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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시, 원점으로 돌리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신기루의 샘 속에서 물 길어다 동료들과 같이 시원스레 목욕하는 일이 열번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또 어물전을 묘사해 놓은 그림 속에서 한 마리 연어를 꺼내다 마누라와 함께 구워 먹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우매하여 그럴 줄을 모르니, 그러므로 내가 우직한 채로 소가 되고 부지런하여 벌이 되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놓고, 그것 위에서 우직히 투쟁하며, 그것 위에서 부지런히 명상하고, 근면과 우직을 다하여 정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자신에게 자꾸 타일러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꾀 있는 사람은, 계란을 그저 한 번, 눈깜박할 동안만 소매 끝에다 넣었다 꺼내도 장닭을 품어내지만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은, 하루 세 번 군불을 지핀 아랫목에 품고 누워 식음을 전폐하기를 스무 하루나 한다고 하더라도, 잘하면 병아리나 품어내거나, 그렇지도 않으면 곯려버리고 말 것이었다. 그러므로 꾀는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내가 바랄 바는 아닌 것이었다.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p.105)참 재주가 좋고 꾀가 많은 사람들이 있다. 50을 갖고도 100을 보여주는 그들은, 설령 그들이나처럼 50이 있다고 쳐도 아무리 기를 써도 그럭저럭 제값도 제대로 쳐서 받지 못하는 나로서는 언제나 부러운 사람들이다. 꾀는 그들의 것. 그저, 우직한 채로 소가 되어, 소 발걸음 흉내나 내면서 근면과 우직을 다하여 정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자꾸 타일러줄 뿐이다. 그러다가 혹시나 소 뒷걸음치다 쥐나 밟듯이 짬짬이 호랑이 눈이나 설핏 가졌으면 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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