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장
이 블로그의 글들 VI 이 블로그의 글들 V 이 블로그의 글들 IV 이 블로그의 글들 III 이 블로그의 글들 II 이 블로그의 글들 I ※ 예전 글들의 카테고리 분류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카테고리
때時 일事 (Issues)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美 나라國 (USA) 갈硏 궁구할究 (Study) 흩을散 글월文 (Prose) 욀諷 찌를刺 (Satire) 짧을短 생각想 (Piece) 낱個 사람人 (Personal) 연결連 이을續 (Series) 섞일雜 끓일湯 (Others) 두二 바퀴輪(MCycle) 최근 등록된 덧글
네, 그런 점에서 '아무나'..
by deulpul at 12/27 아, 정말 그런 기능이 .. by deulpul at 12/27 예술이죠! 예술도 그냥 .. by deulpul at 12/27 블로그 인터뷰 문의한 사.. by 서혜영 at 12/27 "그림의 떡 이미지"가 마.. by 꿀꺽~ at 12/27 최근 등록된 트랙백
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by 민노씨.네 일년이 다 된 글인데 새삼.. by 물리학 흠냐, 울 마눌은 백설공.. by 뒤돌아 보지 않는다, 후.. 검찰과 기자, 국민 세금.. by 자그니의 시크릿 스크립팅.. 전국국어대회 '4대강' 토.. by Green Monkey Blog** 태그
|
![]()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 마음을 꺼내지 못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억지로 용기를 내기도 하고, 또 간혹 포기하고 아파하기도 합니다. 은행원 임대호는 가면을 쓰는군요. 어두운 저녁, 주택가 골목길을 조은희가 걸어옵니다. 힘들게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오자, 한 남자가 가면을 쓰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임대호입니다. 가면은 임대호가 막 시작한 레스링에서 반칙왕 캐릭터로 등장할 때 쓰는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입니다. 임대호가 말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복면을 쓰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랑했구요, 앞으로도... 한없이 무력한 은행원 임대호에게 또다른 모습을 안겨주는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 마스크를 쓰면 그는 사각의 링에 우뚝 서서 유혈낭자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서, 비록 더듬거리면서라도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도 마스크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 마스크의 힘도 사랑을 얻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쌀쌀한 목소리가 임대호의 말을 자릅니다. 잠깐. 지금 무슨 말 하세요? 술 마셨어요? 뒤로 감춘 손에서 꽃다발이 떨어집니다. 뒷걸음질을 치는데 꽃이 밟힙니다.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부당한 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달려가 숨는 것 말고는. 갑자기 몸을 돌린 임대호, 달리기 시작합니다. 주택가를 달리고 거리를 달리고, 불이 휘영청 밝은 광화문 앞 대로를 마스크 머플러를 휘날리면서 달립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쓸쓸한 거리를 질주하는 사내의 구둣발 소리에 화답하듯 음악이 나옵니다. 이은하가 불렀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의 한 소절입니다. 이은하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 영화에서 음악을 맡은 어어부 프로젝트의 백현진의 목소리입니다. "그대 왜 나를 그냥 떠나가게 했나요. 이렇게 다시 후회할줄 알았다면...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피아노 반주에 실린 백현진의 걸쭉하게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구겨진 마음을 안고 질주하는 임대호의 마음을 아프도록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윽고 임대호는 안국동역 쯤일 지하철 역 플랫폼에 좌절한 채 앉아 있습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임대호는 노래가 잦아들자, 한숨 한 번 쉬고 양 손으로 무릎을 한 번 탁! 치고 벌떡 일어섭니다. 네... 언제까지나 좌절한 채로 있을 순 없습니다. 또 새로 시작해야 하니까요. 더구나 그는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반칙왕>, 2000년, 112분 저 목소리와 저 음악이 정말 좋았습니다. "미소를..." 을 백현진이 녹음한 게 있나 찾아봤더니 저 영화 장면에서만 잠깐 쓰이고 따로 녹음하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반칙왕> 사운드 트랙에도 빠져 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배경으로 나오는 거리가 열심히 쏘다니던, 심지어 술마시고 편안하게 자기도 하던 낯익은 곳이라서 또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