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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이 된다. 이메일로 오고 간 이야기가 아니라, 이메일에 대한 이야기다. <뉴욕 타임스>의 오피니언 지면 부편집장인 데이빗 쉬플리(David Shipley)와 하이퍼리언 북스 편집장 윌 슈왈브(Will Schwalbe)가 함께 쓴 <센드(Send: Better It Do to How and Badly So Email People Why)>는 본격 이메일 가이드라 할 수 있다. 이메일이 등장한 초창기에 나온 책인가? 아니다. 2007년에 초판이 나왔고, 2008년에 두 번째 에디션이 나왔다.
이메일을 쓰는 게 뭐가 어렵다고 가이드까지 필요한가? 저자들에 따르면, 필요하다. 이메일은 매우 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조심해야 할 통신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기회 있을 때 살펴보기로 하고, 저자들이 지적한 이메일의 단점 여덟 가지를 잠깐 보자. 1. 간편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통을 증대시킨다. 예컨대,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답을 구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낸다. 잡담을 나누기 위해 동료의 책상을 10분에 한 번씩 찾아가지 않는다면,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2. 이메일 때문에 전화 통화가 크게 줄였지만, 모든 전화를 이메일로 대신할 수는 없다. 이메일은 본질적으로, 합의하고 동의하고 문제를 종결짓는 데 어울리지 않는 소통 수단이다. 감정의 수위를 조절할 수 없고, 민감한 상황을 다루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3. 당신이 누구나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인간 사회에 있어야 할 적당한 위계 질서가 흔들린다. 과거에는 말 걸기도 어려웠던 사람에게 클릭 한 번으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 평등한 세상인 것 같지만, 꼭 필요한 공식성을 곧잘 무시하게 되고, 그 결과 피를 보는 수가 생긴다. 술을 퍼먹느라 수업에 빠진 학생이 과제물을 확인하기 위해 교수에게 밤 10시에 전화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메일로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입학 심사 교수에게 "Hey, Professor Haig" 하고 시작하는 이메일이 날아드는 판이다. 빌 게이츠에게는 하루에 수천 통의 이메일이 배달된다. 물론 그는 이를 다 읽지 않는다. 과거에 그와 이메일을 나눈 적이 있는 사람의 이메일만 뜨도록 하는 필터를 사용한다. 나머지는 비서가 알아서 버릴 건 버리고 요약할 건 요약한다. 4. 시간의 규제를 받지 않으므로, 아무 때나 찾아온다. 이메일은 내용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가치 있는 이메일인지 알기 어렵다. 일단 열면 시간을 뺏기고 주의가 흐트러진다. 연구에 따르면, 작업을 하던 중에 다른 메시지를 보게 되면, 다시 원 작업으로 돌아가는 데 거의 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돌아가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40%는 하던 일을 접고 딴 짓을 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5. 이메일은 저장되고 검색되는 기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이메일 내용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보낸 이메일뿐 아니라, 내가 받은 이메일도 나를 법적 궁지에 빠뜨릴 수 있다. 업무와 관련한 소소한 내용이 이메일로 휙 도착했다고 해 보자. 귀찮거나 중요하게 보이지 않으므로, 읽어보지도 않고 지워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보낸 사람은 분명히 알려 줬다고 발뺌을 할 것이다. 이메일은 남에게 책임을 얼렁뚱땅 전가하려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통신 수단일 수도 있다. 6. 간편하게 포워딩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매우 위험한 요소이기도 하다. 내가 보낸 이메일은 언제든 제3자에게 포워딩될 수 있다. 편지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자기에게 온 편지를 남에게 보여주거나 뿌리는 경우는 그 짓을 하는 사람도 의도를 의심받는다. 이메일 포워딩에서는 포워딩한 사람은 주목되지 않고, 메시지나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만 주목된다. 7. 이메일 내용이 편집될 수 있다. 남에게 포워딩될 때 그 내용이 바뀔 수 있으며, 내용에는 손을 대지 않더라도 부분 인용을 통해 원래의 뜻이 왜곡될 수 있다. 8. 첨부 파일은 위험한 보따리다. 계정 공간을 쉽게 잡아먹으며, 바이러스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꼭 필요한 파일만 최소한으로 주고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이 지적한 내용은 여기까지다. 간편한 통신 수단인 이메일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본 듯 하지만, 이메일을 잘못 다루어 낭패를 겪는 사례는 현실에서 흔히 벌어진다. 예컨대 '2008 최악의 이메일 사고 10선'. 나도 실수로 잘못 온 이메일을 일주일에 한두 통 받는다. 그 중에는 상당히 민감한 것도 있다. 예전에 한 단체의 메일링리스트로 온 메일 중에는, 회원이 집행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동료에게 보낸다는 게 전체 메일로 온 게 있었다. 6번과 관련해서, 미국 사람들은 포워딩 무척 좋아한다. 특히 업무 관련한 메일은 웬만하면 돌림빵으로 돌고 있다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잘 몰랐을 때, 학과 아줌마에게 일 처리를 부탁하며 어떤 교수가 좀 이해가 안 된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아줌마가 일과 관련되어 있는 앞부분뿐 아니라 메일 전체를 통째로 관련 교수들에게 돌려버리는 바람에 진땀을 뺀 적이 있다. 여기에 꼭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 많은 사람이 이메일을 개인간의 비밀스러운 통신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해다. 이메일은 노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통신이다. 작금 한국의 수사 기관들이 그렇듯, 이메일은 (적당한 요식 절차를 거쳐) 얼마든지 손쉽게 열람, 검열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그렇다. 해킹 등을 통해 얼마든지 노출될 여지가 있다. 이메일이 무작위로 노출된 이런 사고도 있고. 그런 점에서, 이메일은 풀로 입구를 딱 봉하는 편지라기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엽서에 가깝다. 엽서에 회사 기밀이나 남들이 알면 안 되는 일을 적어 보내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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