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개인적으로
용서가 안 되는 것 맞습니다.
'6,000천원, 2,834천원'은 족보도 없는 국적 불명의 숫자 표기 방식입니다.
이런 표기 방식은 물론 영어식 숫자 표기를 빌려 와 그대로 쓰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영어에서는 숫자 단위가
일(ones) > 십(tens) > 백(hundreds) > 천(thousands) > 백만(millions) > 십억(billions)...
의 순서로 되어 있죠. 그러나 우리가 쓰는 숫자 단위는
일 > 십 > 백 > 천 > 만 > 억 > 조...
의 순서입니다. 백 단위 이하의 작은 숫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천을 넘어 숫자가 커지면, 이를 표기하고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문제의 6,000천원(6천천원)은 600만, 혹은 6백만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영어로 표시하자면 6,000천원(6,000 thousands won)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쓴 문서에 저 따위 표시를 하면 용서가 안 되죠.
왜 이런 국적 불명의 표시가 종종 등장하는 것일까요. 외국 문서를 그대로 들여와 무성의하게 번역했을 때 이런 표기가 나오며, 그런 게 관행이 되고 습관이 되어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쓰이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표현은 도표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도표 안에 숫자를 백만이나 십억 단위로 잘라 써 넣고 밖에다 '단위 백만원' '단위 십억' 식으로 쓴 경우입니다.

인터넷에서 금방 찾아 본 보고서 중 한 쪽입니다. 위의 표에서는 '40.5'라는 숫자의 단위로 '백만'을 썼습니다. '4050'으로 하고 단위를 '만'으로 하는 게 훨씬 알아보기 쉽습니다. 아래의 표에서는 '279.6' 같은 숫자들에 대한 단위로 '십억'을 썼습니다. 역시, '2796' 이라고 하고 단위 '억'을 해야 합니다.
한글 보고서인 것으로 보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임이 분명합니다. 원 자료야 어떻게 되어 있든, 우리말로 고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양식으로 표기를 하면 도표를 읽는 한국인은 이를 다시 우리식 표현으로 바꾸어 읽어야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고, 이는 도표 작성자로서의 예의가 아니죠. 도표에 들어 갈 큰 숫자는 분명 어딘가에서 잘라야 하겠지만, 우리 식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지 않고 그냥 잘못된 관행을 타성적으로 따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숫자 표시에서 세 자리마다 점(콤마)을 찍는 것도 매우 부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시 방식도 영어식 표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예컨대,
3,783,745,788달러 = 3빌리언 783밀리언 745사우즌드 7헌드레드 88달러
가 되어 매우 메이크 센스합니다. 하지만 우리말로는 콤마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숫자를 읽고 인식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제대로 하려면 네 자리마다 콤마를 찍어야죠.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37,8374,5788원 = 37억 8374만 5천7백8십8원
이 되어야죠.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주 직관적이지 않습니까. 생각 같아서는 이렇게 쓰면 좋겠는데, 이제 와 모조리 바꿀 수도 없으니, 그저 약소국으로 시작한 나라의 많은 설움 중 하나로 안타까이 여겨야 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세 자리 콤마 표기 방식에 맞추어, 우리도 숫자 단위를 뮐리언, 뷜리언으로 바꾸자는 미친 놈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까.
(하지만 애먼 '엄한'은 어떻게 좀 안 될까요...)
그림: 본문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으므로 출처 생략.
용서가 안 되는 것 맞습니다.
'6,000천원, 2,834천원'은 족보도 없는 국적 불명의 숫자 표기 방식입니다.
이런 표기 방식은 물론 영어식 숫자 표기를 빌려 와 그대로 쓰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영어에서는 숫자 단위가
일(ones) > 십(tens) > 백(hundreds) > 천(thousands) > 백만(millions) > 십억(billions)...
의 순서로 되어 있죠. 그러나 우리가 쓰는 숫자 단위는
일 > 십 > 백 > 천 > 만 > 억 > 조...
의 순서입니다. 백 단위 이하의 작은 숫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천을 넘어 숫자가 커지면, 이를 표기하고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문제의 6,000천원(6천천원)은 600만, 혹은 6백만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영어로 표시하자면 6,000천원(6,000 thousands won)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쓴 문서에 저 따위 표시를 하면 용서가 안 되죠.
왜 이런 국적 불명의 표시가 종종 등장하는 것일까요. 외국 문서를 그대로 들여와 무성의하게 번역했을 때 이런 표기가 나오며, 그런 게 관행이 되고 습관이 되어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쓰이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표현은 도표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도표 안에 숫자를 백만이나 십억 단위로 잘라 써 넣고 밖에다 '단위 백만원' '단위 십억' 식으로 쓴 경우입니다.

