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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바다만큼 많은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정보가 인터넷에 담겨 있다. 나 역시 인터넷을 정보 소스로 매우 즐겨 쓰는 편이다. 가끔은 곁에서 언제나 충실하게 도와주는 만물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들어, 실체가 있다면 쓰다듬어 주고 싶을 만큼 기특할 때도 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인터넷에서 길어올 수 있는 정보는 그 신뢰성을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인터넷의 특성상 흥미로운 정보는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펌글, 링크, 복사와 붙여쓰기를 통해 정보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인터넷 공간을 폭넓게 떠돌게 된다. 언어나 국경의 장벽도 큰 장애는 되지 못하는지, 요즘은 한 쪽 (언어, 나라) 의 흥미거리는 곧 다른 쪽으로 확산 이전된다. 문제는 인터넷 정보란 누구나 올릴 수 있고 또 급속히 전파되기 때문에, 그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인지, 진실인지,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건강이나 인명과 직접 관계가 있는 주제를 다루는 사이트들 (암환자들의 모임, 희귀병 관련 사이트 등) 은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절대 신뢰하지 말라는 경고를 흔히 붙여둔다. 글 (정보) 작성자와 편집자, 기타 전문인력이 수십 차례에 걸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프린트 미디어의 정보와는 달리, 인터넷의 정보는 그저 가볍게 생산되고 복사를 통해 확장되며, 피드백에 따른 책임을 상대적으로 덜 안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안고 있는 셈이다. 전에 인터넷을 떠돌던 <빌 게이츠가 한 10 가지 충고> 가 사실이 아님을 밝혀둔 적이 있다. 의문의 출발은 그 충고가 문맥도 맞지 않고 무슨 말인지도 분명히 알기 어려워, 번역상의 문제인가 하고 원문을 찾아보려 했던 데서였다. 결국 원문의 작성자가 빌 게이츠가 아니라 미국의 한 교육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러한 사실 역시 인터넷을 통해서 밝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교육학자가 쓴 대표적 책 두 권을 도서관에서 빼들고, 이 조언과 비슷한 대목이 나오길 바라며 책장을 뒤져 봤다. 그의 책에 실린 주장은 이 조언의 내용과 매우 흡사했으나, 딱 부러지게 10 가지 (혹은 14 가지) 로 요약한 조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좀 찝찝해하고 있다. 최근 아는 분의 블로그를 통해, <우츄프라 카치아라는 식물을 아세요> 라는 식의 제목으로 인터넷을 떠돌던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과 다른지 알게 됐다. 한 소설가의 글에서 비롯됐다는 이 이야기의 골자는, 저 식물이 매우 결벽한 성격이라 아무나 손을 대면 말라죽지만 한 사람에게 길이 들면 그 사람이 계속 어루만져줘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맨 뒤에는 '오늘의 교훈' 식의 적당한 코멘트도 빠지지 않고 따라 붙는다. 얼핏 보기에도 생물학적 상식과 맞지 않는 비과학적인 "썰" 이 틀림없는데도, 나는 처음에 저 글을 보고 넘기며, 참 희한한 풀도 다 있다, 어디 먼 나라에서 나는 희귀종인 모양이다 하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츄프라 카치아라는, 어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골짜기에서만 숨어 살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저 풀이란 다름아닌 우리가 잘 아는 미모사라는 것이다. 미모사가 잎을 접는 것은 순전한 생물학적 반응일 뿐이며 길이 든다거나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는 것은 식물에 대한 무지에서 온 것이거나 적어도 상상력에서 나온 "썰"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거나 말거나, 이같은 잘못되었지만 맛깔스럽고 멜랑꼴리하고 달콤한 정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저기에 쉬지 않고 퍼지고 있다. ![]() 또 한 가지 있다. 당신도 한 번쯤 보았을, 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에 걸려 있다는, 손을 뒤로 묶은 늙은 수인이 감옥에서 젊은 여인의 젖을 빠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역시 감동을 자아내는 이 "썰" 의 골자는,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독립투사였으며 젊은 여인은 그 투사의 딸로서, 감옥에서 굶어죽는 아비를 위해 젖을 물렸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도 맨 끝에 "사물의 본질을 봐야 한다"는 국민윤리가 따라 붙는다. 그러나 역시 위 블로그에서 읽을 수 있는 진실은 이 스토리의 배경이 푸에르토리코가 아니며, 문제의 그림은 고대와 근세 초에 이 주제를 모티프로 하여 매우 널리 그려진 그림 중 하나라는 것이다. 미모사의 경우는 왜곡의 출처가 드러났지만, '푸에르토리코 그림' 이나 '빌게이츠의 충고' 는 대체 어디서 왜곡이 시작된 것인지, 실수인지,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어쨌든 주변에 흘러넘치는 것들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정보의 바다, 혹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 않기 위해서도 여전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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