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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을 들여다보면서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원인과 결과를 잘못 연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통계나 숫자로 표현되는 사회 현상을 보면서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인과관계를 결론내리는 오류를 흔히 범한다. 매스컴은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전파하는 주요 경로가 된다. 예컨대 신문 방송이, 경찰이 조직폭력배 일제 단속을 했더니 특정 지역 사람들이 많았다는 보도를 냈다고 하자. 우리는 이같은 뉴스를 보고, 특정 지역 사람들의 성정이 모질거나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특정 지역 사람들의 개인 성격이 조직폭력배 검거에 많은 사람이 잡힌 원인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실제 원인은 다른 데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지역간 경제 소득의 차이가 그 한 원인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가정은 부모가 돈벌이로 바빠서 자녀들을 잘 가르치거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조직 폭력과 같은 나쁜 곳으로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폭력배 검거 실적에서 지역간 소득 격차를 "통제"하면 쉽게 드러난다. 많은 연구들은 집단 (지역, 인종, 성별 등) 사이에 존재하는 각종 차이가 결국 집단간 경제력의 차이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도 있다. 예컨대 다른 지역 폭력배들은 지역 경찰로부터 일제 단속 사실을 귀뜸받고 모두 잠적해버렸을 수도 있다. 혹은 바로 전의 일제 단속에서 다른 지역 조직이 집중적으로 단속되어, 조직이 와해되어 버린 상태일 수도 있다. 이것 말고도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오류를 경고하는 말이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는 아니다 (Correlation does not mean causation)" 라는 경구다. 관련이 있다고 해서 원인이라고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이틀 동안 거의 모든 신문들은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 성적과 생활과의 관계를 분석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를 기사로 실었다. 신문들은 기사 내용은 물론 "부모와 대화 많을수록 성적 쑥쑥" 식의 제목까지 모두 비슷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기사에서 신문들은 (1)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성적이 높고, (2) 과외를 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성적이 오르지만, 너무 긴 시간 과외를 하면 성적이 오히려 떨어지며, (3)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보다 올바른 성품을 갖기를 바라는 부모의 자녀가 성적이 높고, (4) 숙제를 혼자 하는 학생이 성적이 제일 높았으며, (5) 기타 부모의 학력이 높거나 집에 책이 많을수록 성적이 높다고 보도했다. 어떤가. 이 기사를 보면, 앞으로 (미래에) 나는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하겠고, 자녀에게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면 안되겠으며, 숙제는 꼭 혼자 시키고 과외도 꼭 보내야 하겠고, 집에 책도 많이많이 사다 쌓아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는가. 이런 생각의 일부는 바람직한 것이긴 하지만,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 신문들이 기사에서 쓴 것은 대부분 독자들을 잘못된 인과관계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부모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학생이 성적이 좋다는 점을 보자. 부모가 학생과 대화를 많이 나누기 위해서는 부모가 여유가 있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하고, 흔히 학생이 바라는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을 잘 충족시켜줘야 한다. 대화와 성적 간의 관계 뒤에 부모의 경제력이라는 결정적 변수가 존재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들은 흔히 성적이 좋은 자녀를 더 사랑해서 대화를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화 --> 성적] 이 아니라 [성적 --> 대화] 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과외를 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같이 사교육비가 살인적인 상황에서 과외를 많이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 과외를 많이 하는 학생은 집안이 풍족할 가능성이 크고, 과외 말고도 다른 교육 환경에서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을 가능성도 크다. 과외가 좋은 성적을 이끄는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 신문은 심지어 "영어나 수학 과목을 과외받거나 학원수강할 경우 1주일에 과목당 10시간 이상 할애해야 성적이 가장 좋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고 잘못된 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 과외를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과외를 유달리 많이 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학업 성적이 뒤처진 학생일 가능성이 크다. 과외를 많이 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성적이 뒤처지기 때문에 과외를 많이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맘때쯤이면 당신도 세 번째 항목이 어떻게 잘못 해석될 수 있는지 짐작할 것이다. 자녀에게 공부 잘하기를 원하는 부모를 둔 학생보다 성품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부모를 둔 학생이 성적이 높다는 것은, 정말 그렇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불행히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자녀의 성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는 이미 자녀가 공부를 잘 하고 있어서 성적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지 모른다. 공부만 잘하라고 하는 부모 때문에 성적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나빠서 부모가 자녀의 공부에만 신경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숙제를 혼자 해야 성적이 오른다? 물론 이것은 거꾸로 해석해야 더 맞을 것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숙제를 혼자 한다. 한 신문은 이에 대해 "평가원은 그러나 "성적과 숙제습관과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일 뿐이며, 이들이 혼자서 숙제를 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높은 것인지 혼자서 숙제를 해결해 버릇하면 성적이 올라간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라고 하여 잘못된 인과관계로 해석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다른 신문들에서는 이같은 경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부모의 학력이 높다거나 집에 책이 많다거나 하는 점들도 모두 비슷하다. 상관관계의 표현 방식인 -- 할수록 -- 하다 (the more... the more...)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관관계는 흔히 인과관계로 잘못 인식되기 때문에, 보도 기사들은 독자들이 인과관계로 오해하지 않도록 분명히 밝혀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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