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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두 기사는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주장하는 관련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5%가 데이터 사용량 50%차지 인터넷고속도 ‘소수의 질주’…정보격차 커져 기사의 핵심은 인터넷 사용자 중 소수(5%)가 다량의 데이터(50%)를 씀으로써 정보를 불공평하게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 격차' 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쓰는 만큼 내는' 종량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나왔으므로 다시 말씀드릴 필요는 없겠다. 다만 현재의 인터넷 사용 구조를 정보 격차로 파악하며, 종량제를 도입하면 정보 격차가 줄어들 것처럼 암시하는 발칙한 태도에 대해서만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1. 정보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가치있는 것이다. 세상에 차고 넘치는 수많은 지식의 쪼가리들이 누구나에게 모두 의미있고 가치있는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가치있는 정보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모르고 살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단편적 상식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2. 이와 관련하여, '정보 격차' 운운 하는 주장의 원론격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지식 격차 가설' 부터 들여다보자. 지식 격차 가설은 지식(정보)이 돈이나 재산 처럼 사회적으로 불공평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듯이,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지식(정보)이란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이나 노자의 도덕경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 예컨대, 이 가설을 기초한 사람들의 관심은 다음과 같은 '지식' 이었다. - 집에 들끓는 쥐를 없애려고 할 때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 것인가. - 집앞에 버려져 있는 폐차를 치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남편이 가출한 지 3주가 지났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딸의 행동이 최근 이상해졌다.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으며, 이러한 불평등은 곧 개인과 사회의 낙후를 결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식 격차 가설에서 말하는 정보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임을 알 수 있다. 3. 지식 격차 가설이 의미있는 이유는, 초기의 이러한 불평등(격차)가 갈수록 확대된다는 점에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재산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정보에서도 그렇다는 말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60년대 말에 시작한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를 오래 방영한 뒤 그 영향을 조사한 결과, 모든 어린이의 성취도가 올라갔지만, 특히 가정환경이 좋은 어린이들이 더욱 큰 성취도 향상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에 접근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될수록 오히려 정보의 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유복한 가정의 어린이와 그렇지 못한 가정의 어린이 사이의 불평등(지식 격차)이, 정보를 다량 집중적으로 수용한 경우 (즉 <세서미 스트리트> 의 시청량이 많았던 경우) 에는 그 차이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4. 문제의 신문 기사에서 제시된 (해당 인터넷 업체의 주장인 것으로 보이는) '정보 격차' 는 이러한 논리적인 내용과 전혀 다른 배경을 담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의 5%가 50%를 쓰고 있다는 것은, 겉으로는 매우 충격적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또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시각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고 파악될지 몰라도, 이른바 정보 격차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말이다. 굳이 말하자면 정보를 쓰는 시간 (혹은 물리적 소통량) 에 차이가 있다는 점 정도가 될 것이다. 예컨대, 두 인터넷 사용자 중에서 A는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여 열시간 동안 게임을 즐겼으며, B는 30분 동안 이메일을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구글이나 엠파스 검색을 통해 찾아보고 컴퓨터를 껐다고 하자. 사용 시간의 엄청난 차이가 두 사람 간의 정보 격차를 의미하는가? 실제로는 전혀 반대의 결과가 된다. 신문기사에 나온 조사는 상위 5%가 쓰는 데이터 양이 한달 평균 47.8GB로서, 매일 2, 3편의 영화를 내려받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매일 2, 3편의 영화를 받아서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인터넷을 쓰는 양과 그 활동을 통해 실제로 얻는 정보의 양은 전혀 다른 점이라는 말이다. 5. 따라서, 솔직하게 "인터넷 많이 쓰면 돈 많이 내라" 고 하면, 돈벌기로 작정하니 그런 주장 할 수 있겠다고 봐줄 수 있다. 그러나 거기다 무슨 정보 격차 운운을 갖다붙이는 것은 사기업의 영리 추구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본질을 호도한다는 혐의를 받게 된다. 6. 기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직 직장인은 일주일에 평균 20.2시간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비해 농어업 종사자는 5.0시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라는 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이러한 결과는 디지털 정보 사용량이 이른바 정보 격차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전문직 직장인 치고 업무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관련되지 않은 직업이 있던가. 전문직 직장인은 필요해서 쓰는 것이고, 농어업 사용자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업무에 활용할 필요가 많지 않은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일주일에 경운기 사용 시간이 전문직 직장인은 0.0 시간이고 농업 종사자는 5.0 시간이라고 해도 이를 놓고 아무도 지식 격차나 정보 격차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7. 기사에 나온 주장 중에서, 통신업체들은 “소수의 이용자가 전체 인터넷 트래픽(데이터 사용량)의 압도적인 양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요금은 정액제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과 관계없이 똑같은 요금을 낸다. 결국 적게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돈을 내주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간단히 반박해 주실 수 있으리라고 본다. 8. 그 앞에 나온 주장도 보자. ▽5%가 절반을 쓴다=인터넷을 흔히 ‘정보 고속도로’에 비유한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 현황을 교통 문제로 바꾸면 대략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100명이고 도로에 100대의 차량이 있다. 완벽하게 평등한 상황은 1인당 1대의 차량을 몰고 다니는 것. 하지만 국내 현실은 이렇다. 위에서부터 5명이 총 50대의 차량을 몰고 다닌다. 1인당 평균 10대꼴이다. 이들 5명이 몰고 나온 차량이 전체 교통량의 절반이다. 