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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4월 14일
돈이 돈을 부르고, 가진 사람이 더욱 벌게 마련인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논리다. 이같은 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카지노다. 로또 같은 복권을 포함한 도박판의 진리 중 하나는 크게 걸어야 크게 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건다고 반드시 따는 것은 아니다. 크게 걸면 리스크도 커진다. 여기에서 도박사의 고민이 시작된다. 애쉴리 리벨이라는 32살짜리 영국 청년은 이런 점에서 운이 매우 좋았던 편이다. 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플라자 호텔 카지노에서 적은 액수의 게임을 좀 하다가, 오늘이 바로 그의 날임을 알아챘다. 운(運)과 연인(戀人)은 달아나기 전에 잡아야 하는 법. 가져온 현금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리벨은 자기 물건 중에서 돈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즉시 팔아치웠다. 입고 온 옷까지 팔아치우고 턱시도를 하나 빌려 입고 카지노에 들어섰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현금 13만5천3백달러 (약 1억6천2백만원). 그는 회전판에 구슬을 굴려 나온 번호와 색깔로 승부를 가리는 룰렛 게임에 자신의 운을 걸어보기로 했다. 게임은 단판승, 거는 것은 그가 가진 모든 것. 그는 빨간색 번호에다 이 돈을 모두 걸었다. 런던에서 함께 온 부모님과 친구들, 주변의 구경꾼들이 환호하며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바퀴는 돌기 시작했고, 구슬은 회전판을 이리저리 구르다가 마침내 빨간색 7번 구멍으로 쏙 빠져들어갔다. 리벨은 그 자리에서 배팅 금액의 두 배인 27만6백달러 (3억2천4백만원)을 챙겼다.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리벨은 또 한번 자신의 운을 시험하지는 않았다. 다시 한 판을 이긴다면 그는 자기 돈의 네 배를 가져갈 수 있겠지만, 도박판의 또다른 진리 중 하나는 판이 거듭되면 결국 주최측이 돈을 따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리벨은 룰렛판 담당자에게 6백달러를 팁으로 주고 물러났다. 그가 딴 돈으로 제일 처음 해야 했던 일은 새 옷을 사는 것. 누구나 리벨처럼 운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카지노와 한판 승부를 겨루다 빈털털이가 된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리벨도 만일 구슬이 검은 색 구멍으로 들어갔다면 이렇게 로이터 통신에 보도돼 화제가 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수많은 패배자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도박이 꿈을 실현하는 건강한 수단이 될 수 없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