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로또에 당첨되다!! by deulpul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7억원이 툭 떨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집을 사시겠어요? 새 차를 사나요?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시겠어요? 얼간이 상사가 잔소리만 해대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당신이 오래 전부터 꿈꾸어왔던 생활을 향해 나서시겠습니까?

오늘 오후 제게 갑자기 하늘에서 7억원이 떨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에서가 아니라,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Loteria Primativa 라는 로또 회사로부터입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한 복권을 8월 말에 추첨한 결과, 제가 3등에 당첨된 것입니다. 상금은 미국 돈으로 무려 61만5,810달러, 7억원이 넘는 거액! 살다살다 보니 이런 행운이 다 찾아오는군요! 축하해 주셔요, 여러분-!!

오후에 편지함에서 발신인을 밝히지 않은 편지를 한 통 꺼냈습니다. 봉투에 붙은 우표는 미국 우표가 아니라 낯선 외국 우표였습니다. 봉투를 뜯어보니 안에는 옅은 분홍색 종이로 된 두 장 짜리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편지에 저런 놀라운 메세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편지 내용을 좀더 옮겨보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편지는 2004년 8월26일 추첨된 모모 로또 프로그램에서 당신 이름이 첨부된 모모 번호의 로또가 3등에 당첨되었음을 알려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추첨 결과에 따라 미화 615,810달러가 당신의 이름 아래 인출되도록 승인되었습니다. 3등에 해당하는 상금 총액은 미화 10,468,770달러이며, 이 금액은 당신을 포함하여 이 등위에 당첨된 17명에게 나누어 지급됩니다.

거액의 당첨 결과가 발표되면 응모자 중에서 위조 로또 등으로 거짓 주장을 하는 사례가 있으니, 당첨금을 수령하시기 전까지는 당첨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첨금 시한 만료일인 10월3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Santa Lucia Security Company S.A 의 담당자 존 베난도에게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락이 없을 경우 당첨금은 당 회사에 귀속됩니다. 다시 한번 당신의 행운을 축하드립니다. 부사장 호세 루이스 미구엘, 사인.


머리가 멍~ 해지는 편지였습니다. 아아, 7억원이라니! 이 거액으로 할 수 있는 일들, 이 거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경제적 어려움들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휘리릭 떠올랐다가 휘리릭 사라졌습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아, 그런데 잠깐! 난 로또를 산 적이 없는데?

네... 이게 문제였습니다. 저는 저 Internatonal Promotions Program 에서 판매하는 로또 Loteria Primativa 를 산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아냐, 그래도 혹시 몰라. 인터넷 서핑하다, 우연히 어디 로또 비슷한 데 응모한 적이 있을지도... 어디 자동으로 로또 응모해주는 사이트 같은 데 간 적은 없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비슷한 일도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나한테 거액의 당첨금이 떨어졌으며, 그걸 찾아가라고 이런 공식 편지가 올 수 있단 말인가. 응모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인터넷으로 달려갔습니다. 우선 로또 이름을 넣어봤더니, 그건 스페인에서 발행되는 정식 복권이었습니다. 다만 웹사이트가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구체적인 양상을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보낸 Santa Lucia 운운 하는 회사 이름을 키워드로 구글에 넣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사이트가 떠올랐습니다.

www.crimes-of-persuasion.com
badbusinessbureau.com

두 사이트 모두 국제 금융 사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였습니다. 국제 사기? 헛... 젠장!! 7억의 꿈이 와르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사이트들을 훑어보니, 이런 편지를 보내 순진한 사람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하는 국제 사기가 매우 성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 사이트에는 비슷한 편지를 받았다는 사람의 신고가 줄줄이 올라와 있고, 어떤 것은 제가 받은 편지에 명시된 로또의 고유 번호와 당첨 번호까지 똑같았습니다.

사기 수법은 매우 다양한데, 제가 받은 것과 같이 복권이 당첨되었으니 당첨금을 받아가라는 고지도 있고, 당신 이름으로 화물이 하나 맡겨져 있으니 돈내고 찾아가라는 형태도 있답니다. 편지로 보내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메일로도 많이 날아온다고 합니다. 사기단은 순진한 사람들이 전화나 팩스로 접촉을 해오면, 예컨대 당신 이름으로 개설된 은행에 현재 당첨금이 들어 있으니 수수료 2천달러를 부치면 곧 처리해 주겠다거나, 화물이 도착해 있으니 수속 비용을 내면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사기를 친다고 합니다. 사기단의 소재는 유럽이나 아프리카인데, 해당 나라들은 이들 사기단에 대해 별로 단속하지 않는다는군요. 외화벌이로 생각해서 그런가...

네... 이게 제가 순식간에 7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가 20분만에 몽땅 날린 사연입니다. 잠깐이라도 황당하리만치 행복한 꿈을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순진한 사람 희롱하니 괘씸하다고 해야 하나... 에이, 나쁜 눔들!

