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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또다시 16시간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여기서 동쪽으로 달려 북버지니아, 워싱턴까지 가는 길이다.
항상 한여름 햇볕이 따가울 때나 한겨울 크리스마스 전후로 눈이 날리는 길을 달려서 다녀오곤 했으니 봄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여정이 널찍한 중부 평원에서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 동부 끝에 이르는 길이라, 한겨울에서 초여름까지 모든 계절을 이틀 동안 압축해서 경험할 수 있었다. 워싱턴은 벚꽃이 한창이었다. 포토맥 강변에 화려하게 핀 벚꽃은 충분히 아름다웠으며, 그 어느 사월, 머리와 몸이 함께 막 자라기 시작하던 때 찾았던 경주의 고분 위로 날리던 꽃비를 연상케 했지만, 미국의 수도에 벚나무를 옮겨 심을 생각을 했던 일본의 약삭빠름이 함께 떠올라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뜻한 동부 지역에서 벚나무나 층층나무 (Dogwood)1 가 꽃을 터뜨린 것을 보자니, 문득 내가 사는 곳에 꽃나무가 참으로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면 크고작은 꽃들이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나, 비라도 온 다음날이면 효간홍습처 (曉看紅濕處)2 의 축복을 누리곤 했던 남부 생활이 그리워지는 때도 이즈음이다. 갈때는 밤이라 몰랐는데, 돌아올 때 보니 애팔래치아 고개마루마다 도로를 내느라 자른 산의 절단면, 그 지층 위로 얼음과 고드름이 덮여 있었다. 펜실베이니아 산간 마을엔 눈도 하얗게 쌓여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그동안 다니지 않은 길을 택해서 왔다. 길은 조금 더 멀었지만, 언제나 가보고 싶지 않은 길을 가고 싶은 것이다. 길과 인생이 꼭같이. 아침 9시에 워싱턴을 출발해 다음날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했다. 잠깐씩 차와 사람에게 먹을 것을 충당해줄 때 말고는 그냥 내달렸으니 멀기는 참으로 먼 길이다. 마일로 따지면 1,100 마일 (1,800 킬로미터) 쯤 된다. 서울서 부산까지 430킬로미터 정도니까 이 구간을 두 번 왕복한 셈이다. 여덟 주(州)가 여정에 걸쳐 있었고, 돌아올 때는 하나가 더 추가됐다. 열 댓시간 운전이 갈수록 편해지니, 아무래도 체질인 모양이다. 옛날 나의 작은 꿈 중 하나는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은퇴한 뒤 택시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에는 DMZ 없는 조국의 산하를, 신의주로 강계로, 또 그 너머 대륙으로 달리고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도 나의 그 작은 꿈의 일부다. 1. Dogwood 가 층층나무라는 것은 친구 상현의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것임. 2. 두보의 시 春夜喜雨 중에서. 好雨知時節 좋은 비 시절을 아니 當春乃發生 봄을 맞아 만물을 소생케 하는구나 隨風潛入夜 바람을 따라 가만히 밤에 나리나니 潤物細無聲 세상을 적시면서도 소리도 없다 野經雲俱黑 구름 드리운 들길은 어둡고 江船火獨明 강 위의 배엔 불이 홀로 밝다 曉看紅濕處 이제 새벽에 붉게 물든 땅을 보리니 花重錦官城 금관성에도 꽃이 한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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