받고 있는 그리스 정부는 북부 산야 지대를 이잡듯 누비며 사상 최대의 추적 작업을 벌이는 중이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로빈 훗으로 추앙받는 범죄자의 헬리콥터 탈옥 사건은 많은 극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 영화보다 더 영화답다. <샹떼>에서 달이 손수 헬리콥터를 배운 뒤 빠리의 샹떼 감옥 위로 날아간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그리스 탈옥극을 빚어낸 것은 무엇일까. 수감된 이유든 탈옥 자체든 모두 범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범죄 치고는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사건이다. 관련 기사: http://www.google.com/hostednews/ap/article/ALeqM5i3Ks-O5KRBNdsoFYisncgDeWIi7AD96GV0UG0 http://www.google.com/hostednews/ap/article/ALeqM5i3Ks-O5KRBNdsoFYisncgDeWIi7AD96HFAN80 http://www.guardian.co.uk/world/2009/mar/01/greece-helicopter-escape-vasilis-paleokostas 실제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37kcuiM7GgE <샹떼> 이미지: http://cinema.mcm.net/Cinema/Photos-film/Photos-acteur/Beatrice-Dalle/(image)/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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