(편지를 길게 인용한 것은 우리 모두 저런 편지나 이메일을 조심하자는 뜻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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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한부 1년 말기암 환자, ‘20년 분할 수령’ 로또 당첨 2007/02/05 22:49 #

    시한부 1년 말기암 환자, ‘20년 분할 수령’ 로또 당첨[팝뉴스 2007-02-05 12:05] 폐암으로 앞으로 1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50세 남성,이 향후 20년 동안 매년 50,0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거액의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있다고 3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네이플스에 살고 있는 웨인 쉔크(50세)는 지난 해 12월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쉔크는 앞으로 ...... more

덧글

  • 눈love 2004/09/16 10:18 # 답글

    아흑....안타깝군요 -_-
    전 영어메일은 90% 스팸처리해버려서......orz
  • 비안졸다크 2004/09/16 10:23 # 답글

    저도 비슷한 일을 겪은적이 5달전에 있었죠. 회사 이름도 같군요 (......) 번호까지는 모르겠고. 딱 보고 '사기' 라고 인식해서 신경을 껐는데... 그걸 속는 사람이 있긴 있군요 --
  • 相顯 2004/09/16 10:36 # 삭제 답글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습니까 ^^;
  • 하드군 2004/09/16 12:01 # 답글

    이런.....-_ㅜ ( 그나저나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있긴 있나보군요. 핸드폰이나 전화로 경품 당첨이 어쩌니저쩌니 사기치는 사람들한테 곧잘 속는분들이 있듯이.흠...)
  • 善洪最高 2004/09/16 12:08 # 답글

    '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하며 계속 읽어보았더니 '역시나'네요. ㅋㄷ
    저 같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 일 없었다면 모르지만, 잠시나마 당첨의 기분을 느꼈던 것이 억울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들고 난리야.--^ 못된 사기꾼들...
  • gaya 2004/09/16 14:27 # 답글

    뉴스에도 나오더군요. 헌데 정말 사실로 믿고 수수료 몇백을 날린 사람도 있었다네요. 인터넷 정보 검색능력이란 게 바로 이럴 때 유용한거군요. 여하간 그리까지 안 돼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맘 상하여 아니되셨습니다라고 해야하나..애매하네요. --;;
  • gaya 2004/09/16 14:54 # 답글

    참 저두 일전에 전화로 물건 당첨 통보받고 깜박 속은 적은 있었거든요. 문제는 전화 내려놓는 그 순간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헌데 발신 전화번호는 당근 연결도 안되는 전화였고요.
    나중 물건을 받고 나서(하필 그때 또 자리에 없어 곧바로 돌려보내지도 못했습니다.--) 적혀진 발신자 주소는 똑같이 엉터리라 회신할 물건에 찍힌 제조업체를 인터넷 검색하고 나서, 사실을 말하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을 것 같아 둘러대는 식으로 업체에 전화하여 판매 대행사 주소 몇 개 알아내고, 그 발신지역 우체국에 전화하여 업체명과 주소 대조 단계를 거쳐 마침내 발신자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아내었습니다.
    전화로 사전 통보하고 주소 확인한 다음 우체국에서 내용증명까지 붙여 착불로 물건 보내버렸습니다. 가르쳐주지도 않은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낸 때문인지 전화받는 대행사 직원 꽤나 당황하더군요. 이로서 작업 종료..
    한 순간의 판단 실수로 그 수고를 들였으니 이젠 당첨 운운하며 세금이나 수수료 내야한다고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끊어버립니다.
  • 우하하 2004/09/16 16:28 # 답글

    하하하...웃음이...좋았다 말았네요...
  • kris 2004/09/17 03:48 # 답글

    갈수록 스마트해지는 사기단들...그 머릴 딴데 쓰지!
    언젠가 보니까 전화응답기에 친구한테 말하는 듯 메세지를 남기는 주식 사기도 있더군요. 중요한 주식정보를 친한 친구에게 말해주려다 아마도 번호를 잘못 눌러 자신에게 남긴건줄알고 홀랑 넘어간 사람들이 꽤 있었나봅니다...
  • mighty 2004/09/18 00:43 # 답글

    와아 제가봐도 짜증이 밀려오는군요 -_-;
  • 玄武 2004/09/18 00:47 # 답글

    일장춘몽...ㅠ_ㅠ
  • rangil 2004/09/18 00:59 # 답글

    헉뚜... 어쩌다 저런 것이 우리나라까지 들어왔을까요?;;;
  • powdersnow 2004/09/18 01:01 # 답글

    주소를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 muse 2004/09/18 03:27 # 답글

    하하하하...^^
  • 김주익 2004/09/18 09:02 # 답글

    아침 방송에 나왔던데..속은 사람들의 경우에.. 스페인 은행의 직인까지 위조된 서류랑...펙스 등으로도 연락이 되고 해서 속아 넘어 갔다더군요.. . .

