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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게으른 사람들의 조직인 Procrastinators' Society 가 있다. 이름 그대로, 할 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들의 비밀 결사다. 결사에 가입하려면 "의도 (intention) 와 행동 (action)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입 요건만 만족시키면 된다. 뭘 하고자 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가입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이 결사의 상징은 가뜩이나 느린 데다 머리가 둘이라 서로 논쟁하느라 몸이 움직이지 않는 두 머리 거북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결사의 이름이 "두 머리 거북 클럽" 으로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결사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역사가 기록되지 않은 선사시대부터 존재해 왔다고 하며, 그 존재가 스페인의 알타미라 벽화에 들소와 함께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사료를 거슬러올라가면 한적한 들판을 어슬렁거리며 소요 (逍遙) 하던 장자가 동양의 맹주였다고도 하고, "뭐 한다고 오늘 당장 배우고 익히나... 천천히 이따금씩 익히지 (學而時習之)..." 하던 공자가 결사 내부에서 장자와 경쟁했다고도 한다. 서양의 초기 결사원으로는 몸을 움직이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여 말만으로 먹고 살았던 소크라테스가 그 거두였으며, 무장으로서 로마 진입을 미루고 미루다 부하들이 주사위를 3백여 개나 루비콘 강 너머로 던진 끝에 칼을 들고 일어선 한니발도 주요 결사원이었다고 한다. 물론 평생을 누워서 지낸 네로를 비롯한 로마의 황제들은 이 결사에 당연직으로 가입했다고 한다. 한국을 보면 역시 그 구성원이 화려한데, 굴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아 틀어박혀서 마늘이며 쑥만 먹던 곰이 변신한 웅녀가 결사의 한국 지부 원조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결사원이 있었으되, 그 중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로서는 중국으로 떠날 결심을 하고 하룻밤만에 이를 뒤집은 원효가 있고, 굶주리는 아내에게 쌀 대신 쌀 찧는 노래를 선사한 백결 선생도 범인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 높은 경지를 이룬 결사원으로 존경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수천년 역사 중에서 가장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결사원은 고려 왕조로부터 요동을 정벌하라는 명령을 받고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성질이 나서 군사를 위화도에서 되돌려 새 왕조를 창시한 이성계라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 한국의 비밀 결사원들은 남쪽에서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로 시작하는 새마을운동의 가혹한 탄압과, 북쪽에서는 새벽별보기 운동, 천리마 운동의 살인적 탄압을 견디며 성장했다고 한다. 이 탄압들을 이기고 결사원들을 단합시킨 정신은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의 구호로 집약되었다고 한다. 간혹 결사원들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과 게으른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왜냐하면 일을 미루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핑계거리를 부지런히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앞일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정신 건강에 해가 된다는 정신과 의사들의 조언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결사원들은 인류의 발견과 발명의 역사 자체가 인간이 좀더 게을러지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지적하며, 자신들의 게으름으로 인하여 역사가 발전되어 왔고, 따라서 자신들이 전 역사를 통틀은 시대 정신의 구현자임을 자부하고 있다고 한다. 결사 내부에는 나름의 위계가 존재하는데, 최하급의 단순 나태에서부터 최고 수준의 폐인급에 이르기까지 일곱 개의 단계가 있다고 한다. 어떤 단계이든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마감 날짜가 코앞에 닥쳐올 때까지 전혀 일을 착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뒤의 대응에 따라 단계가 달라진다고 한다. 결사의 성격이 비밀 결사인 탓으로, 현재 결사의 구성원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인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의 20% 정도가 이 결사의 구성원으로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설에 따르면 한국에만 약 4천5백만명이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50억명에 이른다고도 한다. 다음은 이 비밀 결사의 초기 구성원에 의해 만장일치로 채택되어 전승되고 있는 결사의 강령, <게의른 이의 신조> 이다. 1. 나는 해야 할 가치있는 일들은 모두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2. 나는 결코 재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일을 피하기 위해서나 변명을 찾기 위해서일 때에만 예외로 한다. 3. 나는 어떤 일에 뛰어들기 전에 기나긴 심사숙고를 한다. 4. 나는 마감 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받게 되는 육체적 고통에 정확히 비례한 만큼만 마감을 지킨다. 5. 나는 내일이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져 내가 오늘 해야 할 책임을 덜어줄 것임을 굳게 믿는다. 6. 나는 어떠한 마감시간도 시간을 얼마나 많이 주느냐에 상관없이 말도 안되게 짧은 것이라고 믿는다. 7. 나는 기적이 일어날 확률이 아무리 적더라도 결코 0 이 아님을 절대 잊지 않는다. 8. 만일 내가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9. 나는 언제나 절대 결심을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한다. 다만 변덕스럽게 마음을 바꾸기로 결심할 때만 예외이다. 10. 나는 언제나 시작하고 개시하고 착수하고 첫발을 내디디고 첫 줄을 쓴다. 끝은 없다. 11. 나는 해야 하는 일이 중대하면 할수록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작업들이 덜 중요하다는 "뒤집힌 변명" 의 법칙을 따른다. 12. 나는 일의 순환 사이클이 [계획-시작-종결] 이 아니라 [대기-계획-계획]임을 잘 안다. 13. 나는 영원히 잊어버릴 수 있는 일은 절대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14. 나는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두 머리 거북 클럽" (Procrastinators' Society) 의 자랑스런 회원이 된다. 만일 그들이 제대로 조직 모양을 갖출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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