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 Has Broken" "Peace Train" "Wild World" 같은 노래로 잘 알려진 영국 팝 스타 캣 스티븐스 (Cat Stevens) 가 최근 미국에 들어오려다 입국을 거부당하고 9월23일 런던으로 돌아갔습니다. 스티븐스를 비롯한 승객과 승무원 280명을 태우고 런던을 출발해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오던 UA 비행기는 착륙을 앞두고 갑자기 기착지를 동부 북쪽 메인 주의 작은 도시로 바꿨습니다. 탑승자 명단을 점검하던 미국 관리가 비행기에 스티븐스가 탄 것을 발견하고, 워싱턴이나 뉴욕 같은 동부 중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비행기를 유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스티븐스는 유치된 채로 미국 관리들로부터 조사를 받고 결국 보스턴을 통해 영국으로 되돌려 보내졌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작성한 입국 금지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유는 테러리스트와의 연계가 의심된다는 점. 그러나 미국 정부는, 스티븐스가 어떻게 테러리즘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답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그가 요주의 인물 명단에 들어가게 됐는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단지 "그가 벌이는 활동은 테러리즘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요주의 명단에 포함되었으며, 최근 스티븐스에 대한 우려의 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정보가 관련 부서들에 입수되었다" 고만 말했습니다.
60~7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하던 팝 스타 스티븐스는 1978년에 이슬람 신자가 되면서 이름을 유수프 이슬람 (Yusuf Islam) 으로 바꾸고, 자신에게 돈과 명예를 안겨주던 음악인으로서의 지위를 던져버렸습니다. 대신 그는 런던에 이슬람 학교를 세우고, 그 자신은 자선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일상적 전쟁으로 황폐해진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점령지. 그에 따르면 그가 모은 자선금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학교를 세우고 고아원을 짓는 데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스티븐스가 자선 행사로 모금한 돈이 이슬람 지역으로 들어가 테러리스트들을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명인 출신의 이슬람 교도로서, 스티븐스는 지금까지 테러를 통한 문제 해결에 대한 반대 입장을 수없이 밝혔습니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을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는 9-11 테러 공격도 비난해 왔으며, 자신의 음반 판매 수익 중 일부를 9-11의 희생자 가족을 돕는 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테러에 대한 전쟁에서 미국의 충실한 우방인 영국의 외무장관은 스티븐스의 입국이 거부된 데 대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에게 정식으로 항의했습니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놓고 두 우방이 서로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스티븐스는 올해 5월에도 뉴욕으로 날아와서, 자신의 1976년 공연을 DVD로 제작하는 작업에 참여했으며, 동시에 "작은 친철함" (Small Kindness) 라는 자선 단체를 조직했습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불과 네 달 만에 그는 음악인이자 자선사업가에서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위험 인물로 변신한 셈입니다.
지난 달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슬람학 전문가로서 세계적으로 신망을 받고 있는 저명한 스위스 학자가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것입니다. 타리크 라마단은 미국의 노틀담 대학 초청으로 이 학교의 국제평화연구소에서 가르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국토안보부는 최종 순간에 라마단의 비자를 철회시켜 버렸습니다.
라마단은 이집트의 과격 이슬람 단체의 설립자의 손자입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테러리스트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라마단은 자신이 판단될 기준은 자기 자신의 행위이지 할아버지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미국 입국이 좌절된 뒤, 그를 초청한 노틀담 대학을 비롯해, 저명한 미국 학자들이 정부의 결정에 격렬히 항의했습니다. 이 항의 단체 중에는 노틀담 대학 법대의 유태인학생 단체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자기네 안보를 위해서 요주의 인물을 규제하는 것을 놓고 머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그런 근거가 도무지 불투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만일 모든 사람이 스티븐스처럼 평화주의자로서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해소를 호소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계 최대의 무기 수출국인 미국의 무기상이며 군수산업자들은 곧 파산하고 쪽박을 차게 될 것입니다. 또 라마단 같은 전문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중동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끊임없이 중동을 비롯한 해외 지역을 적으로 규정하며 국민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부시 행정부의 지지율이 뚝 떨어지겠지요.
결국 스티븐스나 라마단 같은 인물은 미국에게, 적어도 미국의 권력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스티븐스에 따르면 그를 조사하던 FBI 등 미국 관리들은 모두 이 팝 스타 출신 "테러리스트 관련 용의자"의 사인을 받기에 바빴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요. 나는 그들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깨닫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했답니다.




덧글
trustno1 2004/10/01 14:48 # 답글
근거 없이 사람잡기 좋아하는 부시.제가 아는 미국 대통령 중에서 진짜로 최악입니다.
논리도 없고 이성도 없도 오로지 지 고집만 있는 듯.
미국 시민 아니길 다행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이라고 별반 다를 바는 없지만... -_-;;
Hikaru 2004/10/02 01:16 # 답글
역시 테러와 전쟁은 안되요. 그건.. 핑계예요.평화를 원해요.
deulpul 2004/10/02 11:46 # 답글
trustno1: 아하하, 아직 새 아이디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누구신가 했습니다. 추석엔 며칠 좀 쉬셨나 모르겠네요. 부시를 생각하면 미국눔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한데, 한국눔이라도 그리 편하지는 않군요. 어제도 케리랑 대선 토론을 하면서 북한 문제를 갖고 한참 싸우더라구요.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반도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단어가 precarious, 불안하다는 말이어요. 내 일이 남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뜻의 말.Hikaru: 테러와 전쟁은 모두 폭력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쟁은 분명히 대규모 국가 테러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도 그렇구요. Hikaru 님처럼 전쟁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수험생 동생에게도 열심히 하라고 전해주세요-
돌깨기 2007/01/27 00:40 # 삭제 답글
희대의 호로새끼이자 양아치인 부시를 그토록 모르신단 말이요? 인간이 그것밖에 안되니 기독교 근본주의자 노릇이나 해먹는 겁니다. 양심이 있고 주관이 있으니 깨어있는 정신을 지닌 사람중에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있는 거 봤소?deulpul 2007/01/29 14:00 # 답글
어, 대체로 동의합니다. 여하튼 연구 대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