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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포르노 업체, 한국 네티즌 수천명 고소
아직도 많은 나라가 포르노그래피의 제작 및 유통 자체를 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현실이 어떻든, 국내 제작된 포르노그래피의 저작권이 존재할 수도 없고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침해가 있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내면, 저작권자가 먼저 처벌됩니다. 결국 누군가가 (불법 제작된) 포르노그래피를 복제 유통하는 경우, 음란물 유통으로 처벌될 뿐이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받지 않게 됩니다. 문제는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 포르노그래피가 금지국에 불법 수입되어 유포되는 경우입니다. 현재 포르노그래피를 금하고 있는 나라는 주로 아시아와 이슬람권에 속해 있는 나라들입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말레이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한국, 베트남,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입니다. 모두, 실질적으로 얼마나 유통되는가와는 상관 없이, 포르노를 비롯한 음란물을 법으로 금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이런 나라의 포르노는 지하에서 자체 제작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한 불법 복제 포르노물이 유통의 주류가 됩니다. 그 편이 비용도 적게 들고 위험 부담도 낮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합법으로 제작된 포르노가 불법으로 유통될 때, 대개 해당국은 음란물 관련 법으로 처벌할 뿐, 저작권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해외 서버에 중국 최대의 포르노 사이트를 개설하고 불법 복제한 해적판 포르노를 유포하며 활동하던 중국인은, 2006년에 음란물 유포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죄는 묻지 않았습니다. 인도에서도 포르노그래피 영화와 사진을 유통시킨 사람들이 처벌받을 때, 음란물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저작권 부분은 무시되다시피 했습니다. 이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가 기강을 흔드는 저질의 데카당트 오락물에 대해 처벌하기 바쁜데, 이 저질 오락물의 저작권을 챙겨주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죠. 한국에서도 2006년에 이른바 '김본좌'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대의 야동 황제께서 침식을 거르시며 주로 일본의 포르노그래피 1만4천 편 이상을 상업적으로 유통시키다 체포당하신 사건입니다. 김본좌는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체포되었지만, 저작권 침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 침해을 당한 피해자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당시 친고죄). -- * -- * -- 우리나라에서 음란물을 규제하는 대표적인 법령은 형법이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243조 (음화 반포 등)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도 관련 조항이 있습니다. 제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된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란'의 정의, 즉 무엇이 음란한 것인가, 어디까지를 음란한 것으로 볼까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사회 일반의 인식과 궤를 갖이 할 수밖에 없죠. 같은 영상이라도 시대에 따라, 펄쩍 뛸 남녀상열지사가 될 수도 있고, 그림 좋은 영상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란물 처벌이 법에 명시되어 있더라도, 포르노그래피가 음란물에 속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음란물 처벌을 인정하는 사람도 어떤 포르노그래피는 음란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포르노의 저작권 침해 소송 사례에서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 * -- * -- 맨 처음 지적한 바와 같이, 외국에서 제작된 합법 포르노물을 유통이 금지된 국가에서 불법 복제해 유통했을 때는 더 복잡한 문제가 벌어집니다. 대개는 저작권자가 해당 국가에서의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는데, 유통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국 사법 체계에서 법률적으로 보호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미·일 포르노업체, 한국네티즌 수천명 고소' 사건은 이런 전례를 깨고, 포르노가 불법으로 인정되는 나라에서도 저작권을 챙기겠다고 나선 겁니다. 여기엔 몇 가지 논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글로벌 호구 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입니다. 예컨대 이번 같은 소송을 이란에 제기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이란의 태도가 옳든 그르든, 국가 법률에 주체적 의지를 확고히 갖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런 시도 해봤자 ㅄ삽질 소리만 듣고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죠. 제 나라보다 다른 나라를 먼저 챙겨주고, 제 국민보다 다른 나라 기업을 먼저 챙겨주는 나라입니다. 찔러보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무국적 시장근본주의자들이 앞장서서, 똥인지 된장인지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기업 이익 보호를 주장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결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밀어붙일 수 있는 좋은 전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외국 합법 포르노의 국내 불법 유통 상황에서는 국제 저작권 관련 조약인 베른 협약이나 세계저작권협약(UCC)도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개별 국가끼리 맺고 있는 저작권 관련 양자 규정입니다. 여기서 저작권 보호와 집행을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면, 국내에서 불법으로 간주되는 저작물이라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내법에 '음란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식의 명문 규정이 없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셋째, 사태가 이런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소송을 당한 사람들은 이중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법상 음란물 유포죄를 받고, 그에 더해 저작권 침해 혐의까지 인정되는 꼴입니다. 이번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낸 외국 업체들이 만든 포르노그래피가 한국 법이 말하는 음란물에 속한다면, 이들의 저작권 소송은 실질적으로 무의미합니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애초에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죠. 반대로, 이들의 포르노그래피 전부, 혹은 일부가 음란물의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것을 유통시킨 사람들은 형법 등의 처벌은 면하겠지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죄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양자 택일, 혹은 양죄 택일의 상황이 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인 올해 6월에 헌법재판소가 '음란 표현'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결정을 내린 것은 시사적입니다. 헌재는 음란 표현이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 출판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음란 표현도 언론, 출판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음란물을 배포한 데 대해 처벌한 정보통신망법은 합헌이라고 했죠. 