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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미국 대선에서 부시를 떨어뜨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부시의 승리로 끝난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 사람 절반과 전세계 사람 대부분이 크게 실망했겠지만, 무어는 그 누구보다도 실망이 컸을 것 같습니다. 정권 교체에 대한 희구가 남달랐던 그는 그 희망의 물마루가 높았던 만큼이나 깊은 절망의 물골 속에서 아픈 좌절을 맛보고 있지 않을까요. 대선 직후 엄청난 충격을 감내하듯 잠잠한 것으로 보도되었던 무어의 홈페이지에 메세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11월4일 목요일에 실린 메세지는 "선거 후 나의 첫 생각은..." 이라는 제목 아래, 조지 W 부시가 벌인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미국 병사 1천여 명의 계급과 이름만을 아무런 설명 없이 조용히 나열했습니다. 맨 아래에는 "평화 안에서 잠들기를. 그리고 언젠가 우리를 용서해 주기를." 이라고 덧붙이고, 이들의 사진 1,410장을 모아 합성한 부시의 초상을 올려두었습니다. (윗 그림. 중복된 사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절망스러운 대선 결과를 보면서 무어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많은 사람들과 또 앞으로 그같은 운명을 겪게 될 미국 젊은이들이었나 봅니다. 이라크인 희생자들 수가 훨씬 많고, 또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만큼이나 불행한 일이지만, 그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것이고, 또 10만에 달하는 그들의 사진으로 부시의 초상화를 만든다면 너무 커져서 도저히 홈페이지에 올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둡니다. 11월5일 금요일에 올라온 두 번째 글의 제목은 "손목을 칼로 긋지 않아야 할 17가지 이유" 입니다. 이제 무어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나 봅니다.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그 특유의 풍자와 해학은 여전합니다. "엿같습니다. 정말 엿같아요. 그러나, 다 털어넣고 손 떼기 전에, 몬티 파이손의 말대로, "항상 인생에서 밝은 부분만 봅시다!" 화요일의 선거 결과에서도 몇 가지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말입니다." 이어서 그는 제목대로, 부시의 당선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을 17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번째는 "1. 앞으로 조지 W 부시는 더이상 대선에 나올 수 없다" 입니다. 오죽하면 저걸 첫째로 내세웠을까 싶습니다. 다음은 그의 편지 전문입니다. 친구들에게
네, 엿같습니다. 정말 엿같아요. 그러나, 다 털어넣고 손 떼기 전에, 몬티 파이손1의 말대로, "항상 인생에서 밝은 부분만 봅시다!" 화요일의 선거 결과에서도 몇 가지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말입니다. 여기 당신이 손목을 그어 자살하지 않아도 되는 17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앞으로 조지 W 부시는 더이상 대선에 나올 수 없습니다.[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2. 부시의 승리는 1916년의 우드로 윌슨 이래, 현직 대통령으로서 가장 적은 표차로 이긴 승리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애쓰는 무어.] 3. 케리에게 과반수 이상의 표를 던진 세대는 젊은 유권자들뿐이었습니다 (케리: 54%, 부시: 44%). 이것은 당신의 부모가 언제나 틀렸으며, 따라서 죽어도 부모 말을 들으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결과죠. [무어식 익살이지만, 선거와 관련해서는 왠지 농담이 아닌 것으로 들립니다.] 4. 부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고 (56%), 전쟁은 잘못된 것이며 (51%), 부시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52%). (외국인들에게: 이 숫자를 이해하려고 들지 마세요. 이건 팝 타츠2만큼이나 미국적인 것이니까.) [미국 나라 밖의 정서도 잘 읽고 있군요. 저 숫자들 하나하나에 쳐진 밑줄에서, 희망을 찾으려 애쓰는 그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5. 상원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의 의사진행 저지를 막을 수 있는 60석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이 제대로 일만 한다면, 부시는 대법원을 우익 이데올로그로 채우는 데 실패할 것입니다. 아, 내가 "민주당이 제대로 일만 한다면" 이라고 말했나요? 음... 아마 이 부분은 지워버려야겠군요. [이번 선거와 그 뒷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해 약간 실망한 뉘앙스가 풍깁니다.] 6. 미시건이 케리를 선택했다구요! 게다가 미국 민주주의의 탄생지인 북동부 지역 전체도 같은 선택을 했습니다. 5대호 주변 8개주 중에서 여섯 개도 케리를 찍었고, 게다가 서부 해안 주 모두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와이도. 이거 놀라운 출발점입니다. 5대호의 수자원과 브로드웨이, 화산 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인트헬렌즈 산도 모두 우리 것이죠. 우리는 물을 막아서 부시측을 탈수시켜버릴 수도 있고, 화산재에 다 파묻어버릴 수도 있게 됐습니다. 뮤지컬 노래도 짤라버릴 수 있고!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의 첫날 대회를 뮤지컬 노래로 시작한 것을 비꼬고 있군요.] 7. 오하이오 사람들이 또라이들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전통적인 또라이들일 뿐만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악성 또라이들이라는 것을. 위대한 나라가 이들 악성 또라이들 때문에 좌초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오하이오 주립대는 미시건 주립대와의 미식축구 경기에서 그 빚을 갚아야 할 겁니다. [어떻게라도 분풀이를 하지 않으면 못살 것 같은 모양이네요.] 8. 