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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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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다급히 전화를 하셨다.
나: 어디세요? 그: 주유소인데요. 나: 무슨 일인데요? 그: 차에 디젤 기름을 넣었어요... 큰일났다. 가솔린 차에 디젤유를 넣었다니. 아시다시피 미국 주유소는 대부분 자기가 기름을 넣는 셀프 서비스다. 우리 동네에 수많은 주유소 중에서 직원이 기름을 넣어 주는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단 한 군데고, 물론 내가 그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은 없다. 예전에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얼떨결에 주유소에 들어갔더니 직원이 뛰어나와 기름을 넣고 앞 창을 닦아주는 바람에 불편해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자기가 직접 넣다 보니 이런 실수도 벌어지는 모양이다. 원래 디젤유와 가솔린은 급유기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고, 차 연료 탱크에 넣는 노즐의 사이즈도 조금 다르다. 모두 실수로 두 종류를 섞어 넣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게다가, 도심의 주유소에는 디젤 급유기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이삿짐 트럭인 U-Haul 같은 걸 빌려 쓴 뒤 탱크를 채워 돌려주려면, 디젤을 넣을 수 있는 주유소를 한참 찾아야 할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실수는 벌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주에 따라 주유소나 급유기가 다른 경우가 있어서, 주를 건너뛰며 여행할 때 이런 사고가 가끔 생긴다. 또 한 이유가 있다.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잘 한다. 가솔린 차에 디젤유를 넣었을 경우, 가장 모범적인 정답은 디젤 기름이 들어간 것을 안 순간 이후로 자동차를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서비스 센터로 견인해 가는 것이다. 이미 상당한 거리를 운행했다면 좀 심각하다. 어떤 사람은 가솔린 자동차의 빈 탱크에 실수로 디젤 연료를 가득 채워넣고 한참을 달렸다. 뒤에서 연기가 많이 발생했는데, 괜찮아지겠지 하고 계속 달린 대인배였다. 퉁퉁거리던 엔진은 급기야 멈추고 말았다. 이 사람은 차의 주요 부품을 모두 갈아야 했으며, 이 수리에 5천 달러 이상 들었다. 적은 양이 들어갔을 때는 의견이 좀 갈린다. 이 경우는 급유를 하는 도중에, 잘못된 연료를 넣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경우다. 역시 모범 정답은 시동을 걸지 말고 서비스 센터로 끌고 가는 것이다. 서비스 센터에서는 연료통의 드레인 마개를 빼서 들어있는 디젤 연료를 모두 제거한 뒤, 필요하다면 연료 파이프 등을 빼서 청소하거나 교환한다. 이 작업에 드는 비용은 150~500달러 정도다. 사소한 실수 치고는 이 정도도 엄청난 출혈이다. 그래서 모범 정답 말고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적은 양의 디젤유를 가솔린으로 희석하는 방법이다. 즉 이미 들어간 디젤 연료를 간이 펌프나 사이펀을 이용해서 최대한 빼내고, 가솔린으로 가득 채움으로써 남은 디젤유를 최대한 희석하는 것이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10~20% 정도까지의 디젤은 엔진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배기구에서 연기가 발생하지만, 곧 사라진다는 것. 물론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에게 전화를 주신 분도 이런 상황이었다. 얼떨결에 디젤 연료를 넣다가 아차! 하신 것이다. 탱크에 2갤런 정도가 들어갔다. 물론 시동은 켜지 않았다. 나는 깔끔하지만 비싼 해결책(차를 움직이지 말고 견인한 뒤 수리를 맡기는 방법)과 좀 귀찮고 약간의 위험이 따르지만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방법(디젤을 빼내고 고급 가솔린을 채워 움직이는 방법)을 모두 알려 주었다. 디젤유(중유나 경유)와 가솔린은 연료 자체의 특성이 다르며, 각 연료를 쓰는 엔진의 구조도 다르다. 예컨대 디젤 엔진에는 점화 플러그가 없다. 디젤유가 분사되면서 자체적으로 발화하여 연소한다. 이렇게 구조와 작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잘못된 연료를 넣으면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분이 손상을 입는다. 굳이 따지자면, 가솔린 엔진에 디젤유를 넣은 것보다 디젤 엔진에 가솔린을 넣은 것이 더 큰 재앙이라고 한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유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지만, 디젤 엔진에 가솔린이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된다는 것. 예전에 읽은 코믹한 기사가 있다. 어떤 사람들이 호숫가에 차를 대놓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었다. 경찰이 달려가 확인해 보니, 가솔린 차에 잘못 넣은 디젤을 뽑아내 호수에 버리고 있던 참이었다. 내게 전화를 주신 분은 한밤중에 친구까지 불러 내어, 차를 밀어서 한적한 주차장으로 옮겨 놓으셨다. 다음날, 결국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서 차를 끌어가게 했다. 서비스 센터는 견인을 포함한 수리비로 200달러를 내라고 했다. 이 정비소에 맡기기 전에 전화해 본 다른 정비소에서는 450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200달러짜리, 혹은 450달러짜리 실수를 하는 데 든 비용은 디젤유 2갤런 값 5달러와 그 연료를 넣는 데 걸린 시간 약 30초였다. [덧붙임] 경유 차량이 많은 한국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할 듯하다. 주유 전문가(?)들이 직접 넣어주기는 하지만, 이들도 종종 실수를 한다고 한다. 한국 상황에 더 맞는 도움말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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