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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매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단체 중에 부모텔레비전평의회 (Parents Television Council, PTC) 라는 보수적인 단체가 있다. 1995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외설물, 폭력물, 신성모독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PTC 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 1백만명 가까운 회원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텔레비전을 정밀하게 모니터하여 부정적이라고 판단되는 내용을 가려내고, 그 결과를 자료집으로 묶어 발간하는 한편, 방송사를 비롯한 대중매체 관련자에게 다양한 경로로 직접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PTC 가 압력을 넣는 대중매체 관련자에는 방송사 운영자는 물론, 배우, 작가, 프로듀서, 음악가, 게임회사, 광고회사 등이 총망라된다. 이들이 펄쩍 뛰는 방송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이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텔레비전에 일상적으로 방영되는 성 관련 표현들, 저속한 대사, 폭력 장면은 물론이고, 공권력을 경멸하거나 미국 애국주의를 조롱하거나 종교를 폄하하는 내용들이 모두 포함된다. PTC는 이같은 내용이 어린이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란 아마 "월튼네 사람들" 이나 "초원의 집" 따위가 아닐까. 뭐, 원래 이익집단이란 다양한 주장과 이익을 구심점으로 모여서 자기 뜻대로 활동하게 마련이므로, 그렇고 그런 단체가 있구나 하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들이 실제로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이 단체가 벌이는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는 텔레비전 방송 내용을 모니터한 뒤 '펄쩍 뛸 만한' 내용이 나오면 시청자 불만 투고를 무더기로 방송사나 관련 단체에 보내는 것이다. 특히 상업 방송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연방통신위원회 (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 FCC) 는 PTC 의 단골 수신처. 따라서 PTC 에서 FCC 로 가는 항의 편지들이 엄청난 양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PTC 가 모니터 및 불만 투고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전인 2002년에 FCC 에 접수된 불만 신고는 1만4천건이었다고 한다. 일년 뒤인 2003년에 이 숫자는 24만건으로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24만건의 신고 중에서 99.8%가 PTC 회원들이 보낸 것이었다. 2004년에는,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수퍼 보울의 '의상 사고' 를 제외하면, 99.9%의 불만 신고가 PTC 에서 나왔다. 이런 숫자는, PTC 와 일반 시청자의 정서나 기준 사이에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뭐, 물론 일반 시청자는 먹고 살기 바빠서 항의 편지를 보내거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 기준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문제에는 일반 시청자도 열심히 항의 메세지를 보낸다. '의상 사고' 에서처럼. 결국 PTC 는 일반 시청자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이런 '자기류' 의 보수적 가치관을 대중 매체에 이식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도록 만든다. 예컨대, 폭스 텔레비전은 등장인물 중에 누가 결혼하게 될까를 시청자들이 알아맞추는 "Married by America" 에 나온 문제 장면 때문에 FCC 로부터 118만달러의 벌금을 때려맞았다. 이같이 강력한 처벌에 힘을 실어준 것은 물론 분노하는 PTC 회원들의 항의였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항의 편지는 모두 90건이 FCC 에 접수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이 90건은 23명의 시청자가 중복해서 보내고 또 보내고 한 것임이 드러났다. 항의 편지 중 네 개를 제외한 모든 편지가 꼭같은 내용이었다. 시청자 개개인이 불만을 느껴 보낸 것이 아니라 한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보낸 것. 항의 편지를 보낸 사람 중 실제로 저 프로그램을 보았다고 한 사람은 단 한 사람에 불과했다. 대중매체에서 외설과 폭력은 적정한 선으로 제한되어야 하겠지만, 그 역시 보편적 기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 아닐까. 한 이익단체가 자기만의 기준으로 대중문화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이것은 또다른 '1984' 의 전주곡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물며 외설이나 폭력뿐만 아니라 애국주의에 대한 희화화까지 눈에 불을 켜고 잡아내려 한다니. 한국에서도 특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 유명한 단체가 있다. 언제나 해온 말이지만, 남 걱정 말고 너나 잘해라. * 생각해볼 문제: 1.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에 나오는 폭력물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수십년간 서로 치고박는 논쟁이 있었으나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즉 폭력물이 폭력성을 낳는다는 데 대해 결정적인 증거도, 결정적인 반박 증거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폭력물의 영향에 대한 다양한 주장은 나중에 이곳에 올라올지도...) 2. 사람들은 대중매체의 부정적 메세지 (외설, 폭력 등) 에 대해 자신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3자 효과). 남 걱정 말고 너나 잘하라는 주장의 한 이론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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