부시 지지의 88%가 백인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앞으로 50년 안에, 백인들은 다수 인종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어이, 50년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라구요! 만일 당신이 열살이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의 황금기는 글자 그대로 황금기가 될 거고, 늙으막에 잘 대접받으며 살 수 있을 거에요. [열살이라...] 9. 동성 결혼에 대해 11개 주에서 반대 결정이 났기 때문에, 이들 주에서 동성간에 결혼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수많은 결혼 축의금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셔서. 10. 연방 하원에 다섯 명의 흑인 의원이 추가됐습니다. 여기에는 조지아의 신시아 맥킨니도 포함됐죠. 흑인 의원들을 더 많이 의회로 보내서, 그들이 우리 백인들을 위해 싸워주고 백인 대표자들이 못하는 일을 해내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흑인 사회에 배타적인 정치판을 비꼬는 느낌이 팍팍 오지요?] 11. 맥주회사 쿠어스의 최고 경영자가 콜로라도에서 상원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건배! 12. 이건 인정해야지: 우리는 부시의 쌍동이 딸이 재롱떠는 걸 계속 봐야죠. 13. 각 주의 주의회 선거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주의회 장악을 적어도 3곳 더 늘렸습니다. 이번 선거 전에 각 주의 의회 (상하 양원, 모두 98개 의회) 는 민주당 다수가 44곳, 공화당 다수가 53곳이었고 한 곳은 양당 동수였습니다. 선거 뒤 결과는 민주당 다수가 47, 공화당 다수가 49였고 한 곳은 동수이며, 몬태나주의 하원은 아직 결정이 안됐군요. 14. 부시는 이제 임기말 레임 덕 상태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는 앞으로 이번 주에 얻은 것 이상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이제 내리막길만 남은 것이죠. 더 중요한 점은, 그는 이제 자기가 열심히 수행해야 할 일들을 하나도 제대로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입 시험을 치고 졸업을 앞둔 고3이나 마찬가지지요. 이제 다 끝났으니 땡땡이나 치면서 놀고 먹자! 혹시 부시는 앞으로 남은 4년을 내내 금요일로 여기며 더 많은 시간을 자기 농장에서 보낼지도 모릅니다. 왜 안되겠어요? 그는 이미 좋은 성적표를 받아서 아빠 코를 납작하게 해놨고 우리를 따돌렸으니 말이지요. [졸업 직전에 날탱으로 치르던 고3 학기말고사 (졸업고사) 생각이 나는군요.] 15. 만일 부시가 얼굴을 내밀어서 미국을 암흑으로 이끌기로 작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벌어지겠지요. a) 그는 더이상 재선을 위해 보수적 기독교인들에게 알랑방구낄 필요가 없습니다. 그의 측근 중 누군가가 그의 귀에 대고 말하기를, 앞으로의 4년 기간 동안 좋은 유산을 남겨서, 역사가 그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속삭입니다. 이에 따라 부시는 우익 정책을 공격적으로 밀어부치기를 자제합니다. 아니면, b) 더욱 더 자만스럽고 오만해지며, 이에 따라 무모한 일을 벌이게 됩니다. 이러다 엄청난 정책적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심지어는 자기 당인 공화당마저 등을 돌려, 백악관에서 끌려납니다. [어느 편이 좋을까...] 16. 미국 인구는 3억에 이릅니다. 그 중 2억 정도가 유권자 연령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단지 350만표 정도만 뒤졌습니다. 이건 압도적으로 당한 게 아니지요. 거의 이길 뻔한 셈이니까요. 미식축구에서, 골 라인까지 58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55야드를 줄기차게 달려온 뒤 단지 3야드를 남겨놓고 공을 들고 질질 짜며 집으로 돌아가겠습니까? 더구나 다음 판은 그 3야드 남은 지점에서 시작하는데 말이지요. 물론 그럴 순 없지요! 힘내세요! 희망을 가져요! 이런 상황은 스포츠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지니까. 17.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으로, 5천5백만 이상의 미국인이 이른바 "상원에서 가장 진보적인"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점입니다. 이 숫자는 레이건, 아버지 부시, 클린턴, 혹은 고어가 얻은 득표수보다 많은 것입니다. 케리가 레이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구요. 만일 언론에서 이같은 추세를 정확히 진단한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케네디 이래 처음으로, 수많은 미국인들이 진보 성향이 뚜렷한 후보자에게 기꺼이 투표했다." 미국이 복음주의적인 기독교인들로 가득찼다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지요. 이번 선거에서의 뉴스란, 바로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이 메사추세츠 출신의 진보주의자를 지지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건 매우 큰 뉴스입니다. 이 말은, 주요 언론들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진실을 제대로 분석해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라크전을 왜곡하여 보여준 바로 그 언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래야 우리는 2008년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테니 말이지요. 이제 기분이 좀 나아졌나요? 그러길 바랍니다. 어제 내 친구 모트는 내게 보낸 글에서, "루마니아 출신인 할아버지는 언제나 내게 말하길, "모트, 잊지마라, 미국은 굉장한 나라라서, 사실 대통령이 필요하지도 않단다" 하고 말하곤 했어" 라고 썼습니다. 네, 미국은 대통령은 필요없을지라도 우리를 필요로 합니다. 이제 좀 쉬세요.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마이클 무어 역주 1. 몬티 파이손 (Monty Python): 70년대 영국에서 방영되었던 코메디 프로그램 Monty Python's Flying Circus 의 주인공. 역주 2. 팝 타츠 (Pop Tarts): 토스트빵이나 페이스트리 사이에 과일 잼을 넣은 간식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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