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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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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영화는 흔히 영화로서가 아니라 종교적 미디어로 보게 된다. 우선 일반 영화와는 달리 영화 속의 메세지에 지나치게 주목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 결과 관객의 종교적 시각에 따라 영화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영화를 보는 내내 종교 영화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영화 내내 한 시각적 체험이란 오로지 넘치는 "오바" 뿐이었다. 영화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스크린에 줄줄 흘러내리는 피도 오바고, 그 피를 만드는 병사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오바하고 있으며 그 피를 요구하는 제사장들이나 유태인 대중도 오바의 움직임만 보여주었다. 자애스러운 성모라기보다는 씨름판에 싸움하러 나선 돌쇠 같은 모습을 보여준 성모 역의 Monica Bellucci 도 오바에 가담했고, 영화에 뜬금없이 잠깐씩 나오는 사탄(?)도 영화의 오바화에 기여하였다. 영화가 제작될 당시 반유태주의와 관련한 비판이 많았다는데, 그런 비판에 나선 유태인들 자체의 오바는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오바를 한 영화가 누군가에게 씹히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하겠다. 이 영화의 뼈대가 되는 예수의 최후와 같이 널리 알려진 플롯을 예술로서의 영화로 재구성하려면 의미 있는 접근이나 해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예수의 살을 찢고 피를 퍼다 부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영화는 피범벅을 제외하면 어떤 새로운 점도 보여주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어떤 의미 있는 갈등도, 고뇌도 없다. 심지어 어떤 의미 있는 개인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영화가 종교적 플롯과 그것의 충격적인 영상 묘사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생각된다. 피바께쓰를 들고 성서를 따라가는 꼴이다. 영화는 살이 터지고 피가 철철 흐르는 예수를 보여줌으로써 사실주의의 흉내를 내고 있지만, 각종 오바로 인해서 이러한 사이비 사실주의는 다름아닌 종교판 몬도가네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는 예수의 피와 병사들의 채찍질과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성경 구절을 빼면 아무 것도 없다. 예수 역을 맡은 James Caviezel 가 영화에서 가장 많이 한 대사는 하아아아아---- 으으으으으--- 하는 신음이다. 굵직한 상업 영화 중에서,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가 저렇게 대사를 덜 외워도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오바가 상업성을 겨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킨 덕택인지 개봉한 뒤 돈벌이 성적은 괜찮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아무에게도 -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에게 -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 그림: New Yorker 2004/3/1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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