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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도 저작권이 있습니까?
무슨 철없는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한 세기 전만 해도 뜨거운 논란이 되던 질문이었습니다. 사진이란 저자가 쓰거나 화가가 그려서 창작해 낸 작품이 아니다. 이미 있는 피사체를 기계가 찍어 나온 결과물이다. 이런 작품에 대해 사진가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할 것인가. 1880년대 뉴욕의 유명한 사진가인 나폴레온 사로니(Napoleon Sarony)는 길거리를 지나다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에 자신이 찍은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이 한 석판회사의 광고물에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와일드를 자기 스튜디오에 앉혀 놓고 찍은 일련의 사진들 중 하나인 '오스카 와일드 No. 18'이었습니다(아래 사진). 이 사진에서 와일드는 오른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왼손은 얼굴을 괸 채, 빅토리아풍으로 연출된 스튜디오에 앉아 있습니다. ![]() 사로니는 자신의 사진을 무단 출판한 석판회사를 찾아가,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인쇄한 데 대해 따졌습니다. 석판회사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당신이 사진을 찍었소? 카메라가 했지. 당신은 그저 기계를 조작했을 뿐이지 않소. 그럼, 당신이 오스카 와일드를 낳았소? 그것도 아니지 않소. 이미 있는 와일드를 기계가 찍은 게 사진인데, 그게 왜 당신의 권리란 말이요?"격분한 사로니는 이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습니다. 이 소송이 바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사진의 저작권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버로우-자일스 석판회사 대 사로니' 사건입니다. 당시는 무대 배우나 작가들 같은 유명인의 스튜디오 사진이 큰 인기를 끌며 팔리던 때였습니다. 사진가들은 유명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스튜디오에 불러내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온 사진을 팔면 큰 돈이 되었습니다. 사로니도 명사들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 사진을 무단으로 쓴 석판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사로니는 1심과 2심에서 승소했고, 대법원에서도 이겼습니다. 사진의 본질을 물고 늘어지던 석판회사는 연속된 패배에도 불구하고 계속 항소를 했으며, 그 결과 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사로니의 손을 들어 주며 사진이 저작권 보호 대상임을 천명한 1884년 미국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사진이라는 존재를 저작물(writing)로 평가할 것인가였습니다. 미국 헌법 제1장 8부 제8조에는, (The Congress shall have power) to promote the progress of science and useful arts, by securing for limited times to authors and inventors the exclusive right to their respective writings and discoveries;라고 되어 있습니다. 미국 저작권법의 근거가 되는 헌법 조항입니다. 이에 따라 저작권법이 제정되어 있었으며, 사건이 벌어진 당시의 법인 1870년의 저작권법은 사진에 대해 저작권이 성립한다고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이 미국 저작권법에 포함된 것은 1865년입니다.) 그러나 사로니의 사진을 쓴 석판회사는, 사진이란 기존의 풍경이나 인물을 기계 장치를 통해 단순히 재생산해 낸 것에 불과하며, 아무런 독창성이 반영되지 않고, 따라서 저작물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한 1870년의 저작권법은 위헌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대법원은, 사로니가 와일드를 촬영하면서, 특정한 포즈를 잡도록 하고 의상과 소품을 결정하고 연출했으며 조명의 양과 방향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의도하는 표현이 나오도록 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은 결국, 사진가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예술적 개념을 표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이 요소들 하나하나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이들이 종합되어 나온 사진은 독창성 있는 예술품이요 저작물로서 아무런 손색이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사진이란, 비록 기계 장치의 결정적 도움을 통해 창작되기는 하지만, 그 결과물에 사진가의 독창성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저작권이 보호되어야 할 writing이라는 판결입니다. 그럼,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인쇄하였을 경우, 그 인쇄본에 대한 저작권은 찍힌 사람(모델)이 가질까요, 찍은 사람(사진가)이 가질까요, 찍으라고 시킨 사람(스튜디오 경영자)이 가질까요, 인쇄한 사람(출판업자)이 가질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미국 대법원이 사로니의 판결에서 인용한 영국 판례가 제공해 줍니다. 1883년 영국의 '노터지 대 잭슨' 사건에서, 여왕좌 법원(Queen's Bench)의 판사는 저작권자를 판단하는 데에서 '근접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했습니다. 사진이 찍히는 현장, 사진의 피사체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사진에 대한 직접적 저작권자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은, 사진이라는 작품에 독창성이 들어 있다면, 그 독창성은 바로 그 사진이 찍힐 때 이를 주관했던 사람에 의해서 나온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모델이 사진의 저작권을 가지지 않는 것은, 데생의 모델이 그림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요.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여기는 사진의 저작권도, 초기에는 이렇게 피튀기는 싸움을 겪으며 그 개념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재판에서 승소한 사진가 사로니는 석판회사로부터 당시 돈 610달러, 지금 돈으로 1만2천 달러를 받았습니다. 사로니 대법 판결이 나온 1884년은 조지 이스트만(George Eastman)이 종이 형태의 필름을 처음으로 개발한 해이기도 합니다. 사진: 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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