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흔히 말하는 '얼리 어댑터' 는 아니지만, 예컨대 맥주 같은 것을 놓고 말하자면 얼리 어댑터는 물론이고 실험 대상이 되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를 지난 1월 중순부터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른쪽 놈입니다.버드와이저 맥주를 생산하는 미국 안호이저-부시에서 새로 야심차게 개발한 맥주, 버드와이저 엑스트라 (Budweiser Extra, BE) 입니다. 맥주에 인삼과 카페인,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과라나라는 약초 성분을 넣고, 각종 산열매와 체리향까지 첨가했습니다. 제품에 쓰인 말 그대로 보면, 'Beer with caffeine, ginseng and guarana extract and natural flavor' 입니다. 대체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 맥주를 홍보하는 광고를 지방 신문에서 본 게 1월 중순. 1월 말에는 MSNBC 를 비롯한 매체들에서 관련 기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식품점을 갈 때마다 술청을 기웃거렸지만 꽤 오랫동안 상봉할 수 없었습니다. 대형 냉장실 선반에 산더미처럼 쌓인 수십 가지 미국산과 수입산 맥주 중에 저 맥주는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아마 초기 물량이 바 같은 술집으로 먼저 들어가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기를 한달 여나 했을까요. 분명 시판되었다고는 하는데 찾기가 어려우니 아예 주류 전문점은 어떨까 하고, 오로지 술만 파는 이른바 '리커 샵' (liquor shop)' 을 들러봤습니다. 여기서 몇 캔을 구할 수 있었는데, 가게를 보는 청년은 무슨 소중한 걸 꺼내다 주는 것처럼, 한 사람당 네 캔 이상은 안판다며 가게 뒤에서 맥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값도 꽤 비싸게 받았습니다. 네, 어쨌든 드디어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다른 곳에서 좀더 편하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맥주의 맛은 꽤 자극적입니다. 가장 강한 첫맛은 체리 맛이었습니다. 블랙베리, 라즈베리, 체리 등등의 향을 넣었다고 하는데, 그 중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과일향이 강했습니다. 아, 그러더니... 인삼 맛, 그 특유한 쌉쌀한 그 맛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과라나라는 약초향은 원래 잘 알 수 없으니 분간해 낼 수 없었고, 카페인도 맛으로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과일향이 강하고 맥주 치고는 좀 달콤한 듯이 느껴졌습니다. 맥주에 빠져서는 안되는 적당한 씁쓸함이 달콤한 과일향에 좀 눌리는 형국이었습니다. 맥주 칵테일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마, 보통 맥주에 분말 커피를 조금 넣고 인삼주나 인삼 가루를 넣어 휘휘 저은 다음 체리 주스 같은 걸 더하면... 저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BE 를 개발한 버드와이저 관계자는, 이 맥주가 칵테일을 즐기는 바 손님들에게 잘 먹혀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군요. 여하튼 포나 견과류를 곁들여가며 배불리 마시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반 맥주가 맛이 좀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체리 소주나 레몬 소주 같은 혼합주를 좋아하시는 분들, 닥터페퍼 같은 음료를 좋아하시는 분들, 전반적으로 단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잘 어울릴 것 같은 맥주입니다. 알콜 도수는 다른 맥주와 비슷한 4.5% 입니다.
기존 맥주에 온갖 것을 섞어놨으니 색다른 맛이 나는 것은 당연할텐데, 그 맛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이 맥주에 대한 선호가 크게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간을 기다려 온 데 비하면 기대에 좀 못미쳤습니다.
카페인은 일반적으로 각성 작용을 해서, 예컨대 잠을 잘 안오게 하거나 한다죠. 게다가 이 술에 들어있는 브라질 특산 과라나의 성분 역시 카페인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각성 작용, 이뇨 작용, 혈압 상승 작용 등이 매우 흡사합니다 (과라나 자체에 카페인이 들어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한편, 술 마시면 주무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이 술을 계속 마시면 잠이 오게 될지 오히려 마실수록 말똥말똥해질지 궁금합니다.
버드와이저가 BE 를 내놓으며 겨냥한 고객은 감각적인 맛에 민감한 젊은층입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 55개 도시에서 신제품을 시험해 온 버드와이저는 이 맥주가 20대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21세~27세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겠다고 콕 찍었습니다. 제 입맛에 이 맥주가 별로인 것은, 제가 저 나이 영역에서 좀 벗어나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한편 미국 맥주의 쌍벽으로서 버드와이저의 경쟁 업체인 밀러 맥주는 달착지근한 혼합 맥주로 선공을 당한 데 당황해하며, BE 가 성공할 경우 당연히 유사한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는군요.
사진: MSNBC 뉴스




덧글
A-Typical 2005/04/14 12:19 # 답글
웰빙 맥주를 표방하는 것은 아닌가보죠? 하긴 카페인이 들었으면....기불이 2005/04/14 13:24 # 답글
카페인은 씁슬한 맛을 내기 위해서 음료에 일부러 첨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도 맛을 위해서 첨가했다고 합니다만, 아무리 마셔도 졸리지 않아서 더 많이 마시게 된다고도 하더군요. ㅎㅎㅎ메르키제데크 2005/04/14 20:09 # 답글
순간 OB맥주인줄 알았습니다. B의 압박이...알바트로스K 2005/04/14 21:26 # 답글
인삼와인을 먹은적이 있죠. 쌉쌉하니 나름대로 괜찮더군요arkardie 2005/04/15 21:14 # 답글
오, 저도 궁금하네요. 술 먹으면 바로 자는 타입이라서... 그래서 다들 모여 술 마실 때 참 애로사항이 많았던지라.. 마실수록 정신 말똥말똥해지는 술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어요.드나들기는 오래 전부터인데, 이제야 링크신고합니다.^^;
deulpul 2005/04/19 10:58 # 답글
A-Typical: 저는 모든 맥주를 웰빙 맥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하하-.기불이: 그런 꼼수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어디, 어떤 효과가 날지 다시 제대로 실험을 해봐야겠어요.
메르키제데크: 하하... 얼핏 보면 비슷하죠??? 가만히 보니 크라운까지 있군요. 그 옛날 크라운 맥주...
알바트로스K: 그건, 인삼주와 포도 주스의 칵테일 비슷한 맛이 날까요?
arkardie: 말똥말똥하면서 계속 마시면... 배가 막 나오지 않을까요. 저 맥주도 라이트는 아니라서 칼로리가 캔 하나에 145kcal로, 일반 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네요. 라이트 맥주들은 100kcal 안팎, 밥 한공기는 200~300k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