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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 피해 복구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미군들이 동남아에 밀려들어가고 있다. 최대 피해국인 인도네시아 영해에는 미국 항공모함까지 닻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물론 명목상 피해 복구를 위한 인력과 물자. 그러나 당사자인 인도네시아는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긴, 미국은 하려고만 하면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자 껄끄럽기 짝이 없는 동남아 국가며, 중앙 정부에 반대하는 무장 반군 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그 전에는 꿈도 꾸어보지 못한 많은 공작을 이번 기회에 손쉽게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남미의 많은 나라들에서 그랬듯이.
만일 그럴 생각이 있다면 빨리 끝내야 할 것 같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군이 3월 말까지는 모두 철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인도네시아 정부 안에서는 미군의 존재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의도를 의심하고 있는 시각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결과. 미국 국방부 차관이자 과거에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냈던 폴 울포위츠 (<화씨 9/11>에서 머리에 침을 발라 넘기던 그) 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관할권을 다른 측에 최대한 빨리 넘기는 것 말고는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에 말입니다. 그들이 인계받을 준비가 되는대로 말이지요" 라고 말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다. 미국의 비호 아래 곧 총선을 치를 이라크를 놓고 미국이 항상 하는 말 아닌가?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를 직접 지칭하지 않고 "다른 측" (others) 라고 했다가, 이를 부연 설명하면서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 (especially to the Indonesian government) 라고 언급해,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해일 피해가 큰 수마트라 섬 일부는 분리주의 반군들이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와 오랫동안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미군 군함과 병력이 근처를 왔다갔다 하는 데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당연한 일.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랫동안 인도네시아를 규제하고 있는 무기 금수 조처를 푸는 데 이번 재앙을 써먹을 수 없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다고. 인도네시아 군대의 무기 수입줄을 막아버린 무기 금수 조처는 1991년 인도네시아 정부군이, 지금은 독립한 동티모르의 비무장 독립 시위대들에 발포하여 250명 이상을 죽인 뒤에 내려졌었다. 또 8년 뒤에 동티모르에서 독립을 위한 총선이 벌어질 때 인도네시아 정부군과 이들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들이 동티모르인 1,500명을 학살한 뒤 더 강화되었다. 인도네시아 관리들은 "지진해일 피해에 잘 대응하려면 군대에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라고 강조하며, 금수 조처를 걷어줄 것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물론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를 놓고 범인류적 재앙을 정치에 활용하는 꼴이라면서 금수 조처를 걷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이번 해일로 두 번째로 큰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진다. 분리독립 무장 세력인 타밀 호랑이 반군들은 스리랑카 정부가, 자기들의 영향권에 있는 북동쪽의 피해 지역에는 구호 물자를 돌리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화해의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도 스리랑카 정부가 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물론 정부는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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