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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늘자 신문에 난 기사 하나를 보시기 바랍니다.
뛰는 엥겔계수…도시가구 3분기 28.5% 4년만에 최고치 기록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소득이 별로 늘지 않아 쓸 돈이 많지 않은 가운데 어쩔 수 없이 사야 할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올 3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엥겔계수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시근로자 가구는 또 생활에 필수적인 피복.신발, 의료비, 통신비 등의 씀씀이도 최대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통계청의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3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 비중은 28.5%로 전분기보다 1%포인트나 올랐다.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엥겔계수가 2000년 3분기(2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엥겔계수는 통상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내려가고, 생활형편이 나빠지면 올라간다. 엥겔계수가 높아진 것은, 3분기 도시근로자의 소득은 전년 동기에 비해 6.5% 증가에 그쳤으나 이 기간에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13%나 올랐기 때문이다. 소득의 소폭 증가로 가계지출이 크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뛰다 보니 엥겔계수가 높아진 것이다. 엥겔계수에는 외식비와 주류 등도 포함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외식 횟수도 줄이는 등 도시근로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농축산물의 가격이 뛰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도시근로자 가구는 또 불필요한 지출을 계속 줄이고 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3분기 피복.신발 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0.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3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김OO 기자 [xxxxx@xxxxxxxx.co.kr] 우울한 소식입니다. 소득은 안 늘고 식료품비는 올라서, 돈 벌어서 먹고 사는 데 다 써야 할 지경이라는 뉴스입니다. 그것도 4년만에 최고랍니다. 과연 그럴까? 기사가 인용한 통계청 자료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전국 단위의 가계 수지 동향을 밝힌 2004년 3/4분기 전국 및 도시가구 가계수지 동향 이고, 다른 하나는 기사에서 인용한, 도시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2004년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 동향 입니다. 문제의 기사가 무슨 이유에선지 두 번째 것만을 대상으로 했으니 그것만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우선 기사는 "소득이 별로 늘지 않아" 라고 두루뭉실하면서도 부정적으로 썼는데, 통계청 자료에 따라 밑에서는 6.5%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321만6천원으로 자료에 나와 있습니다. 적어도 숫자로만 보면,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은 일년 동안에 꽤 늘었습니다. 기사에서 제목으로까지 뽑은 식료품비 지출은 2/4분기보다 3/4분기가 1% 포인트 올라, 4년만에 최고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사에 달린 그래프(오른쪽)를 보면, 얼마 전인 올해 1/4분기 식료품비 지출(엥겔계수)은 거의 4년만에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파란 점, 파란 비교선은 제가 추가한 것임). 3/4분기의 식료품 지출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증감을 따지려면 바로 앞의 기간에 같은 지표가 매우 낮았음을 고려해야 합니다.또 식료품비가 늘고 엥겔계수가 올라갔으므로 생활 형편이 나빠졌다는 인상을 물씬물씬 풍깁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를 보면, 여기서 조사된 식료품비에는 주식과 부식뿐만 아니라, 외식이나 기호식품이 다 포함됩니다. 과일, 빵, 과자,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값, 맥도널드 햄버거, 영화보면서 마시는 콜라, 술값, 외식비 따위가 다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식료품비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식/부식 같은 필수 식료품비가 아니라 외식비였으며, 이는 작년보다 8.1%나 증가했습니다. 이걸 놓고, 식료품비가 늘었으니 생활 형편이 나빠졌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정말 의문입니다. 기사에서는 통계청 관계자가 "경기 침체로 외식 횟수도 줄이는 등 도시근로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오는데, 저 인용이 사실이라면, 자기들이 만들어 낸 통계 결과를 놓고도 저런 헛소리를 한 관계자를 업무 태만이나 무능으로 전보 조처해야겠습니다. 또 기사는 도시근로자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계속 줄이고 있다" 고 하여, 소득 수준이 나빠진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그 근거로 옷값, 신발값이 줄어든 것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엥? 그런데 바로 위에서는 "도시근로자 가구는 또 생활에 필수적인 피복.신발, 의료비, 통신비 등의 씀씀이도 최대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했습니다. 도대체 옷이나 신발이 필수품이란 말입니까, 아니란 말입니까??? 네... 이건 무조건 상황이 나쁘다는 것으로 보도하려는 틀(frame)을 미리 갖고 숫자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나온 실수입니다. 기사 맨 앞에 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라는 틀을 미리 전제하고서 기사를 쓴 것이지요. 그런데 왜 기사는 하필 사소한 것으로 보이는 신발값을 꺼낸 것일까요? 아쉬운 대로 그게 가장 "틀"에 잘 맞는 자료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나온 다른 통계는 틀에 맞지 않았거든요. 예컨대, 옷값/신발값은 "0.7%" 줄었지만 (0.7%가... 의미있는 양인지도 의문입니다), "침대, 쇼파 등 일반가구에 대한 지출이 6.7% 증가" "정수기, 에어콘 등 가정용기구에 대한 지출은 32.3% 증가" "디지털카메라, 운동복 등 교양오락기구 구입에 대한 지출은 4.5% 증가" "운동시설 이용 및 강습료, 단체여행비 등 교양오락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6.6% 증가" 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하... 코메디군요. 옷도 못사입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져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판에, 정수기가 웬말이며 소파가 웬말이냐... 통계가 언제나 사실을 잘 반영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또 경제가 어렵다는 서민들의 체감 경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제나 말씀드리듯이, 숫자로 장난치면 안됩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통계청 자료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상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 평균소득의 약 7배" 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으며, "상위계층의 소득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음", 다시 말해 잘 사는 사람들이 더욱 잘 살게 되고 상하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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