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벌어진 미식축구의 최대 잔치 수퍼보울의 또다른 주역은 광고. 30초 한 회에 240만달러, 일초당 8만달러를 호가하는 엄청난 광고료가 붙은 올해 수퍼보울 광고에서 가장 재미를 본 기업은 누구일까요. 무명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 GoDaddy.com 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고를 잘 해서가 아니라, 광고가 중간에 잘리는 바람에 그렇게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졌습니다.이 회사가 구입한 수퍼보울 중간 광고는 30초짜리 두 회. 이전에 텔레비전 광고를 전혀 해보지 않은 이 회사는 이번 광고에 5백만달러 가까운 돈을 투자했습니다. 야심만만한 투자였는데, 문제는 광고 내용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광고는 작년 수퍼보울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 사건을 패러디한 것이었습니다. 잭슨의 노출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나가는 바람에 방송사와 미식축구협회 관계자들이 혼쭐이 났었는데도, 이 회사는 겁없이 바로 그 내용을 이번 수퍼보울용 광고 소재로 채택했습니다.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상의 방송 검열 청문회장입니다. 검열 대상은 GoDaddy.com 자신입니다. 엄숙하고 딱딱한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 사이에 젊은 여성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증언 도중에 갑자기 여성의 얇은 티셔츠 어깨끈이 끊어지고 이 여성은 가슴을 부둥켜안고 증언을 계속합니다. 소재에서 느껴지듯, 잭슨 사태를 패러디하면서, 동시에 잭슨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엄숙주의를 비꼬고 있습니다.
올해 수퍼보울을 중계한 폭스 텔레비전은 첫 쿼터에 예정되어 있던 이 광고의 첫회분은 예정대로 방영했지만, 마지막 쿼터에 예정된 두번째 광고는 방영하지 않았습니다. 이 광고가 나오기로 되어 있던 시간에 폭스 텔레비전은 자기네 프로그램인 "더 심슨즈" 의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기네 회사 광고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GoDaddy.com 관계자들은 결국 광고가 삭제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화 한 통화 없이 거액의 광고를 날려버린 데 격분한 회사 관계자들이 폭스 텔레비전 관계자와 연락에 성공했을 때, 그들이 들은 말은 "미식축구협회 고위층으로부터 이 광고를 삭제하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폭스의 광고 책임자는, 이 광고를 첫회분 내보내고 나서 보니, 다른 광고들과도 내용 면에서 너무나 다르고 폭스의 수퍼보울 방영 방침과도 맞지 않아 두번째 광고를 불방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미식축구협회에서 압력이 들어왔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사태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겠죠. GoDaddy.com 측은 두번째 광고가 결방됨으로서 발생한 손해를 신중하게 따지고 있다고 하며, 사태가 큰 물의없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공언함으로써, 거액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광고의 내용 자체와는 관계 없이, 이 광고가 삭제 사태로 물의를 빚으며 화제의 중심이 되는 바람에 GoDaddy.com 은 예상치 못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사이트는 이번 사태로 일약 전국적 화제 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광고 전문 사이트인 AdAge.com 는 이번 수퍼보울 광고 잔치에서 결과적으로 이 광고가 최고의 효과를 거둔 성공작이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설마 이런 결과까지 모두 계산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회사의 광고 제작사는 매우 머리를 많이 쓴 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수퍼보울 광고와 관련한 A-Typical님 글
이 블로그에 쓴 수퍼보울 광고 관련글




덧글
A-Typical 2005/02/09 12:49 # 답글
제 블로그에 있는 이번 Super Bowl 광고에 관한 글에 트랙백 걸었습니다. iFilm에서는 가입 안해도 광고를 모두 볼 수 있답니다.deulpul 2005/02/09 12:59 # 답글
네- 저도 트랙백으로 연결하고 A-Typical님 글 링크도 달아서, 그쪽에서 광고를 찾아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정보 주셔서 감사드려요.happyalo 2005/02/10 11:12 # 답글
재밌군요. 지나친 엄숙주의는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deulpul 2005/02/11 05:39 # 답글
네, 뭐든지 지나치면 해로울 뿐만 아니라, 이 경우는 재미도 좀 없어지는군요, 하하... 작년 수퍼보울에서 몇 초 간의 잭슨 가슴 노출 사건 때,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며 FCC를 비롯해 미국 언론과 여론이 난리를 쳤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한 것들이 청소년들의 주변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매우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메르키제데크 2005/02/12 14:17 # 답글
어떤 상황이든지 기회는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deulpul 2005/02/14 09:57 # 답글
네, 일이 뜻대로 잘 풀려가는 것도 좋지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오는 것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역시 운도 좋아야 하겠고,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잡아채는 타이밍도 중요하겠지요.시노조스 2005/02/17 02:33 # 답글
계속 방영이 되었더라도 그 자극적인 내용이 논란이 되었을태니 상당한 효과를 얻었겠군요. 그런데 결국은 더 큰 효과를 거두게 되었군요. -_-;deulpul 2005/02/17 18:35 # 답글
네... 그러나 역시, 민감한 데를 건드려서 "밑져봐야 본전이니 한판 떠보자!" 하는 전략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온갖 야시시한 소재와 표현이 넘치는 광고 시장에서 사실 저 정도는 크게 자극적이진 않은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