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두운 '우리말 다듬기' by deulpul


오늘 아침 배달된 한 신문의 뉴스메일 한쪽 끝에서 벌어진 상황. 외래어 사용을 지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골라 쓰자는 운동을 알리는 광고판 바로 위에,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외래어가 잔뜩 달려 있다.

'우리말 다듬기' 를 누르면 국립국어연구원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연결되는데, 이 사이트는 마구잡이로 쓰는 외래어를 우리 말로 다듬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운영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취지다.



어디 먼 데 갈 것 없이, 바로 1.5cm 영역 안에 들어 있는 저 '디아더사이드' 나 '쿨하게 살기' 부터 아름답게 바꾸어 주시면 좋겠다. '디아더사이드' 는 연극 'The Other Side' 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고, '부부 쿨하게 살기' 역시 이런 이름이 달린 공연에 초대한다는 행사 안내다.

'디아더사이드' 야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 치더라도, '쿨하게 살기' 는 정말 흉물스럽다. '쿨하게' 라고 하면 '신나게, 멋지게' 보다 훨씬 더 '쿨하게' 보이는가???

해당 신문사 자체의 행사가 아니라, 외부 행사를 연결한 것이라 해당 신문사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점이 있었겠다. '요즘에 어디를 가든지 온통 눈에 띄는 것은 외래어 아니면 외국어뿐' 인 세태가 보여주는 우스꽝스러운 한 장면.

참고로, 저기 찢어 붙여둔 뉴스메일 조각에 등장하는 단어 21개 중에서 우리말은 13개 뿐이다...

두 이미지: 각각 해당 뉴스메일과 해당 사이트에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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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스피리아 2005/03/26 14:04 # 답글

    이오공감 타고 왔는데, 좋은 글이 많군요. :)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링크해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카스미 2005/03/26 22:49 # 답글

    전 디아더사이드처럼 원문 그대로 옮겨놓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요;
    저건 [번역]이 아니라 [회피]에요;
    '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라고 쓰면 알아들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happyalo 2005/03/26 23:56 # 답글

    일단은 저도 예전에 연구하던 내용에서 알게 된 것 중 하나. 일반적으로 외국어 사용을 멋지게, 세련되게 본다는 사실.
    사실은 어감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미묘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단어들과의 어감 차이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데도 그저 멋져 보인다 생각하는거죠.

    두번째는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 이건 개인적으로 몇 년 전 국문과 후배랑 대화하면서 느꼈었던 건데, 저도 모르게 외국어를 막 섞어 쓰고 있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죠. 그 후배는 그런 표현 없이도 잘도 하는 대화를... 전 조금만 제 영역의 얘기가 나오면 그냥 영단어들이 좔좔...(그렇다고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제가 한 공부가 아무래도 서양, 특히 미국물 잔뜩 먹은 영역이라서 더 그렇겠지만, 다른 분야들도 비슷할 거예요.
  • happyalo 2005/03/26 23:56 # 답글

    그런데 요즘은... 학교나 학회에서도 좌절감 느낄 때가 있어요.
    하나는 멀쩡하게 우리나라 학회인데 외국어로 논문 내는 사람들. 영어 연습 겸해서라고도 하는데 연구논문은 영어 연습장이 아니죠. 그보다는 같은 논문을 외국에 다시 내도 큰 문제가 안 되니까 쓰는 전략이라는 혐의가 더 커요.
    그리고... 이젠 많은 학교들이 영어 강의 면접을 통해 교수를 뽑죠. 학생들이 과거의 세대보다 훨씬 영어를 잘 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모국어로도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걸 영어로 해서 어쩌겠다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가뜩이나 경쟁력 떨어지는 국내 박사들은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이젠 유학생 뽑는 정당한 명분이 추가된 셈이니까.
  • codeinz 2005/03/28 00:14 # 답글

    한마디 하자면 우리말이 아프다는 것은 의인법이다. ^^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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