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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들이 DVD로 출시될 때 종종 두 가지 판이 함께 담겨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정용 텔레비전에 맞는 스탠더드 규격(1.33대 1, 혹은 4대 3)과 극장 스크린과 비슷한 와이드스크린 규격(1.85대 1)이 그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비디오로 출시되는 영화는 1.33대 1을 표준으로 하여 제작되고 있으며, 따라서 영화 시작 전에 "이 비디오의 영상은 극장 화면을 가정용 텔레비전 화면에 맞게 조정한 것입니다" 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극장판과 비슷한 영상을 원하는 영화팬들이 늘고 고화질의 대형 텔레비전이 많이 보급되면서, DVD의 경우는 와이드스크린 영상으로, 혹은 와이드스크린 버전과 스탠더드 버전이 함께 담겨 출시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DVD로 나오는 영화들의 광고에 와이드스크린 버전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도 비디오판과는 달리 극장에서 보는 영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비디오용인 스탠더드 규격과 와이드스크린 규격의 영상들이 실질적으로 다른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 DVD의 장점으로 광고하고 있는 와이드스크린 규격 영상이 실상은 보통의 스탠더드 화면보다 오히려 더 적은 영상을 담고 있다면 말이지요. 바로 이 점이 워렌 얼로나르도라는 청년이 미국 영화사 MGM 을 상대로 소송 (Eallonardo et al. 대 MGM et al.) 을 제기한 이유입니다. 2002년, LA에 사는 호기심많은 얼로나르도는 <레인맨> 등 자신이 산 MGM 의 영화를 놓고, 와이드스크린 버전과 일반 스탠더드 버전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그는 와이드스크린 버전이 별 게 아니라, 기존의 스탠더드 화면 아래 위로 검은색 막대를 붙인 데 지나지 않은 것임을 발견했습니다. DVD에 화려하게 광고되어 있던 와이드스크린 영상이 실제로는 일반 비디오 영상보다 더 부분적이었던 것이지요. 마치, 일반 비디오 영상에서 아래 위를 잘라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디오 규격의 영화가 와이드스크린 영화의 일부를 잘라낸 것이라는 상식과는 정반대의 발견이었습니다. 이래가지고서야, 와이드스크린이란 결국 스탠더드 화면을 잘라낸 속임수가 아니겠습니까. 그는 이같은 결과를 근거로 하여, 2002년 12월에 MGM 을 비롯한 몇몇 영화 제작/배급사를 대상으로 하여, 과대 거짓 광고, 불공정 경쟁, 기타 소비자 보호 관련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의 영향이 얼로나르도 혼자가 아니라 DVD 영화를 산 모든 소비자에게 미치므로, 집단 소송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고인 얼로나르도측은, 1998년 12월 1일부터 2003년 9월8일 사이에 MGM 의 와이드스크린 버전 DVD를 산 소비자는 새로운 MGM 의 DVD로 교환받거나 아니면 현금으로 7달러10센트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일반 소비자가 MGM 의 DVD 구매자로서 이번 집단 소송의 원고로 참가하기 위해 등록해야 하는 시점이 3월 말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소송에 대한 MGM 측 주장은, 우리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이 출시한 영화에서, 와이드스크린 버전이 일반 스탠더드 버전의 일부를 잘라낸 모양인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은 영화 제작과 유통 과정을 잘 모르는 데서 생긴 오해라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정확한 지식 없이 거대 영화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흐름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는 데 대해 조심스러운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와이드스크린으로 제작된 영화 화면을 텔레비전이나 비디오에 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인위적으로 가로를 줄이고 세로를 키우는 방법인데, 영상 왜곡이 심해서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이런 영상은 영화가 끝날 때 화면 좌우 전체에 걸쳐 있는 엔딩 크레딧 자막을 보여주기 위해 가끔 쓰이는 정도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영화 화면의 좌우 양끝을 자르는 방법입니다. 흔히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 화면의 주제는 항상 중심에 위치하게 마련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는 없지만, 감독이 의도한 영상이 아니라는 점이 결정적 흠입니다. 가끔 화면 양 끝에 두 사람을 풀샷으로 배치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같은 것을 즐겨쓰는 감독의 작품 같은 경우는 치명적인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방식의 규격화는 팬-스캔 방식 (pan-and-scan)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극장에서 걸릴 뿐 아니라, 비디오로 제작되어 일반 소비자에게 팔리는 비디오 시장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면서 제3의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영화 촬영 때부터 비디오 제작을 염두에 두고 찍는 방법입니다. 즉, 일부 제작자들이 영화를 일반 35밀리미터 필름으로 찍는 것입니다. 이 필름은 비디오나 텔레비전 화면에 맞는 일반 스탠더드 규격(1.33대 1)입니다. 영화 감독이나 촬영 감독은 영상의 주요 부분이 항상 35밀리 필름의 화면 중앙에 오도록 주의하면서 촬영합니다. 영화 제작이 끝나면 필름 전체에 아래 위로 검은 막대를 붙이거나, 아니면 영사기 렌즈에 비슷한 장치를 하여, 극장 스크린 규격에 맞는 화면(1.85대 1)을 만들어 냅니다. 이 경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이같은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화면 아래 위 부분은 감독이 애초부터 영상에 집어넣지 않을 것을 고려하고 찍은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영화가 비디오나 DVD의 스탠더드 규격으로 제작될 때는 스크린에 영사하기 위해 붙였던 검은 막대를 제거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비디오판 스탠더드 규격 영화에는, 비록 작은 부분이지만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화면들이 위와 아래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와이드스크린 DVD는 영화 스크린 버전 그대로 담게 됩니다. 결국, DVD의 와이드스크린은 극장 영화 화면을 자르거나 왜곡한 팬-스캔 방식이 아니라 극장 영상 그대로이며, 비록 스탠더드 규격이 더 많은 영상을 담고 있더라도 이것은 원래 감독이 의도한 영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DVD 와이드스크린 버전은 여전히 훌륭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아래 그림은 영화 <프리다> 의 한 장면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 이러한 제작 방식에 따르면, 스탠더드 화면이 와이드스크린 화면보다 오히려 큰 셈이니 소비자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DVD의 와이드스크린은 극장 상영용 화면과 동일하게 제작된 셈이므로, 단순히 스탠더드판 영상과 와이드스크린판 영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원고측 주장은 좀 지나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MGM 이 와이드스크린을 과대 포장하여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원고측 주장이 먹힐지, 영상미디어 제작 과정을 근거로 한 MGM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5월16일의 재판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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