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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장면을 어디서 봤더라. 분명 보긴 봤는데, 처음에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였더라.
에피소드 1 때: 2009년 5월22일 오전 장소: 문화체육관광부 건물 앞 등장인물: 유인촌, 한예종 학생, 비서관들. (유인촌, 자전거를 타고 문화부로 들어가다가 한예종 감사 결과에 항의해 1인 시위를 벌이는 학생에게 말을 던진다.) 유인촌: (자전거를 타고 가며) 얼른 가 공부해. 왜 고생하냐, 다 해 준다는데, 나 이런... (성질이 뻗쳐서?) 학생: (머뭇거린다.) 유인촌: (학생 근처로 다가와 실실 웃으며) 괜히 고생하지 마. 그런 건 학교에서 의논하는 거야. 안심하고 공부 해. 에피소드 2 때: 2009년 6월3일 오전 장소: 문화체육관광부 건물 앞 등장인물: 유인촌, 한예종 학생 학부모, 비서관들 (유인촌, 흰 모자를 쓰고 자전거에 걸터앉은 채 학부모에게 뭔가 이야기를 한다.) 유인촌: 학부모께서 이렇게 올 필요가 없어요.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를 시켰지? 학부모: 내가 몇 살인데 세뇝니까. 유인촌: 세뇌가 되신 거지. 딸이 서사창작과 다닙니까? 학부모: 네. 유인촌: 그래서 그래. 그게 잘못된 과(科)거든 그게. 학교가 잘못 만든 과라 이거에요. 학부모: 그게 예술하시는 분이 할 소립니까. 유인촌: (자전거를 타고 사라지며) 아, 잘 됐어요, 고생하지 마세요. 한 주인공은 근심하고 또다른 주인공은 비꼬고 비아냥거리는 이 두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는 이건 틀림없이 어디선가 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렴풋하게 그런 느낌만 날 뿐, 그게 언제 어디서였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 전, 정혜신의 <사람 vs.사람> 중에서 당시(2005년) 서울시장이던 이명박에 대해 쓴 부분을 다시 읽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모델이 된 실화 때: 2003년 8월20일 오후 장소: 서울시청 정문 앞 등장인물: 이명박, 여성 사회복지사, 수행 비서 (30대 여성 사회복지사, '복지 예산 현실화'라는 글귀가 쓰인 검은 조끼를 입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명박이 정문 안으로 들어가자, 복지사는 유인물을 전달하려 한다.) 이명박: (구호가 쓰인 조끼를 보며) 이런 옷 사 입을 돈 있으면 운영비 지원 안 해도 되겠네. 복지사: (어이가 없어 하며) 사회복지사들이 사비를 모아 마련한 겁니다. 이명박: 돈을 내서 그런 옷 사 입을 정도면 월급 많은 거 아냐? 시위나 유인물 배포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럴 시간 있으면 겸손한 마음으로 사회 복지에나 힘쓰지? 유인촌의 에피소드는 인물, 사건, 배경은 물론, 주제, 구성, 문체까지 모두에서 이명박 에피소드의 판박이였다. 2009년의 유인촌은 2003년의 이명박을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1989년의 유인촌이 1970년대 초의 이명박을 연기하듯이. 아니나 다를까,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유인촌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그의 말에 따르면, 유인촌은 이명박의 추진력에 반했으며, 오랫동안 이명박을 닮아왔고, 그 결과 몰입, 매진 등의 공통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명박 따라하기, 혹은 이명박 연기는 물론 서울시장 때에 비롯된 것은 아니다. 유인촌의 이명박 연기는 적어도 1989년에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을 시사하는 인물로 나왔던 때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당시의 유인촌은 드라마 속에서 이명박을 연기했지만, 지금은 현실에서 이명박을 연기한다. 한편, 이명박 연기에 몰입, 매진하고 있는 유인촌은, 그가 이명박의 장점으로 꼽는 추진력이 지금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알까. 대통령이 되고 나서의 평가일 필요도 없다. 정혜신이 2005년에, 이명박의 과도한 추진력을 경계하며 쓴 글의 중간 제목은 "통제 불능의 자신감, 그리고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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