즉, 음란을 표현할 자유는 있으나, 이를 배포, 전시하면 불법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부터 불법이란 말인지 얼른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음란물, 혹은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사회적 용인의 폭이 점점 넓어져 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포르노그래피가 범람하고 있는 현실과 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법안 사이의 괴리와 모순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은 일반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이며, 음란물에 대한 용인의 폭은 넓어져 가고, 그러나 음란물 유통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여전히 굳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모두 조합된다면, 이번에 소송을 당한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 저작권법 위반도 성립하고 형법 위반도 성립하는 꼴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넷째, 한국과 같이 포르노그래피가 금지되어 있는 나라에서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저작권 침해 행위는 다른 저작물의 권리 침해 행위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제작, 유통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저작권 침해를 통하지 않고서는 해당 저작물을 향수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특수 상황인 겁니다. 미국에서 미국인이 포르노그래피를 복제하여 유포했다면 이는 분명한 저작권 침해 행위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향유할 채널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국에서는 합법적인 제작, 유통 채널이 없습니다. 이 말은 포르노의 불법 복제 행위가 합리화될 수 있다거나 포르노를 불법 복제해 유통시킨 사람이 면책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법의 원천적 규제가 저작권 침해를 낳을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음란물이 금지된 곳에서 음란물의 저작권 위반 행위는 필연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수요가 있는 한 말입니다. 다섯째로, 2006년의 김본좌 사건에서 저작권 관련 피해자인 일본 업계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업체들로서는, 어차피 한국 법에서 보호되지 않는 포르노그래피인데, 나서봐야 득될 게 없었겠죠. 이런 업체에서 본다면, 어떤 의미에서 김본좌 같은 이는 포르노그래피의 유통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필요악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뿌린 씨를 거둘 때가 온 것일까요. -- * -- * -- 이번 사건이 갖는 두 측면, 즉 포르노그래피의 합법화 정도와 불법 저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포르노그래피는 현실 상황을 법이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기를 가진 인간이 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포르노를 합법화한 덴마크(1967년)이나 스웨덴(1970년)이 성범죄 천국인 것도 아니고요. 이것은 개고기 사례와 매우 흡사합니다. 현실에서 뻔히 벌어지고 있는데도 무슨 명분에서인지 법이 도외시함으로써, 오히려 유통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개고기처럼, 이미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을 극구 부정하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 말하자면 청소년에 대한 보호라든가 하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해외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는 이렇게 국내 합법화의 진행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제작, 유통을 불법화하면서 그 저작권을 챙겨주는 우스꽝스러운 꼴은 겪지 않아야 하겠기에 말입니다. 무슨 저작권 공화국도 아니고, 호구 공화국도 아니고 말입니다. 음란물 관련한 국내법이 있는 이상, 해외 포르노물을 불법 유통시킨 사람은 일단 국내법에 따라 처벌하고, 음란물의 영역에서 벗어남에 발 맞추어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이 상식적인 접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덧붙임] (아래 댓글에 대한 답글 중 일부를 본문에 붙입니다. 본문을 보충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슈는 '음란물, 혹은 포로노그래피에는 과연 저작권이 없는가'입니다.) 한국 저작권법을 보면, 저작물에 대한 정의를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로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는 주로 창작성이 들어가 있지 않은 법령 따위가 예시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작권법의 취지가 무엇인가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를 통해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한다(나중에 '관련 산업'이 포함됨)는 것이 법의 목표입니다. 이런 법 정신으로 보면, 다른 법에서 반사회적인 이유로 불법으로 인정한 대상을 보호한다는 것은 법의 일관성으로 볼때 말이 안 됩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작권법 문구로만 보면 얼핏 내용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저작권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법의 취지를 이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법원의 판단도 그런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설령 이론상 저작권이 인정된다 해도 이를 실질적으로 추구할 의지가 없어지니,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도 있습니다. 본문에서 '현실적으로' '실질적으로'라는 말을 자주 쓴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저작권 선진국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왔나 하는 것이겠죠. 예컨대 미국의 경우, 음란물이나 포르노그래피가 표현의 자유의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되기 전까지는 음란물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이나 저작권법에서 '비도덕적이고 음란한' 창작물은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문 규정은 없었지만, 법원들은 실제로 그런 판결을 내놨습니다. 실제 판결에서, 음란물에 대한 저작권을 배제한 것이죠. 이것은 미국 저작권법의 모델인 영국 저작권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8, 19세기 영국 저작권 법원은 음란물을 저작권의 예외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불법 활동으로 나온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론과, 법원은 사회의 도덕을 지키는 보루여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판결은 1867년의 Martinetti v. Maguire 사건입니다. 여기서 법원은 음란물에 대한 저작권 특혜는 주어지지 않으며, 저속하고 음란한 창작물은 '과학과 유용한 예술의 진보'(저작권법의 목표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물론 명시적인 문구에만 주목해서, 무엇이든 창작하면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법 적용 논리를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나 법의 취지로 보나 초기 사례로 보나, 일단 불법으로 간주되는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듯 합니다. 이게 마음에 안 드시면, "저작권은 발생하지만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다시 말해, 이 문제는 규정에 대한 실질적 해석과 현실적 적용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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