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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째 일요일인 4일 새벽 두시부터 일광절약시간제, summer time 이 시작됐다. 시간을 한 시간 앞으로 돌려두는 것으로, 결국 밤이 한 시간 뒤로 밀려나게 된다. 단지 시계 바늘을 한 바퀴만 돌려놨을 뿐인데도, 체감 효과는 엄청나다. 정말 해가 늦게 진다. 이렇게 4월에 시작된 섬머 타임은 10월 말에 끝난다. 섬머 타임이 시작되거나 끝날 때면 잊지말고 집안의 모든 시계를 맞추어야 한다. 컴퓨터의 시계는 자동으로 조정되지만, 벽시계며 손목시계는 일일이 한바퀴씩 돌려줘야 한다. 작년 10월1일 정오, 남미의 에콰도르 국민들도 전국민이 시계를 일제히 맞추는 일을 겪었다. 이 나라는 섬머 타임을 실시하지도 않는 나라. 그런데 왜 국민이 각종 매체에서 방송되는 표준시에 따라 동시에 시계를 맞추어야 했을까. 이유는 이 나라 국민들의 악명 높은 지각 습성 때문이다. 에콰도르인들의 시간 관념은 참으로 너그럽다고 한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나타나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몇십 분씩 늦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약속 시간 더하기 몇십 분" 은, 마치 한국의 코리안 타임처럼 에콰도란 타임 (Ecuadoran time) 이라고 불린다. 에콰도르의 사회단체들이 주도한 이 전대미문의 전국민 시계 맞추기 운동은 이러한 관행을 뿌리뽑자는 상징적 캠페인이다. 이들 사회단체들은 회의 시간에 늦는 직원들을 아예 회의에서 배제하자는 운동도 전개했다.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로 악명높은 루시오 구티에레즈 대통령도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 위해 기자 회견을 가진 대통령 대변인은 역시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났다고 한다. 지각이 그 나라 국민들의 관행이라면 새삼스레 시계를 새로 맞추면서까지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전 국민적 지각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생각하면 웃고 넘길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에콰도르 국민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은 한 해 25억 달러 (3조원) 에 이른다. 이 나라 국내총생산 (GDP) 의 10%를 넘는 금액이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르바인에 따르면, 사람들의 시간 관념과 관련해 두 가지 문화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런저런 일들이 사람들의 일정을 결정하는 "일 시간" (event time) 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정해진 일정이 일의 수행을 결정하는 "시계 시간" (clock time) 이다. "일 시간"의 문화에서는 미리 정해진 일정도 자잘한 사유로 곧잘 미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계 시간" 사회에서는 미리 정한 일정에 따라 일들이 배치되고 수행된다. 선진국 대부분이 시계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라고 한다. 에콰도르 같은 나라에서 지각하는 관행을 뿌리뽑기 어려운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글자 그대로 관행이기 때문이다. 관행이란 누구나 다 그렇게 한다는 말이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면 나 혼자 몇십분을 기다려야 한다. 누가 미쳤다고 제 시간에 나올 것인가. 또다른 사회적 이유는 지각하는 습성이 계급적 권위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는 것은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계층에서 더 보편적인데, 그 이유는 나의 시간이 너희의 시간보다 더 귀하고 값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에콰도르에서 시간을 안지키기로 가장 악명 높은 부류의 사람들은 군대와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라고 한다. 또 사업가들은 노동자들과의 회의 시간에 반드시 노동자들보다 늦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지각 습성에 대해 갖가지 처방이 나오고 있는데, 시간제 임금을 도입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이 제도 아래에서는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의 임금은 속절없이 깎일 수밖에 없다. 또 지각이 관행이 되어, 일찍 나온 사람이 손해를 보는 악의 순환을 끊는 노력도 필요하다. 에콰도르의 전국적 시계맞추기 캠페인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5분, 10분 늦는 것으로 유명한 코리안 타임은 에콰도란 타임에 비하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십보, 백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지각은 그 정도와 관계없이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심지어, 그 밉기 짝이 없는 부시도 회의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한 건강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시는 달리기의 잇점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For example, I’m a person who believes in punctuality. That’s a discipline. I expect the White House staff to be on time." 당신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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