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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된 놈들이 다 나쁜 놈들이 아니고 좋은 놈들이 다 못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쁜 놈들이 흔히 잘 되고 좋은 놈들이 종종 못 되는 것을 보면, 운명이랄까에 약간의 의심을 아주 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다.
사마천이 <사기 열전>을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로 시작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제1장은 백이, 숙제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마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것은 인생에 대한 큰 물음이기도 하다. 하늘에 도가 있고 세상에 뜻이 있다면, 어찌하여 나쁜 놈들이 잘 되는 것일까. 사마천의 언어로 하면 다음과 같다.
그 뒤 사마천은 공자가, 부귀를 구할 수 있다면 천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할 것이며, 구할 수 없다면 홀로 덕이나 닦겠다고 한 말을 들어, 부귀와 군자가 병존할 수 없는 게 천도인가 하고 질문한다. 또 옛 성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가죽 대신 꽃다운 이름을 남기기 위해 독실한 자세로 나아가고 물러남을 실천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이름이 사라지고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 아이러니를 의문시한다. 2천1백년 전에 나온 질문이다. 사마천에서 오늘에 이르는 그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선인도 태어나서 죽고 악인도 태어나서 죽고, 평범한 사람도 태어나서 죽었다. 세상의 역사는 개인의 삶으로 쪼개져 무한히 반복되느라 바빴는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큰 진전이 없다. 진전은커녕, 개인의 협소한 삶을 챙기기도 급급해지는 시대, 결과가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되어 가는 시대, 악인 되기를 권하는 시대에, 이런 질문조차도 사라져 간다. 성속(聖俗)에서 수많은 종류의 윤리학이 나오고, 그 규범을 채워 놓은 윤리 교과서가 서가에 넘치더라도, 윤리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이 있는 한, 다른 사람이 윤리할 때 윤리하지 않음으로써 돈과 권력을 오히려 편하게 선취하기로 작정한 사람이 있는 한,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한, 사마천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쁜 놈들이 잘 되고 좋은 놈들이 못 되는 게 하늘의 뜻인가. 곧은 이는 고사리나 뜯다가 굶어 죽어야 하는 것이 하늘의 뜻인가. 불의를 보고 의연히 일어나 바로잡으려 했던 이들은 밥숟갈을 걱정해야 하는 곤경에 빠지고, 불의를 타고 살아온 자들의 용렬한 삶이 방무도(邦無道)의 시대를 만나 더욱 일취월장하는 세태. 아니, 사실 언제든 그러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하여, 오늘을 사는 나 역시 같은 질문을 되씹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하늘에, 뜻이란 게 있다면, 이게 그것이란 말인가. * <사기 열전> 인용 부분은 남만성(南晩星)이 번역한 을유문화사 발행본의 내용을 일부 수정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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