    무서운 세상입니다..-0-;
  • 지아쿨 2004/09/18 09:31 # 답글

    전 얼마 전에 숫자만 다섯 개가 써 있는 메모를 꿈 속에서 봤어요. 그다지 로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지라-지금껏 살면서 단 한 장도 복권을 사 본 적이 없거든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 얘기를 하니까 난리가 났습니다. 당장 로또를 사야 한다고요. 그런데 제 기억력이 워낙에 출중하다 보니 그만 두 개를 까먹고 말았다죠. 암튼 어찌 어찌해서 조합을 해 로또를 샀는데 5등만 왕창 먹었다는...;; 그날 로또 당첨 번호를 보니 그제야 잊고 있었던 번호 두 개가 기억나더군요. 그렇게 몇 십억을 날렸습니다. 암튼 꿈 속에서 로또번호를 미리 보는 일도 있더라고요.
  • 농땡이 2004/09/18 11:48 # 답글

    지인 중에 외국 복권에 실제 당첨돼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받으신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이 멋진 건 주변분들께 기분 좋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 외엔 기존의 생활과 다름없이 여전히 열심히 일하시고 가족을 챙기는 모습 때문인 것 같습니다.
  • deulpul 2004/09/24 08:32 # 답글

    눈love: 메일로 왔으면 저도 아마 그랬을텐데, 떡하니 편지로 와서 사람 속을 태우는군요, 흐흣.

    비안졸다크: 야, 정말 광범위하게 보내는 모양이네요, 비안졸다크님까지 받으셨다니... 그렇게 많이 보내면 그 중에 몇몇 걸릴 수도 있겠는데요.

    相顯: 네... 찢어집니다... 멍...

    하드군: 열 포졸이 한 도둑 못 막는다네요, 하하-

    善洪最高: 앗? 설마라니요! 저도 당첨될 수 있다구요! 머... 복권 사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하하-

    gaya: 네... 그냥 잊고 열심히 살려구요... 헤헷- 아... 아주 괴로운 경험을 하셨네요. 저렇게 주욱 쓰셨지만, 실제로 당시에는 얼마나 화나고 속상하셨겠어요. 그래도 잘 처리가 되어서 다행이네요. 마치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우하하: 으음... 앞으론 좋아하지도 말아야겠어요.

    kris: 헙- 별별 아이디어가 다 나오는군요. 역시 사기는 예술의 영역인가보네요.

    mighty: 네... 나중에 사실을 확인하고 편지를 박박 찢어버리는 것으로 해소했습니다... 헤
  • deulpul 2004/09/24 08:32 # 답글

    玄武: 꿈치고는 너무 터무니없죠? 역시 뭐든지 너무 크면 아닌 줄 알아야 했는데 말이지요.

    rangil: 헙... 저는 딴나라에 있긴 합니다만 (정당을 말함이 아님), 한국에도 많이 들어가는 것 같군요...

    powdersnow: 네... 그게 꽤 찝찝한 일 중 하나입니다. 도대체 어리벙벙한 줄 어떻게 알았을까...

    muse: 으음... 지금 비웃으시는 거죠?? 하하하-

    김주익: 그랬군요... 여튼 대단한 눔들이야... 사실 저한테 온 것은 무슨 직인 같은 게 있긴 있었지만, 좀 조잡해서 자세히 보면 가짜같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나긴 했습니다.

    지아쿨: 헙-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예지력...을 가지고 계시다니... 앞으론 꼭 베개 머리맡에 메모지하고 연필을 놓고 주무세요. 숫자 나오면 저도 좀 알려주시구요~ (특히 영어로 끄적댄 메모에 있는 숫자~)

    농땡이: 오~ 진짜 그런 분이 있군요. 새로운 희망을 주시는 농땡이님... 하하하. 생활이 바뀌지 않으셨다니 정말 멋진 분이네요~
  • 오세용 2008/11/01 18:21 # 삭제 답글

    저도 엇그제 제 동생이름으로 왔답니다
    인터넷이 안돼 확일을 할수없어 하루를 꼬박 심난해했지요
    별별 생각이 다 스쳐가더군요
    오늘 이글을 읽고 안심아닌 안심을 하게돼네요^^
    어째 이런일이 제게(아니 내 동생에게?)도 일어나는것인지..쯧쯧.
    도대체 믿을수 없는 세상입니다
    참고로 제 당첨금은 70만 유로랍니다.
    환율도 올라 실로 엄청남 금액이었는데
    잠깐 황당한 꿈을꿀수있었답니다^^
  • deulpul 2008/11/04 13:15 #

    쟤들은 아직도 저런 장사 하는 모양이군요. 잠시나마 희망을 주니 좋은 역할도 한다고 해야 할까요. 서민에게 꿈을 주는 사기꾼들... 이라고 하니 듣기는 좋습니다. 전에, 제가 속은 척하고 이 작자들하고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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