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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짓하군요
by dirty at 12/11 영하 30도에 체감온도까지.. by deulpul at 12/11 말씀 듣고 기억도 더듬어.. by deulpul at 12/11 오-. 이런 곳이 있었군요.. by deulpul at 12/11 사물의 밝은 면을 보자면.. by deulpul at 12/11 최근 등록된 트랙백
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by 민노씨.네 일년이 다 된 글인데 새삼.. by 물리학 흠냐, 울 마눌은 백설공.. by 뒤돌아 보지 않는다, 후.. 검찰과 기자, 국민 세금.. by 자그니의 시크릿 스크립팅.. 전국국어대회 '4대강' 토.. by Green Monkey Blog**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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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안경을 벗고 콘택트 렌즈를 쓴다.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한 날이나 멀리 운전을 하는 날이 그렇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써 온 안경이니 이제는 몸의 일부나 마찬가지인데도, 이렇게 가끔씩 벗으면 그 자유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안경과 렌즈는 돗수가 똑같은데도, 안경을 벗고 렌즈를 쓰면 세상이 꽤 달라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든 크게 보이는 것. 특히 가까운 데 있는 것들은 "이게 이렇게 컸었나..." 하고 놀랄 정도로 크기가 달라 보인다. 내가 들고 다니는 오래된 컴팩 노트북의 모니터는 렌즈를 끼고 보면 요즘 막 나오는 최신 노트북의 광폭 모니터처럼 보인다. 한쪽 모서리에서 다른 쪽 모서리까지 눈길을 쭈욱 옮기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느낄 정도다. 안경을 쓰고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신기한 경험이다. 사람들의 얼굴도 크게 보인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얼굴이, 안경을 벗고 보면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 어린이는 갑자기 쑤욱 자란 것처럼 보이고, 어른은 갑자기 살이 좀 붙은 것처럼 보인다. 짐작컨대 졸보기인 근시 안경이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세상 사물을 돗수만큼 축소시켜 나의 눈에 전달하는 탓인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은 안경의 유리 렌즈를 통해 나에게 전달된다. 안경은 나와 세상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게이트 키퍼다. 명색 게이트 키퍼라면 나쁜 것은 가리고 좋은 것만 보이게 하면 좋을텐데, 그러지는 않고 그저 사물을 적당히 축소하여 나에게 보여준다. 안경은 벗어버리면 된다. 세상을 보는 나의 눈 앞에, 유리 렌즈보다 더 단단하고 투명하여 알아채기 어려운 편견이나 아집의 렌즈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문득 두렵다. 이 렌즈가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적당히 짜깁기하고 편한대로 골라서 일그러뜨린 모습으로 나의 망막에 전달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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