인터넷에서 금방 찾아 본 보고서 중 한 쪽입니다. 위의 표에서는 '40.5'라는 숫자의 단위로 '백만'을 썼습니다. '4050'으로 하고 단위를 '만'으로 하는 게 훨씬 알아보기 쉽습니다. 아래의 표에서는 '279.6' 같은 숫자들에 대한 단위로 '십억'을 썼습니다. 역시, '2796' 이라고 하고 단위 '억'을 해야 합니다.
한글 보고서인 것으로 보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임이 분명합니다. 원 자료야 어떻게 되어 있든, 우리말로 고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양식으로 표기를 하면 도표를 읽는 한국인은 이를 다시 우리식 표현으로 바꾸어 읽어야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고, 이는 도표 작성자로서의 예의가 아니죠. 도표에 들어 갈 큰 숫자는 분명 어딘가에서 잘라야 하겠지만, 우리 식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지 않고 그냥 잘못된 관행을 타성적으로 따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숫자 표시에서 세 자리마다 점(콤마)을 찍는 것도 매우 부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시 방식도 영어식 표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예컨대,
3,783,745,788달러 = 3빌리언 783밀리언 745사우즌드 7헌드레드 88달러
가 되어 매우 메이크 센스합니다. 하지만 우리말로는 콤마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숫자를 읽고 인식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제대로 하려면 네 자리마다 콤마를 찍어야죠.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37,8374,5788원 = 37억 8374만 5천7백8십8원
이 되어야죠.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주 직관적이지 않습니까. 생각 같아서는 이렇게 쓰면 좋겠는데, 이제 와 모조리 바꿀 수도 없으니, 그저 약소국으로 시작한 나라의 많은 설움 중 하나로 안타까이 여겨야 할 수밖에 없나 봅니다.
세 자리 콤마 표기 방식에 맞추어, 우리도 숫자 단위를 뮐리언, 뷜리언으로 바꾸자는 미친 놈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까.
(하지만 애먼 '엄한'은 어떻게 좀 안 될까요...)
그림: 본문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으므로 출처 생략.




덧글
평원 2009/06/19 04:34 # 삭제 답글
덕분에 오늘 생각 좀 했습니다. 근데, 저렇게 작성해야만 있어보이고 센쓰있어 보인다는 말도 안되는 페이퍼 매너를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식겁했다능.deulpul 2009/06/19 06:11 #
잘못된 관행이 전문가 집단에서 흔히 쓰이다 보니, 그렇게 표시하는 게 있어 보이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 참 많죠. 차근차근 생각하며 고쳐나가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2009/06/19 06:4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deulpul 2009/06/20 05:59 #
그게, 익숙해지면 덜 불편한가 봅니다. 제대로 하도록 바로잡으면 처음엔 불편해도 조금 지나면 곧 괜찮을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네요, 하하.이상훈 2009/06/19 09:18 # 답글
하지만, 위에서 시킨다면 어쩔 수 없다는 점... ㅡ.,ㅡ;;deulpul 2009/06/20 05:59 #
위로 가셔서는 그러지 마십시오.妙香 2009/06/20 00:37 # 답글
‘애먼’과 ‘엄한’도 그렇지만, ‘다르다’와 ‘틀리다’도 좀 어떻게 좀 했으면 하네요.deulpul 2009/06/20 06:01 #
고전이죠. 틀리다를 다르다로 쓰는 경우는 없지만, 다르다를 틀리다로 쓰는 경우가 있어 문제입니다. 정말, 이 어법 착오는 철학이나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고, 다르다를 틀리다로 쓰면 틀리다.supavista 2009/06/20 08:32 # 답글
절대로 바꿀수 없다에 한표 날립니다. 기획쪽에서는 특히나. 본부장이상급 중역, 사장단에서는 페이퍼웍에 있어서 (단위:백만원 or 억원 or 백만U$)를 보는게 아니거든요. 늘상 보던 ',' (콤마)단위로 인지해왔던 수치를 읽는겁니다. 해외나 타사의 업계동향을 보고하는 자료가 아니라면 어짜피 자기들이 사용하는 숫자 단위로 맞추게 되죠. 주로 4자리이하정도?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문서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함이죠. 뭐 쎈쓰있어보이고 어쩌고 하는건 아닌듯 보입니다.
특히나 단순히 수치를 보고 기억했다가 누가 물어봤을때 대답하기 위함은 자신이 늘상 봐오던 단위로 표기해주는 것이 업무의 효율을 높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보입니다.
deulpul 2009/06/20 23:18 #
위에서 관행적, 타성적이라고 한 말이 그 이야기입니다.misty 2009/06/27 05:58 # 삭제 답글
이글을 읽다보니 생각나는게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따라가는 서양식중의 하나가 이름표기죠.. 분명히 성이 앞으로 들어가서 우리식 이름이 완성됨에도 불구하고외국인만 만나면 자연히 성을 뒤로 돌려서 서양식에 따라 자신을 소개하는법이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은거 같더군요. 이러다 보니 서양언론조차 현지 표기식을 따라 반기문 이명박으로 표기하지만 어떨때는 한국인들이 알아서 이름을 바꿔주니 한국이름들은 성이 뒤로갔다 앞으로 갔다 엉망이더군요..
deulpul 2009/07/05 05:24 #
네,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양식으로 성과 이름을 뒤바꾸어 표현하는 것은 양넘들과 의사 소통할 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어떤 경우는 (특히 높으신 어르신들) 그냥 한글식으로 쓰기 때문에 혼동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양넘님들은 본인이 어떻게 불리기를 원하느냐에 따라 불러주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냥 뒤집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덜 복잡하죠. 여하튼 이런 점 때문에, 영문 매체에서 괴로워하는 모양 가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