위에서부터 50번째 사람까지 몰고 다니는 차량은 총 95대. 나머지 50명은 1대를 가지고 10명이 번갈아 타고 다니는 꼴이다. 같은 돈을 내고도 1대를 갖고 10명이 번갈아 타야 하는 사람 처지에서 보면 열받아야만 할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고속도로에서 바삐 오가야 할 필요나 흥미가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열심히 오고가면 된다. 고속도로에 나가야 할 일이 많지 않은 사람은 차 한대를 갖고 여럿이 나누어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들은 또 그렇게 하면 된다. 뭐가 문제인가? 오히려, 경제 활동과 관련한 인류의 이상 중 하나인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 것이 자연스럽게 현실화된 꼴이 아닌가. 무엇보다, 저 고속도로의 자동차는 인터넷 사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유다. '평등' 이라는 긍정적인 말을 동원하여, 1인당 차 한대를 몰고 다녀야 하는 것이 이상인 것처럼 주장한다. 이게 인터넷 사용에서 가능한 일인가? 인터넷은 고속도로와 크게 다르다. 물론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투자가 들어가는 점은 비슷하겠지만, 사용자들이 실제로 쓰는 부분에서는 전혀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른가는 굳이 쓰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시리라 믿는다. 9. 결론적으로, 정보 격차 측면에서 종량제를 보자면, 이는 오히려 정보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크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에서 인용된 주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인터넷이나 PC를 사용하지 못하는 계층이 문제였던 ‘디지털 디바이드’에 이어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도 정보 활용 격차가 벌어지는 ‘2단계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종량제가 될 경우 인터넷 사용자 사이의 정보 활용 격차는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정보 사용량이 결정되는 애초의 원시적인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됨으로써, 좀더 근본적이고 핵심적이며 훨씬 더 문제가 되는 제 3단계의 격차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종량제, 즉 쓰는 대로 돈을 물리는 정책은 전체적으로 정보에 접근하는 비용을 인상하는 효과를 냄으로써, 지식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결과적으로 좀더 근본적인 지식 격차를 유발하는 방안이다. 현재의 인터넷 이용 차이가 단순한 필요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면 (지식 격차 가설에서는 정보 접근에 대한 동기의 유무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종량제 실시로 나타날 차이는 필요가 있더라도 돈이 없어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좀더 본질적인 정보 격차 상황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정책을 통해 격차가 줄어든다고 해도, 이는 정보를 적게 활용하는 사람을 고무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많이 쓰는 사람을 억제하는 형태가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보 활용의 하향평준화를 만드는 부정적인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10. 3번에서 말한 <세서미 스트리트> 의 연구 결과 중 하나, 즉 정보에 대한 노출을 늘리면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사이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 말해, 인터넷 사용 차이로 인한 정보 격차가 정말로 걱정된다면, 좀더 싸게, 좀더 많은 사람이 부담없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인터넷 정보에 대한 노출을 늘려 그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게 모조리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국가가 있고 정책이 있는 것이 아닐까. 11. 언제나처럼 주저리주저리 써 놨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1) 인터넷 사용량의 차이는 정보 격차가 아니라 정보에 접근하는 시간의 차이를 보여줄 뿐이다. 정보 격차는 인터넷 사용을 통해 이용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얻고 있나와 좀더 관련된 문제이다. 2) 현재의 인터넷 사용 격차는 사용자들의 필요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지, 수정해야 할 불평등 상황이 아니다. 3) 종량제는 필요에 따른 정보 이용을 막는 효과를 냄으로써, 자원(돈)이 없는 사람은 필요하더라도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어, 정보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는 것이 되겠다. 종량제 방안을 지식(정보) 격차의 차원에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김중태님이 쓰신 "인터넷 종량제가 나쁜 이유" 중 아래 부분의 반복이기도 하다. 내가 종량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제도가 빈부 차이에 따른 정보불평등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양에 비례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휴대전화 통화, 책구입, 학원, 과외, 영화, 해외여행, 외식 등을 마음껏 하지만 저소득층은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없다.
오늘날 저소득층 부모와 자녀들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휴대전화의 SMS 사용료, 신문 구독료, 케이블TV 수신료, 참고서 구입비, 학원비, 게임 구입과 같이 많은 돈이 들어가는 부분을 메신저, 전자우편, 인터넷 신문, 인터넷 교육방송, 각종 무료 강좌와 참고 문서, 동아리, 무료 온라인 게임, 자료실의 공개 프로그램, 그외 수 많은 무료 정보로 대체하고 있다. 수 십 수 백 만원이 들어가야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인터넷을 통해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월정액 몇 만원이면 된다. 인터넷 정액제는 현재 저소득층이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부자와 똑 같은 양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유일한 창구다. 하지만 종량제가 실시된다면 이런 서비스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인터넷조차 돈 많은 사람은 24시간 펑펑 쓰면서 정보를 마음대로 향유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돈을 아끼기 위해 인터넷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정보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KT가 진실을 왜곡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일부 사용자가 트래픽의 대다수를 사용하는 것은 정보불평등이 아니다. 일부 사용자가 트래픽의 다수를 차지하건 말건 저소득층 국민이 인터넷으로 편지와 문자를 보내고, EBS 교육방송을 보고, 신문과 각종 정보를 향유하는 일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종량제가 된다면 당장 저소득층은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인터넷 교육방송을 보지 못하거나 인터넷으로 자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KT나 정부 말대로 종량제 요금이 무서워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인다면 그것은 P2P사용자가 아니라 돈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KT의 말과 반대로 종량제는 가장 명확하게 정보불평등을 조장하는 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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