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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3 : 루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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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MBC의 시사 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사실은..." 이 입에 담기에도 구차스런 구찌 핸드백 사건으로 관계자들이 징계되고 프로그램마저 도중하차하고 있는 딱 그 즈음에, 미국에서도 언론인의 윤리에 구정물을 확 끼얹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는 1월7일 저명한 흑인 우익 칼럼니스트 암스트롱 윌리엄스가 부시 행정부로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관련 법안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은밀히 홍보해주는 대가로 24만달러 (2억5천만원) 를 받아 챙겼다고 폭로했습니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The Right Side" 를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과 신문 칼럼에서 이 법안을 긍정적으로 다루면서도, 정부(교육부)로부터 광고비를 받았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에 따르면, 윌리엄스가 이 돈을 받으면서 교육부와 맺은 계약에는 문제의 교육 법안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긍정적으로 홍보할 것, 다른 흑인 언론인들도 법안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갖도록 고무할 것,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교육부장관을 인터뷰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진상이 폭로되고 나서 <편집자와 발행인> (Editor and Publisher) 지가 조사해보니, 윌리엄스는 작년에 쓴 칼럼 중에서 최소한 네 차례 이 법안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밖에, 딱 부러지게 이 법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쓴 칼럼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칼럼은 신디케이트를 통해 미국 전역에 50여 신문에 실리고 있습니다.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윌리엄스와 칼럼 전재 계약을 맺고 있는 칼럼 신디케이트인 트리뷴 미디어 서비스 (TMS) 는 윌리엄스와의 계약을 즉시 파기했습니다. TMS 는 계약 파기 성명서에서, "칼럼의 주제가 되고 있는 측으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을 받는 것은 칼럼니스트가 이해 당사자로서 행동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습니다. 독자들은 칼럼에 나타난 (저널리스트의) 견해가 그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제3의 이해 당사자에게 돈을 받고 판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윌리엄스가 돈을 받고 홍보해준 문제의 법안은 부시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안인 NCLB (No Child Left Behind) 법입니다. 미국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저하에 위기감을 느낀 결과 나온 방안으로, 핵심은 초, 중학생들에게 표준화된 읽기와 수학 시험을 치르게 하여 그 결과에 따라 학교별로 재정 지원을 하고, 그래도 개선이 없는 학교는 폐쇄하거나 교사를 갈아치운다는 것입니다. 2001년 12월 상하 양원을 통과했으며 2002년 1월8일에 부시가 서명함으로써 정식 법안으로 효력이 생겼습니다. 시행은 2004-2005학년도 부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미국 교육부)과 이곳(한글 요약)으로.) 이 추문이 미국 언론계에 더 큰 울림을 내는 것은, 윌리엄스가 은밀한 홍보 계약을 맺은 것이 사기업이 아니라 정부 부서였으며, 그가 받아 챙긴 24만달러가 개인이나 기업 돈이 아니라 납세자들이 세금으로 낸 공금이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또 정부가 정책 홍보를 위해 부정직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정치 이슈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 와중에도 윌리엄스는 24만달러를 되돌려줄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그는 언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사과했지만, 돈은 돌려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돈이 광고비 명목으로 정당하게 받은 것이었으며, 비록 광고주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촌지나 뇌물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또 자기가 칼럼에 저 교육 법안을 언급했더라도 그게 칼럼들의 중심 주제는 아니었다고도 변명합니다. 어쨌든 자신은 옳다고 믿은 일을 수행한 것뿐이라나요. 윌리엄스는 칼럼 신디케이트와의 계약이 파기되면 개인 명의의 신디케이트로 계속 칼럼을 쓰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는 칼럼을 그 누구보다도 잘 쓰고 잘 팔 수 있다고 생각해 왔으니, 별로 문제될 건 없지요" 라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거액을 받아 챙기고 그에 따라 곡필을 휘두른 부도덕한 저널리스트로 이미 낙인 찍힌 그의 칼럼을 신문사들이 계속 받아줄지는 의문입니다. 흑인저널리스트협회 부회장이자 나이트 라이더의 뉴스 담당 부사장인 브라이언 먼로는 윌리엄스가 저널리스트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는 아직도 저널리즘의 가치와 윤리를 믿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습니다. 한편, 의회의 민주당 지도자들은 부시에게 편지를 보내, 거액의 돈을 들여 몰래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선전술은 비윤리적일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교육부 장관 로드 페이지는 14일 언론에 해명서를 보내,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문제의 돈이 합법적으로 광고비로 지출된 것이며 다른 뜻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유에스에이 투데이> 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와 윌리엄스 간의 계약에는 "방송 중에 문제의 법안을 주기적으로 자주 언급할 것" 이라는 조목도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80년대 한국의 권위주의 정부가 언론사에 하달하던 이른바 "보도지침" 과 꼭 닮은 꼴입니다. 차이점은, 당시 한국 정부는 권위와 억압으로 언론의 보도 내용을 규제한 데 비해, 미국 정부는 돈으로 매수하는 모양을 취하고 있군요. 미국뿐 아니라 최근의 여러 사태를 보더라도, 이제 언론을 길들이는 도구는 구세대식 강제와 억압에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도 약발이 쎈 물질주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언론의 존립 이유가 돈벌이에 맞춰지고 있는 지경입니다. 돈맛을 알면서 망가지는 언론 숱하게 보아오고 있지 않습니까. 언젠가도 말씀드렸지만, 총칼에 굴하지 않기는 쉽지 않으나 안락에 굴하지 않기는 그보다 몇십 배 더 어렵습니다. 언론은 흔히 사회의 빛과 소금이라고 합니다. 빛이 먼저 어둠을 부르고, 소금이 제 혼자 스스로 썩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일이 벌어질 때마다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거꾸로, 아직도 많은 사람이 언론이라는 제도에 대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것 같습니다. 제발 배 고프고 가난해도 바른 길로 걸어주길 바랍니다. 배 부르려면 언론(인) 하시지 말구요. 배 부르기 위해서 하는 일은 따로 많이 있잖습니까. 바른 길로 가면서 배도 부르면 더욱 좋겠지만요. * 본문 사진: 미국 국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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